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15일 SBS 대주주는 박정훈 현 사장을 사장임명동의 투표 단독 후보자로 발표했다. 박정훈 사장은 출마공약으로 대주주로부터의 방송독립 보장, 드라마 스튜디오 출범, 프로그램 시즌제 등을 내세웠다.

이날 박정훈 SBS사장은 사내게시판에 “대주주의 임명 의사를 접한 후, 창사 때부터 평사원으로 시작해 30년 가까이 몸담아 온 SBS를 위해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까 고심했다”며 “저를 성장시켜준 조직을 위해 남아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임명 동의 투표에 임하기로 했다”며 출마의 변을 올렸다.

박정훈 SBS사장 (출처=SBS)

SBS노조가 대주주로부터의 소유-경영 분리를 외치며 투쟁하고 있는 가운데 박 사장은 “대주주로부터의 방송독립”을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민영방송사에서 ‘소유경영분리’의 근본 취지는 ‘대주주로부터의 방송독립’을 이루는 것”이라며 “대주주는 상법이 보장하는 주주의 권리를 존중받을 것이며, 저는 대주주로부터 방송독립을 확실히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부문별 독립성 강화를 위해 본부 책임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박 사장은 지난 3년 동안 “독립적인 보도, 시사프로그램을 만들어왔고 경영진과 보도, 시사 부문 구성원들은 결코 흔들리지도, 타협하지도 않았다”고 평가해 노조의 주장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드라마 스튜디오 출범을 약속했다. SBS의 드라마 스튜디오 출범은 분사 형태로 올해 초 무산된 바 있다. 박 사장은 “드라마 스튜디오는 올해 하반기에 수익 구조와 운영 방안에 대한 설계를 마무리 짓고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 분사 여부는 구성원들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작부문에 시즌제 도입을 예고했다. 교양, 예능 부문은 좋은 기획물들을 파일럿과 시즌제로 수시 편성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지상파의 광고매출 하락 등 위기 속에서 SBS가 비교적 대응을 잘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방송 광고 위주의 매출 전략에서 디지털 수익 확대로 방향을 바꾼 결과, 유튜브 수익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9월 출범한 지상파OTT인 WAVVE가 지상파 드라마 제작비를 줄여주고 있다고 했다.

박 사장은 “광고매출 하락으로 지상파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지만 유튜브, OTT, 해외시장 다변화 등 다른 곳에서 수익을 내 돌파하겠다”며 “공개적으로 비상경영체제를 발표해 위기감을 조성하는 대신 상시적인 위기관리를 해왔다. 임명동의를 받으면 이러한 경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많은 직원들이 이번 임명동의 투표를 통해 해묵은 노사 간 불협화음이 해소되는 전환점이 마련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의 미래위원회 제언을 비롯해 긍정적인 제안은 언제든지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대주주인 태영그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훈 사장 지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SBS본부는 “박정훈 사장을 또다시 사장 후보로 내세우면 윤석민 회장이 더 이상 SBS를 노사간 신뢰와 화합 속에 운영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외쳤다.

지난 8일에는 미래 혁신을 위한 노동조합 결의문을 내고 차기 경영진 후보는 SBS본부가 밝힌 미래 혁신보고서 10대 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에 박정훈 사장은 "긍정적인 제안은 언제든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짧게 답변했다.

SBS의 사장 임명동의 투표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진행될 예정이다. 2017년 SBS대주주와 노사간 합의한 ‘임명동의제’에 따라 재적인원의 60%이상이 반대할 경우 임명을 철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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