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언론학계에 부정성 편향에서 벗어나 '소통과 화합'의 관점에서 사회적 갈등을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언론의 부정성 편향이 언론 신뢰의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언론학 역시 언론 감시를 넘어 소통의 관점에서 사회적 갈등에 대한 직접적인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이를 '솔루션 언론학'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기조 연설을 맡은 강 교수는 "언론학의 최대 약점은 미디어를 중시, 국한해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사회는 짙은 어둠 속에 놔둔다는 것"이라는 영국 언론학자 제임스 커런의 말을 인용, 최근 논의되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문제의식을 언론학에도 적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월 30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가을 정기학술대회에서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솔루션 언론학'을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강 교수는 비판을 넘어 대안을 모색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문제의식이 언론의 '부정성 편향'에서 비롯된 언론 불신에 있고, 그간 언론학의 언론 감시 역시 언론의 부정성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봤다.

강 교수는 "신뢰는 언론의 존재 근거인 바, 언론이 이런 '언론 불신' 사태를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미국에서 태어난 게 바로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며 "솔루션 저널리즘은 기존 저널리즘이 감시와 비판을 앞세워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등 문제만 제기함으로써 사회와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무관심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고 설명했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공동설립자 데이빗 본스타인, 티나 로젠버그는 "문제는 비명을 지르지만 해법은 속삭인다", "세상은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으론 바뀌지 않는다"는 말로 이를 압축해 설명하고 있다.

강 교수는 언론 불신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언론의 '정파적 편향성'은 부정성 편향으로 귀결되며, 엘리트 중심주의, 고압적 계몽주의는 정파적 편향성이 심할수록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그간 언론은 환경감시, 특히 권력감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민주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위기가 고조되고,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그런 감시 기능이 분산되는 동시에 언론도 감시의 대상이 되면서 '감시'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면서 "시민사회까지 가세한 정파성 투쟁은 감시 자체의 정파성을 문제삼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게 바로 '기레기'라는 모멸적 표현을 확산시킨 주요 이유가 되었다. 이는 '감시'만으론 부족한 상황이 전개되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언론학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간 언론학은 언론권력을 감시하는 기능을 잘 수행해왔지만, 언론학의 언론 감시도 언론이 보여 온 부정성 편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며 언론학이 미디어 문제 관련 연구뿐만 아니라 소통의 문제인 '사회적 갈등' 자체에 대한 연구에 뛰어들어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강 교수는 언론 수용자의 문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 교수는 "공급의 문제만 다룰 뿐 수요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소비자는 왕인가"라며 "언론 수용자 문제에 눈을 감으며 신성시한다. 수용자의 능동자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해왔지만 이젠 수용자의 문제도 탐구 대상으로 삼아야 할 때가 왔다"고 했다.

강 교수의 제언은 언론 수용자들 사이에서 정파성에 따른 극단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전제로 하고 있다. 강 교수는 "'누가 나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가', 이 여부에 따라 '기레기'와 '참언론'을 가른다. 그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논객과 선동가를 다루는 매체에 아낌없는 지지와 후원을 보낸다"며 "'해장국 언론'을 갈망하는 게 지금 당면한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강 교수는 "국민 절반이 유튜브를 언론으로 여기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조국사태를 가장 공정하게 보도한 방송사가 MBC와 TV조선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는 '공정개념의 해장국화' 현상을 보여주는 결과"라면서 "언론개혁의 의제 설정이 잘못됐다. 국민 다수가 해장국 언론을 원하는 상황에서 언론개혁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조국 사태를 가장 공정하게 보도했다는 방송사는 MBC 19%, TV조선 17%, JTBC 14%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시사 유튜브 채널을 언론이라고 인식한다는 응답은 50%에 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강 교수는 언론학이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는 사회참여적 학문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학계의 시장 논리'와 '이념의 정파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학계의 시장 논리는 학술지에 논문으로 실릴 수 있는 '논문주제 적합성'이라는 제약 조건을 말한다"며 "방법론적 엄밀성과 자기완결적인 논리체계만 중시하는 방어적인 글쓰기 습관에 갇혀 자폐증적 징후를 보이는 것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오류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통한 탐색과 시행착오를 학문하기의 일상적 부분으로 수용하는 게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이어 강 교수는 "보수정권 시절에 '방송의 공정성'을 외치는 사람들은 진보 학자들, 진보정권 시절에 '방송의 공정성'을 외치는 사람들은 보수 학자들 일색이라는 건 '내로남불'이 정치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학계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걸 말해준다"면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참전하는 '수동적 진영논리 구현'의 방식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능동적 소통화합 의제' 제시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파성을 초월한 공공적 솔루션 역할에 충실하자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역언론의 문제를 연구해 온 그는 "솔직히 지역언론 활성화는 언감생심, 정상화도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렸다"며 "언제까지 '의례로서의 지역언론학'을 계속해야만 하는가. 지역언론의 변화를 촉구하는 당위론은 지역언론이 처해 있는 정치경제적 조건으로 인해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인정하고, 기존 지역언론과는 다른 성격의 지역언론 체제를 별도로 구축해 두 체제가 공존케 해야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제시한 대안은 지역대학이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사이자 싱크탱크 역할을 맡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역에서 인적 자원이 가장 풍부한 대학을 중심으로 수업 커리큘럼 등을 통해 지역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공론장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다. 강 교수는 "솔루션 저널리즘은 '시민없는 민주주의'와 더불어 중앙이 지역의 관심마저 지배하는 '지역의 중앙화'가 극심한 한국에선 지역 언론 차원에서 적극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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