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경향신문이 21일자 1면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1200명의 이름으로 채웠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9월까지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중대재해 중 주요 5대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이름이다.

기사 기획을 맡은 황경상 기자는 “많은 분들이 이 사안에 주목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기획했다”며 “어떤 식으로든지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죽음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고민 끝에 1면에 이름을 기록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21일자 1면

경향신문은 이날 1,2,3면을 산재 노동자들의 사망 원인을 짚어보는 기획기사로 채웠다. 경향신문은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기획을 시작한 이유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통계는 추상적”이라며 “한국사회는 노동자의 죽음에 무감각해졌다. 파편화되고 기억되지 못하는 죽음을 한데 모아 추모한다는 의미도 담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2016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중대재해 발생 현황 목록을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했다. 자세한 사고 원인 확인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을 통해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조사 의견서를 확보해 살폈다. 총 1305건에 1355명이다.

2면에 실린 “몰랐다 오늘 내가 죽는다는 걸 알았다 오늘 내가 죽을 수 있다는 걸” 보도에는 한진중공업에서 타워크레인 보조기사로 일하다 사망한 산재 노동자의 이야기가 담겼다. 사고 이후 남겨진 유가족들이 마주하게 된 현실에는 ‘산재 처리가 불투명하다’고 말하는 회사, 막을 수 있었던 사고 현장이었다. 특히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사전안전조치 미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원인으로 나타났다.

필요한 법 개정도 짚었다. 2면 하단에 실린 “사고원인 알려주는 곳 없어…사업주가 산재 자료 주도록 법 개정해야” 보도에서는 “유족이 재해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사업주로터 쉽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제재하는 방향으로 산재보험법을 개정해야한다”는 권동희 공인노무사의 지적을 담았다.

3면에는 ‘5대 사건 전수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노동자들은 닷새마다 한 번꼴로 안전대, 안전난간, 추락 방호망 등 안전장치도 없는 곳에서 어떤 안전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높은 곳에 올라갔다 떨어지고 사망하고, 추락사고만큼이나 많이 발생하는 사고는 끼임 사고로 나타났다. 사람이 로봇 가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장치가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만 155건에 달한다.

이어 산재 노동자들의 추락사고가 대부분 5m 이하의 높이에서 발생한다는 통계결과를 짚었다. 가장 많이 떨어진 높이는 3m이상 4m 미만이었고 0~5m 사이의 높이에서 발생한 추락사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43.3%)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통념과 달리 사고는 숙련 노동자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결과도 나타났다.

황 기자는 “9월 말부터 기획한 기사”라며 “산재 노동자 죽음과 관련된 기사는 널리 알려졌지만 매일 발생 기사는 흘러가버리니 이를 한 곳에 모아 기록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면 기사 외에도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따로 만든 데 대해서는 “워싱턴 포스트를 보면 경찰 총기 사망자 관련 아카이빙을 했다. 저희도 총기사고 만큼이나 산재 사망자가 많다고 생각해 기록하자는 의견이 모여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인터랙티브 페이지

경향신문은 11월 다섯째 주에 기획 기사를 한 차례 더 실을 예정이다. 인터랙티브 페이지로도 확인 가능하다. (경향신문 특별기획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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