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갑작스러운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하자 각 정당, 언론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리더십 위기 극복을 위한 명분 없는 단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 대표는 20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 단식 투쟁에 나선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각 정당에서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황 대표의 남루한 '명분'에 동의해줄 국민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라며 "황 대표의 단식은 떼쓰기, 국회 보이콧, 웰빙 단식 등만 경험한 정치 초보의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명분이 없음을 넘어 민폐"라고 질타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황 대표의 단식은 명분도 당위성도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 난맥이나 지소미아 연장이 황 대표 한 명의 단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 수석대변인은 "총리까지 역임하면서 국정을 담당했던 황 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자신의 리더십 위기에 정부를 걸고 넘어져서 해결하려는 심산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며 "국민감정, 시대정신과 괴리된 단식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도대체 지금 단식이 왜 필요한지,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과연 납득이 될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며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대권놀음에 빠져 정치적 명분도 실익도 잃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건강마저 잃지는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정치 인사들도 황 대표 비판에 나섰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드디어 황 대표께서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가지 중 두개 이행에 돌입한다 한다"며 단식, 삭발, 사퇴를 언급했다.

이어 박 의원은 "국민이 황 대표께 바라는 정치는 야당의 가장 강력한 투쟁장소인 국회를 정상화 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발목만 잡지 말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제발 단식하지 말라. 그 다음 순서인 사퇴가 기다린다"고 비판했다.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그런데 하필 투쟁하시는 목적이 군사정보보호협장 연장을 위해서라니 해방 이후 최초로 일본을 위해 단식하다 쓰러지는 '친일열사'가 탄생하는건가"라고 비꼬았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야당은 격렬한 노선 투쟁을 통해 결론이 모아지면 한 방향으로 가야 쇄신되는 것이지, 나를 따르란 식의 운영으로는 아무 쇄신을 이루지 못한다"며 "그것은 소위 3김시대나 이회창 총재 시절에 가능했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언론들 역시 정치적 성향과 관계 없이 이 같은 비판적 반응을 전하며 황 대표에 대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는 <黃 단식에 민주당 "정치 초보 떼쓰기", 정의당 "쇼 비즈니스">, <전여옥 前의원 "황교안, 왜 단식하며 자해행위 하나">, <황교안 '靑앞 단식농성' 靑서 금지당해… 천막 못치고 입장문 발표후 바닥에 앉아> 등의 보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황 대표의 갑작스런 단식의 배경에는 리더십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총제적인 리더십 위기에 직면한 황 대표가 단식투쟁으로 승부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최근 김세연 한국당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향해 "깨끗하게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에 한국당 내에서 당 해체, 지도부 및 현역의원 총사퇴 등 인적쇄신 요구가 일고 있지만 황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저부터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인재영입은 '공관병 갑질' 사건에 연루된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1호 인재로 영입하려다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해 최근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다. 19일 홍익대 인근 카페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년 정책 비전 발표회'에서 황 대표는 "공관병 갑질 논란이 있는 박찬주 영입과 같이 청년의 신뢰를 잃는 행보를 지속하면서 어떻게 청년층 지지를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이날 한국당 공모를 통해 모인 청년들은 황 대표를 향해 "어디가서 보수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수치심이 든다", "대표가 청년을 이용하려는 게 아니라면 청년 비판을 흘려듣지 말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여당 시절과 같은 그럴듯한 말을 적어놓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청년 목소리를 듣겠다며 평일 오후 2시에 행사를 열었다.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청년들은 오지 말라는 이야기" 등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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