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MBC, SBS, EBS 구성작가 800여명이 속해 있는 구성작가협의회가 PD연합회에 이어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하지 말라”는 성명을 냈다. 작가협의회는 검찰이 1년 5개월 만에 MBC <PD수첩-큰스님께 묻습니다>편 제작진에 대한 재수사를 지시한 것을 두고 ‘검사범죄’편을 제작한 정재홍 작가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큰스님께 묻습니다’와 ‘검사범죄’편은 정재홍 작가가 집필했다.

지난해 5월 1일 방송된 <PD수첩> ‘큰스님께 묻습니다’ 1편을 제작한 정재홍 작가와 제작진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현응스님이 제작진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뒤 종로경찰서는 1년 5개월 만인 지난 10월 25일 해당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10월 31일 이 사건을 다시 종로경찰서로 내려보내 재수사를 지시했다.

지난해 5월 방송된 MBC의 '큰스님께 묻습니다'1편 예고편 (출처=MBC)

이에 방송 4사 구성작가협의회는 11일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제작진을 기소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검찰은 <PD수첩> 정재홍 작가와 제작진을 기소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우선 “해당 프로그램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학력위조, 숨겨둔 처자식, 사유재산 은닉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며 “방송 3개월 후 조계종 역사상 처음으로 총무원장이 탄핵되고 본격적인 불교개혁운동이 시작되었다”고 방송 의미를 되짚었다.

이어 협의회는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검·경의 수사 과정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협의회는 종로경찰서가 고소장이 접수된 지 1년 5개월 동안 사건을 붙잡고 있으면서 목격자가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성추행 고백 당사자와 <PD수첩> 제작진만을 조사했고, 그 사이 승복을 벗겠다던 현응스님은 해인사 주지로 복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협의회는 "종로경찰서가 지난 10월 25일, 방송 후 1년 5개월을 묵혀뒀던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송치 시점이 정재홍 작가가 집필한 <PD수첩> ‘검사범죄’ 2부작이 방송되기 직전 시점이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한다면 “검찰 조직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시사프로그램 제작진을 겁박하고 작가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조치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언론탄압이자 작가의 양심에 대한 탄압”이라며 “우리 시사교양 작가 역시 앞으로 한 줄 한 줄 원고를 쓸 때마다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협의회는 현응스님이 방송이 나간 이후 목격자가 있는 카드 내역과 회식자리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은 문제삼지 않으면서, 목격자 없이 단 둘이 있을 때 발생한 성추행 피해자는 고소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현응스님이 <PD수첩> 제작진에게 문제 삼는 것은 본인 명의의 카드가 결제된 00유흥주점에 간 적이 없는데 <PD수첩>이 자신이 간 것으로 방송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라며 “당시 제작진은 사실 확인을 위해 현응스님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현응스님은 응하지 않았다. 사실상 반론권을 포기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검찰은 정재홍 작가와 강효임 PD 등을 기소하면 안 된다”며 “<PD수첩>은 사회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고 그 과정에서 작가는 오로지 사실에 근거해 양심에 따라 글을 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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