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부적절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 등에서 한반도 평화와 외교 문제 해결보다 정치적 이익을 우선했다는 비판이 높게 일고 있고, 한국당 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YTN은 나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여야 원내대표들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내년 4월 총선 전에는 북미정상회담을 열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27일 보도했다.

YTN은 지난 7월 한국을 방문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도 나 원내대표가 같은 취지의 요청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나 원내대표가 이를 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방미 성과로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이날 한국당 의총 참석자들은 나 원내대표가 이 같은 내용을 발언했고, 비건 대표가 '내년에 한국에서 선거가 있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말도 전했다고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논란이 커지자 나 원내대표는 2차례 입장문을 내어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2018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며 이에 따라 금년 방한한 미 당국자(존 볼턴)에게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 당국자에게 북미정상회담을 총선전에 열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한 적은 없으며, 여야 3당 원내대표 방미 과정에서 미 당국자(스티븐 비건)에게 회담 시가와 관련한 어떤 요청도 한 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당장 한국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당 내에서는 북미 간 일정에 따라 조정되는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내용을 미국 측에 요청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근본적인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 여야 등지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일조차도 '정쟁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나 원내대표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선거만 있고 국민과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 대변인은 "자신의 발언이 외부에 알려지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해 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와 함께 대한민국의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면서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말을 거둬들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경악할 일이다. 어떻게 한반도 평화보다 당리당략을 우선할 수 있는가"라며 "한국당은 그저 선거 승리라는 목표만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인가.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당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28일 논평을 내어 "남북문제를 선거에 악용하는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은 국민을 대변할 자격이 없다"고 지탄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8일 상무위원회에서 "동맹을 돈벌이 대상으로 취급하는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초당적 외교를 하러 간 줄 알았더니 미국 측에 한국당 선거 도와달라고 간 것인가. 상상을 초월하는 제1야당 원내대표의 탈선은 절망스럽다"며 "국익을 위협하고 국민을 모욕한 데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께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당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나 원내대표가 지적한 것은 비핵화와는 무관한 시간 끌기용 이벤트, 총선용 가짜 평화쇼를 경계하였을 뿐이다. 이와 같은 당연한 우려를 표명한 제1야당 원내대표의 '국적'마저 운운하는 청와대는 대한민국 청와대가 맞는가"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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