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남자와 여자, 그 '커플'의 이야기가 <드라마 스페셜>에서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저마다의 삶을 짓누르는 무게가 극심해진 시절,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들은 남자와 여자라는 ‘젠더’의 관계보다 세상에 맞서는 '동지'로 손을 맞잡는다. 바로 <사교-땐스의 이해>와 <때빼고 광내고>이다.

<사교-땐스의 이해> 꼭 남자만 여자를 들어 올리란 법 있어?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19> ‘사교-땐스의 이해’

언젠가부터 대학 생활은 두 단어로 정의되어 버렸다. '인싸'와 '아싸'.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은 그 어떤 무리의 일원이 되거나, 그게 아니면 오롯이 개인으로 그 어떤 곳에도 소속됨 없이 학교생활을 감내한다. 바로 이 극과 극 성향을 가진 '인싸'와 '아싸'가 본의 아니게(?) 만났다.

병현(안승균 분)이는 자타공인 인싸다. 만나는 사람마다 밝은 얼굴로 안부를 묻고 과의 일정을 홍보하는 인싸 중에서도 이른바 핵인싸. 이미 경영대 학생 대표를 맡고 있지만, 그 어떤 수업 시간이라도 학생을 대표할 그 누군가를 뽑는 자리에서 선뜻 손을 든다.

반면, 수지(신도현 분)는 오늘도 그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까 저어하며 일과를 보낸다. 혹시나 자신의 이름이 불려질까 두려워하고, 점심시간 도시락도 혼자 화장실 한 칸에서 꾸역꾸역 해결해야 하는, 아싸라기에도 과하다 싶은 '대인기피'의 수준이다.

이렇게 핵인싸 병현과 대인기피 아싸 수지가 각자의 사정으로 '사교-땐스의 이해'라는 수업에서 만났다. 심지어 시험 대신 함께 춤을 추어야 하는 커플 추첨에서 두 사람은 커플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의 신장이다. 차이가 너무 나는 것. 수지는 보통 여성들보다 훤칠하고, 병현이는 경영대 GD라는 별명처럼 깔창을 몇 개나 깔아 자존심을 챙기는 처지다. 신체적 콤플렉스, 하지만 그 외양은 그저 겉모습에 머물지 않고 두 사람의 존재를 규정한다.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19> ‘사교-땐스의 이해’

남들보다 작은 키로 인해 고등학교 시절 위축됐던 병현이는 지금도 우유는 먹지 않는다. 키가 작다고 억지로 우유를 쏟아붓는 등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었기 때문. 수지 역시 남들보다 훤칠한 키로 인해, 모처럼 잘 차려입고 나간 대학 신입생 환영회에서 병현이와 얽힌 악연으로 대학 내내 그림자 같은 아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두 사람을 옭아매는 각자의 콤플렉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규정'되어 있는 사교댄스는 키가 작은 병현이와 키가 큰 수지가 함께하기에는 난감하다.

드라마는 키가 너무 커서 아싸가 된 여자와, 키가 너무 작아 그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인싸가 된 남자를 커플로 조우하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 젊은이들을 옭아매는 세상사의 '기준'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당연히 인싸라 밝고 자신감이 넘칠 것 같았던 병현이. 아싸라 그저 도망가기만 할 것 같은 수지. 하지만 인싸 아싸니 넘어, 남자와 여자를 넘어 두 사람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조건으로 인해 고통받는 상대방을 공감하며 위로한다. 그리고 비로소 그때 함께 서로의 손을 잡는다. 이 절묘한 조우. 이제 그들이 추는 춤은 지금까지 '사교댄스'라는 이름으로 남자와 여자가 추었던 그 춤과는 격이 다른 춤이다. 남자다움 혹은 여자다움을 넘어선, 서로 위로가 된 커플의 한 판 땐스. 주제와 형식의 기막힌 조합이다.

<때빼고 광내고> 내가 원했던 꿈은 아니지만, 돈도 벌고 사건도 해결하고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19> ‘때빼고 광내고’

여기 또 다른 커플이 있다. 그들 역시 사교-땐스 수업에서 만난 병현이와 수지처럼 첫 만남은 악연이다. 시작은 태랑(박은석 분)이다. 만년 취준생, 오늘도 어김없이 떨어졌다. 질문을 잠시 놓친 자신에게 무례한 말을 퍼붓는 면접관에게 예의 결벽증으로 당신도 깔끔하지는 못하다고 대거리를 하고 나왔으나 마음이 편할 리가. 바로 그때 어릴 적 동네 옆집 형 영배(임지규 분)에게서 연락이 온다.

형을 따라나선 접대 자리에서 만난 대기업 임원은 태랑이 죽은 자기 아들과 닮았다며 관심을 보이고 그 관심은 영배 형을 통한 취업 알선, 아니 취업 사기로 이어진다. 휴일도 없이 미용사로 일하며 번 돈을 아들의 취업을 위해 내준 어머니의 금쪽같은 돈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당연히 그 대기업 임원이 꽂아주었다는 자리는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믿었던 형도 잃고, 직장도 잃고, 돈도 잃은 태랑은 며칠 전 다짜고짜 그를 찾아와 자신과 함께 일해 보자던 안나(나혜미 분)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그가 직장에 다니는 줄 아는 어머님을 위해 당장 무엇이라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태랑의 정리 결벽증이 맘에 든다며 '스카웃'한 안나의 범죄현장 청소업체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함께하기로 한다.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19> ‘때빼고 광내고’

경찰고시만 붙었다면 지금쯤은 범죄현장을 누빌 것이라며, 현장에 흥건한 피쯤이야 아무 것도 아닌 안나. 그녀가 다짜고짜 집으로 쳐들어와 본 면접에서 합격점을 받은, 취업사기당한 깔끔 청년 태랑은 이름조차도 생소한 범죄현장 청소업체의 사장과 직원으로 호흡을 맞춘다.

한때는 취준생이던 두 사람이 본의 아니게 하게 된 범죄현장 청소 과정에서 발견한 돈봉투. 태랑은 자신처럼 마지막 동아줄이라 잡은 게 그만 취업사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지후(병현 분)를 만나고, 안나와 함께 지후를 죽음으로 몰아간 취업사기 사건에 뛰어든다.

만년 취준생이라는 답답한 현실을 범죄현장 청소라는 기발한 직업을 통해 풀어간 이야기. 현실에서 길어 올린 소재, 하지만 그저 가볍지 않은 상상력의 조합은 궤도 위에서 막연한 젊음을 역설적으로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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