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가수 설리 씨에 이은 구하라 씨의 죽음에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쇄적인 죽음이 아닌 살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대책으로 논의되는 악성댓글 차단에 관해서는 “근시안적”이라며 여성차별적인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7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이 교수는 구 씨의 죽음을 개인적인 원인에서 찾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두 여성이 개인적으로는 우울증을 겪었다고 언론 일각에서 보도하는데 여러 사람에게 성적으로 공격·모욕당하고 자신의 사생활을 찍은 영상이 돌아다니면 없던 우울증도 생길 것”이라며 “우울증이라고 환원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결국 자신이 일상 속에서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가해 행위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성찰적인 행위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7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사진=KBS)

이 교수는 구하라 씨의 사망 원인을 여러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 씨에 대한 불법촬영 혐의를 받는 최종범 씨에게 무죄를 판결한 1심 법원 판단을 두고는 “유독 판사들이 여성에 성적 공격을 감행한 성범죄 관련해서는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0단독(부장판사 오덕식)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불법촬영 혐의만 무죄로 판단했다.

또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 집중하는 여론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은 피해자인 구하라 씨에 더 집중하면서 ‘가해자 최종범 씨’가 아니라 ‘최모 씨’로 쓴다. 반면 피해자의 이름은 언론이든 시민이든 계속해서 실명을 거론하며 괴롭혔다”며 “여성 연예인에 대한 이중의 취약성”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성의 취약성과 연예인이라는 취약성을 고리 삼아서 끊임없이 조롱하고 사생활을 계속 쫓고, 그 사생활을 언론이 보도하고 이를 품평하는 악성 댓글러들이 결합돼 있다”고 말했다. “피해를 입어도 피해자를 계속해서 낙인찍는 이 체인에서 판사나 또는 형사 사법체계가 가해자에 관용적인 태도를 취할 때 어떤 여성이 살아남을 수 있겠냐”며 “결국은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 연예인이 취약한 상태에 있다는 걸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여성 연예인의 죽음에 악성 댓글을 없애자는 논의가 일자 이 교수는 “굉장히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여성이 폭력의 피해자가 되면 낙인을 씌우고, 안 웃으면 ‘상냥하지 않다’, 웃으면 ‘헤프다’고 평가해왔다”면서 “여성의 몸을 찍은 불법 촬영물은 음란물로 만들어져 남성들의 놀이문화와 오락을 위해 소비되는데, 돈이 되는 문화 속에서 특정한 댓글이 잘못됐다고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지면 (여성차별적 문화가) 없어질까”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전반적으로 여성 차별적인 혐오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5년 뒤, 10년 뒤 어떻게 될 것 같냐”며 “이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면 혐오범죄나 증오발화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더라도 판단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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