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음원 사재기는 일상이 된 느낌이다. 사재기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음원 사이트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면 문제 해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음원 사이트에서 시작되었다. 포털처럼 한 곳에 음악이 모이고 순위를 매기는 형식은 경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과거와 달리,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단순해지면서 음원 사이트의 힘은 강력해졌다. 과거에는 라디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음악을 접하고 음반(통칭)을 직접 구매해 소비해왔다.

하지만 인터넷 발달과 디지털화로 음악 소비도 단순한 방식으로 바뀌었다. MP3가 CD를 대체하고, 이마저도 0과 1로 규합되면서 음악 소비는 쉬워졌다. 쉬워진 소비는 그만큼 가치 하락과 과소비로 이어지게 된다. 옥석을 가려내고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내는 재미마저 사라져 가고 있다.

요즘엔 음원 사이트에서 만들어준 카테고리 안의 묶음 음악을 소비한다. 그것도 귀찮으면 차트 100위의 곡들을 무작위로 들으며 소비한다. 이는 차트에 대한 구속력을 키운다. 소비가 점차 단순해지며 그 구속력은 강력해진다. 많은 이들이 그저 별 생각 없이 선택해 듣는 차트곡 무한플레이 구조는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블락비 박경 [세븐시즌스 제공]

차트 종속력이 강해지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바로 음원 사재기다. 순위에 진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편법과 반칙이 횡행하는 시장에서 단순히 음악만 좋다고 대중의 선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박경은 음원 사재기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실제 음원 사재기 논란은 오래전부터 언급되었다. 그 실체가 드러나기도 했으며, 전문적으로 음원 사재기를 해주는 집단도 존재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구체적인 노력이 없는 상태에서 음원 사재기는 더욱 세분화되고 알 수 없도록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박경의 비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당연한 분노라고 본다. 박경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음원 사재기와 관련해 비판을 해왔다. 비판을 받은 측에서는 거대 아이돌들에 대한 음원 사재기의 고착화를 비판하기도 한다. 팬덤이 주도하는 음원 시장에서 거대 기획사 소속이 아니면 불평등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자본의 힘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작은 기획사나 힘없는 신인들은 끼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이 판 역시 지배력을 가졌던 이들과 새로운 세력의 다툼 정도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음원 사재기가 방법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히 박경과 그가 언급한 이들의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컬그룹 바이브(왼쪽부터 류재현, 윤민수) [메이저나인 제공]

박경이 실명까지 공개하며 음원 사재기를 비판하고자 했다면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저 의혹으로 실명을 공개한 것은 경솔한 행위다. 바이브 측은 즉시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각한 수준의 문제라는 점에서 거론된 이들이 침묵할 수는 없다. 침묵하는 순간 음원 사재기를 인정하게 되니 말이다.

음원 사재기는 시장을 교란시킨다. 그리고 순수하게 음악만을 즐기려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음원 사재기 의혹은 실체가 규명돼야 한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왜 손을 놓고 있는 것일까?

음원 사이트는 알면서도 방조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들은 손해 보는 일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방관하고 있다면 음악 생태계 자체를 붕괴시키는 일일 수밖에 없다. 음원 사재기를 당연하게 여기며 이를 하나의 마케팅 정도로 언급하는 행태 역시 비난을 넘어 처벌을 받아야 한다.

박경의 음원 사재기 비판은 당연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실명을 공개한 것은 문제다. 이런 발언을 하는 순간 법적인 문제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를 모르고 했다면 답답한 일이고, 법적 대응까지 예상하고 싸움을 걸었다면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내야 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음원 사재기는 범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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