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2TV <저널리즘 토크쇼J>가 17일 “미디어법 10년, 종편은 어떻게 미디어 생태계를 교란시켰나?”란 주제를 다뤘다. MBN이 자본금 편법충당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종합편성채널의 자본금 조성 과정부터 오보·막말·편파 논란이 이는 방송 콘텐츠까지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승인 심사에서 엄중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널리즘 토크쇼J>는 MBN 자본금 편법충당 의혹을 둘러싼 쟁점부터 짚었다. MBN은 종편 출범 당시 자본금 조성과정에 필요한 3천억을 마련하기 위해 직원 명의로 550억 원을 대출 받아 투자한 혐의를 받고 있다.

KBS<저널리즘 토크쇼J> 17일 방송분 (출처=KBS)

정준희 한양대 신문방송대학 겸임교수는 “MBN이 신문·방송 겸영금지 원칙을 허문,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1년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신문사의 방송 지배력을 줄이기 위해 30%만 소유할 수 있는 상한선을 뒀는데 MBN이 법 도입 취지를 허물고 겸영금지 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신문사가 방송까지 하게 되면 여론의 상당 부분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커 미디어법이 도입될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TV조선과 채널A 역시 초기 자본금 조성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한겨레는 조선일보가 수원대 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TV조선의 비상장 주식을 적정가격보다 최대 2배 높게 매입했다고 보도하며 종편 승인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팀장은 “조선일보가 TV조선의 주식에 손실을 따지지 않고 원금 그대로 가져온 셈으로 TV조선에 투자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A는 동아일보로부터 30억 차명 출자 의혹이 일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MBN 자본 출자 의혹이 법적으로 잘못됐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MBN이 없어질 수 있을까?”라며 “방송통신위원회가 그 정도 강제력을 가진 기관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정권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종편을 허가해줬고 이후 논란이 일 때마다 회피해왔다는 것이다.

정준희 교수는 “이명박 정권 당시 정치적 기반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 방통위가 종편을 허가해줬다”고 말했다.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팀장은 “자본금 충당 의혹뿐 아니라 방송 콘텐츠 공정성 논란부터 종편 특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방통위는 조사를 꺼려 했다. 검토하지 않거나 법률적 검토·판단을 유보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KBS<저널리즘 토크쇼J> 17일 방송 화면 갈무리 (출처=KBS)

종편 출범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종편의 콘텐츠는 미디어의 다양성에 기여하기보다는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강유정 교수는 “방송에 죽어있던 낮 시간대를 채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탐사보도는 없고 인기 있는 건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타블로이드지’ 같다. 전반적인 콘텐츠 질의 문제에서는 불합격 점”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종편은 팩트를 전달하는 게 아닌 왜곡해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시청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게 한다”며 “팩트를 왜곡해버려 뉴스로서의 자격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종편은 정치를 드러내는 방식이 저급하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정치를 친숙하게 만드는 것과 값싸 보이게 만드는 건 다른 문제다. 정치를 값싸 보이게 만들면 정치 혐오를 낳는데, 종편은 시사 대담 프로그램이 늘어나도 정치 대중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막걸리 비평’이라고 지칭하며 종편은 사석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를 공적인 채널에서 담론으로 옮겨버린다고 비판했다.

내년 방통위의 종편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는 방통위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채널A와 TV조선은 내년 4월, MBN과 JTBC는 내년 11월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를 받는다. 정미정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은 “2014년, 2017년 두 차례의 재승인 심사가 있었는데 2017년 TV조선과 MBN은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방송의 공정성·공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계획서를 내라는 등 모호한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은 종편이 재승인 심사의 감점 요소로 작용하는 ‘시정명령’을 받고도 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해 재승인 심사를 무력화하는 편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준희 교수는 “실질적으로 채널 승인이 취소된 사례가 없다”며 “선거 시기에 맞물리게 되면 각 정당의 추천을 받은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언론 제재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방통위가 과연 (엄격한 심사를) 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건부 재승인은 거래의 여지를 넓혀 놓은 것”이라며 “불공정 행위에 엄정한 책임을 묻거나 공정 거래를 할 수밖에 없게 강력한 질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봉우 팀장은 “반칙과 특권으로 탄생한 종편을 유관기관과 정부는 돌아보지 않았다. MBN 의혹을 기점으로 종편 반칙과 특권 문제를 다 훑어야 한다”며 “종편이 공적인 역할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고칠 건 고쳐야 할 시기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