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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언론 신뢰 사라지는 것"[인터뷰] 박준용 한겨레 기자가 말하는 'MBN 자본금 편법 충당 사건'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11.26 08:11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MBN 자본금 편법 충당 사건을 취재, 보도한 박준용 한겨레신문 기자는 “문제는 언론에 대한 기본적 믿음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MBN은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게 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MBN의 주식 차명 대출 의혹을 사실로 판단했다. 검찰은 MBN 법인과 회사 대표를 기소했으며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사임 의사를 밝혔다.

MBN 자본금 편법 충당 의혹은 수년간 수면 아래 묻혀 있었다. 2014년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승인 심사 검증을 진행해 “MBN 개인주주는 대부분 내부 임직원 등 관련자일 것”이라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이후 MBN은 2014년·2017년 재승인을 무난히 통과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언론 보도로 MBN 의혹은 실체가 드러났다. 한겨레는 8월 27일 <[단독] MBN 전직 간부들 “퇴사자 차명 대출금은 다른 간부가 승계”> 기사에서 MBN 차명 대출 의혹을 밝혀냈다. MBN 전직 간부들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차명 대출 사실을 시인했다. 또 한겨레는 MBN이 금융감독원 회계감독 조사 전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스는 MBN 차명 대출 의혹을 심층 취재한 한겨레 박준용 기자를 만나 취재 경위를 들어봤다. 박준용 기자는 MBN 사건을 두고 “경제언론이 경제사범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고 평가했다.

- 취재 경위가 궁금하다

올해 1월 취재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관계자들을 만날 수도 없었다.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됐다. 취재가 안 되는 기간이 굉장히 길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접촉을 시도했다. 생각날 때마다 전화하고 문자 보내고, 될 때까지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마음의 문을 연 관계자들이 있었다.

연락을 이어가다 보니 몇 군데에서 이야기가 나왔다. 올해 여름 즈음이다. 여러 정보를 취합했고, 비교검토도 했다. 이번 취재는 회사의 덕을 본 부분도 있다. ‘한겨레신문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야기 해준다’는 관계자가 있었다.

- 한겨레의 단독보도가 나가기 전날, 경향신문에서 관련 보도가 나갔다

아쉬운 부분은 있다. 하지만 '누가 먼저 보도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BN 이슈는 정부 당국이 조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아닌 다른 언론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먼저 기사를 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공익에 이바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MBN은 ‘회사 임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주주가 됐다’, ‘한겨레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MBN이 한겨레를 고소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고소장이 오지 않았다. MBN이나 한겨레나 같은 언론업계인데 꼭 법적 대응을 운운했어야 하나 싶다. 언론사가 자신들에 대한 문제 지적이 나왔다고 상대 언론사를 고소한다는 건 아닌 것 같다. MBN이 그런 식으로 반응하면 내부 평가도 안 좋을 것이다. MBN도 언론사다. 그들이 한겨레에 법적 대응을 운운하며 취재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면 내부 기자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자발적 주주’ 주장도 마찬가지다. 취재한 관계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MBN이 관계자들의 마음을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

한겨레 박준용 기자 (사진=박준용 기자 제공)

- 한겨레 기사가 나간 이후 많은 게 바뀌었다

금융 당국의 조사가 지루한 편이었다. 금융 당국은 최소 지난해부터 조사를 진행한 상황이었다. 지금이라도 조사가 속도를 내서 다행이다.

- 2013년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종합편성채널 TF팀을 꾸려 MBN에 개인주주가 많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그게 진짜 문제다. 언론연대는 정확한 지적을 했다. MBN 개인주주에 문제가 많다는 걸 밝혀낸 것이다. 당시 언론연대는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MBN이 소송을 제기해 개인주주 명단 공개를 막았다. 방송통신위원회 누군가는 ‘MBN이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해봐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주 아쉽다.

현재 방통위는 ‘2014년, 2017년 재승인 과정에서 관련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다. 물론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행정기관이라면 재승인 과정에서 나온 시민단체의 주장을 검토는 해 봐야 하지 않았을까. 공조직이 이렇게 순진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관련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냥 넘어갔다면 행정적으로 미숙한 것이다.

- 통상 ‘언론사는 타 언론사 지적을 꺼린다’는 선입견이 있다

한겨레의 경우, 언론사·미디어 문제를 많이 보도하고 있다. 지난해 미디어팀에 있었는데 언론계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언론재벌’은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다. 그들을 견제할 기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미디어팀에서 탐사보도팀으로 부서배치를 받은 후 느낀 게 있다. 언론계는 탐사보도의 블루오션이었다. 언론계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언론사 문제, 공론장 분석, 매크로 등 취재할 수 있는 부분이 너무 많다. 미디어스·미디어오늘 같은 미디어 전문매체는 그들만의 역할을 하고 신문사도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한다.

- 마지막 한마디 부탁한다

언론사는 취재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곳이다. 그런데 언론사 스스로는 본인들의 그림자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문제점을 가린 채 남들을 쉽게 비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특히 MBN은 경제언론이다. 경제언론이 경제사범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왔다. 언론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언론계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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