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미국 정부의 한일 지소미아 연장·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내정간섭이며 멈춰야 한다는 사회원로들의 지적이 나왔다. 사회원로·시민단체 대표들은 “지소미아 연장, 분담금 인상 요구는 폭거”라면서 “문재인 정부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 방위비 분담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 정책을 펴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을 했다. 지소미아는 협정이기 때문에 체결에 관한 결정 권한은 양국 정부에 있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 미군 사령관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소미아가 없으면 우리가 그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유지비용으로 사용된다.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1조 389억 원이다. 미국은 2019년 분담금의 다섯 배에 달하는 약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14일 군사위원회, 15일 안보협의회를 개최해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미 지소미아 연장, 방위분담금 인상 강요 중단해야> 기자회견 (사진=미디어스)

이에 대해 사회·시민단체 원로들은 “미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자유언론실천재단, NCCK 인권센터,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시민단체와 사회원로들은 14일 <미 지소미아 연장, 방위분담금 인상 강요 중단해야>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석운 진보연대 대표는 “미국의 무례함과 탐욕이 도를 넘고 있다. 미국은 내정 간섭 수준의 강요를 일삼고 있다”면서 “독립국에 이렇게 해도 되나. 참담함을 느낀다.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 연장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버텨야 한다”고 했다. 박석운 대표는 “23일이 되면 지소미아는 자동 파기된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만 믿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미국 고위 관료들이 지소미아 연장이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놓고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통탄을 금치 못했다”면서 “미국과 일본이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 모습을 보면 ‘가쓰라 태프트 밀약’, ‘포츠머스 조약’,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 지난날의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쓰라 태프트 밀약, 포츠머스 조약,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강대국들이 한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지은 협약들이다.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미국이 가장 급하게 생각하는 게 지소미아다. 미국은 지소미아를 통해 동북아 패권을 잡으려 하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의 지소미아는 동포(북한)를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오헌 명예회장은 “미국은 6조 원의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강도냐”면서 “우리가 많은 돈을 줄 필요가 없다. 이 땅에 전쟁이 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와 사회원로들은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터무니없다. 주권국가 간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엄청난 인상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면서, 일본 아베 정권에 대해 부당한 경제보복조치의 즉각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만일 미국 정부가 한미동맹을 빙자해 지소미아 연장과 분담금의 폭력적 인상을 강요한다면 촛불 국민은 힘을 모아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동선언문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함세웅 신부,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 김중배 전 MBC 사장, 최병모 전 민변 회장 등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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