[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한국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애꿎은 여론조사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큰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훈 한국당 의원은 3일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정치 및 선거여론조사에 관한 법률안’을 자유한국당 당론 발의로 의안과에 제출했다. 해당 법안은 ▲현행 선거여론조사기준을 법률로 상향 규정 ▲전국단위의 여론조사 표본 크기를 2000명 이상으로 조정 ▲100인 이상의 연서에 의해 여론조사 검증이 요구될 경우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검증 의무화 ▲전국단위 여론조사의 조사 기간 최소 3일 이상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상훈 의원은 “여론조사가 단순한 참고가 아닌 사실상의 정치 행위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특정 집단의 여론이 실제보다 부풀려 수집되는 과대표집 현상, 응답자 성별편중 문제, 여론조사결과와 실제 투표결과의 과도한 불일치 문제 등 언론을 통해 숱하게 제기되어 온 문제점들이 있다”고 밝혔다.

김상훈 의원은 "현재 여론조사가 단순히 여론조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왜곡하거나 조작함으로써 사실상 정치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과 여지가 커진 만큼 제정안이 하루속히 통과되어 불신을 덜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정기적으로 국정 지지율·정책 관련 여론조사를 시행해 온 한국갤럽, 리얼미터 등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얼미터 정책여론조사의 표본 숫자는 수백명 수준이다.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리얼미터 주중동향 표본 역시 천여 명 정도다. 김상훈 의원 발의안대로 표본 숫자가 2000명까지 치솟으면 조사 비용이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법이 통과된다면 여론조사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소장은 “선거여론조사 기준은 엄격한 편에 속한다. 이런 기준을 선거기간뿐 아니라 일반 조사에도 확장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표본 숫자의 경우 500명, 1000명이 적당한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1000명~1500명을 표본으로 둔다”고 강조했다.

엄경영 소장은 “한국당이 여론조사로 받는 스트레스는 이해한다”면서 “다만 여론조사는 추세나 맥락의 의미로 봐야 한다. 한국당이 해야 할 일은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옳다’, ‘그르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애꿎은 여론조사에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큰 실익이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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