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이 세월호 참사를 전면 재조사하겠다며 특별수사단을 설치한 가운데,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전 법무부 장관) 등 '세월호 참사 책임자' 40명을 1차로 고소·고발했다.

1차 고소·고발 명단에는 '전원구조 오보' 책임자 8명이 포함됐다. 참사 당시 MBC, KBS, MBN의 대표이사와 보도책임자이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세월호가족협의회)는 1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세월호참사 책임자 고소고발 및 국민고소고발인 서명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고발 명단을 공개했다. 피고소·고발인은 크게 ▲대통령·청와대·정부 책임자 ▲현장구조·지휘 책임자 ▲세월호 참사 조사방해세력 ▲'전원구조오보' 책임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 비방·모욕 관련자 등으로 분류된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1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세월호참사 책임자 고소고발 및 국민고소고발인 서명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고발 명단을 공개했다. (사진=미디어스)

'전원구조 오보' 책임자 명단은 세월호 참사 시점으로 안광한 MBC 사장,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 박상후 MBC 전국부장, 김장겸 MBC 보도국장, 길환영 KBS 사장, 김시곤 KBS 보도국장, 장승준 MBN 사장, 이동원 MBN 보도국장 등이다. 죄명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행위'다.

고소·고발 대리를 맡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들에 대한 고소·고발 사유에 대해 "전원구조라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거나, 구체적인 근거 없이 304명의 희생이 되는 참사 상황으로 되었는데도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안전하게 구조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위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MBC 소속 피고소·고발인들의 경우 현장 취재기자로부터 전원구조가 오보일 수 있다는 보고받았음에도 이를 묵살했다는 점이 고소·고발 사유로 적시됐다. 당시 목포 MBC 기자들은 구조된 학생들로부터 '전원구조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전원구조 속보가 오보일 가능성을 보고했으나 묵살당했다.

KBS 소속 피고소·고발인들에 대해서는 '현장 상황을 알 수 없는 해경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마치 현장 상황을 파악한 것처럼 왜곡해 전원구조 오보를 한 책임'이 사유로 명시됐다. 참사 당일 KBS는 구조 상황을 알 수 없었던 해경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의 인원이 구조된 상황'이라는 답변을 보도했고, 이후 '해군, 탑승객 전원 선박 이탈… 구명장비 투척 구조 중'이라는 자막뉴스를 띄워 뒷받침했다.

MBN은 참사 당일 오전 11시 1분, '전원구조 오보'를 가장 먼저 자막을 통해 보도했다. 직후 MBC는 "학생들은 전부 구조됐고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 상태"라고 단정적으로 보도했다.

1차 세월호 참사 책임자 고소·고발 명단에는 '전원구조 오보' 책임자 8명이 포함됐다. 참사 당시 MBC, KBS, MBN의 대표이사와 보도책임자이다. (사진=미디어스)

민변은 전원구조 오보에 대해 "구조 업무와 재난 수습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했다. 구조의 필요성, 구조 활동의 규모, 세월호 참사의 신속한 수습 등 재난대응 및 주관 기관에 안이한 대응의 빌미를 제공했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 전원구조 오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과한 방송사는 없고, 오히려 관련 국정조사, 세월호 참사 특조위의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당에 영입된 이진숙 전 MBC 보도본부장은 세월호 특조위 동행명령을 거부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들은 "왜 언론들은 진실을 추구해야할 저널리즘 원칙을 저버리고 정권의 대변인 노릇만 충실히 했는지, 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인권을 앞장서 짓밟았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대통령·청와대·정부 책임자로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포함됐다. 박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비서실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고발했다.

황교안 대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발당했다. 황 대표는 세월호 참사 수사과정에서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을 수사하는 담당 검사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부당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현 국회부의장), 이춘재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 김수현 전 서해해양경찰청장 등 현장구조·지휘세력 16명에 대한 고소·고발도 이뤄졌다. 사고를 인지하고도 초동조치를 하지 않아 그 결과로 선내진입 지시, 퇴선명령 등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석균 전 청장, 이춘재 전 안전국장, 김수현 전 서해청장 등 '해경지휘부'에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고발했다.

이번 고소·고발에는 가족고소인 337명, 대표고발인 113명, 국민고발인 5만 3926명 등 총 5만 4416명이 이름을 올렸다.

세월호가족협의회는 검찰 세월호 특수단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엄정 수사 및 처벌을 촉구했다.

세월호가족협의회는 "이미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은 2014년 10월 6일 대검찰청의 부실한 편파적 수사 결과로 큰 상처를 받았다"며 "검찰 특수단은 두 번 다시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수사와 기소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책임자들의 지위고하와 거짓 변명에 의거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불공정한 결과가 재발되지 않도록 피해자 중심의 정의로운 수사와 기소를 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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