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자 아침신문들이 일제히 표현한 대로 숭례문 화재 사건은 “허술한 문화재 관리 시스템이 부른 인재”였고 “총체적 관리부실이 빚은 참사”였다. 국보 제1호의 소실에 따른 충격 때문인지 중앙일보는 ‘문화국치일’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안전·관리 대책 없이 ‘국보1호’ 개방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책임은?

맞다. 그래서인지 점검해야 할 사안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허술한 초기대응 실패도 그리고 문화재의 허술한 관리시스템도 이 참에 도마 위에 올려야 한다. 오늘자(12일) 서울신문이 지적했듯이 사회공헌사업을 이유로 무상 관리를 자처한 경비업체 KT텔레캅에 관리를 맡긴 문화재청과 서울 중구청도 문제고, 화재감지기도 갖추지 않은 허술한 시스템으로 생색만 낸 KT텔레캅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 중앙일보 2월12일자 1면.
실질적인 대책 못지 않게 그동안 우리가 추구해왔던 성장일변도의 ‘문화’에서 반성할 것은 없는 지도 성찰해야 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숭례문 화재 사건과 관련해 점검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한 점검을 통해서 ‘재발방지’를 막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경향신문 유병선 논설위원이 오늘자(11일)에 쓴 <방치의 참상을 보존하라>는 칼럼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일부분을 인용한다.

“서울시가 2006년 3월 숭례문을 시민에 개방하지 않았더라면, 개방을 하더라도 문화재 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여론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무시하지만 않았더라면, 그 흔한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라도 설치했더라면, 일자리 늘린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마당에 야간 경비원 한 명이라도 두었더라면, 화재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초기 화재 진압이라도 제대로 했더라면, 화마에 낙산사를 잃었을 때 문화재 관리의 ‘외양간’을 고쳤더라면….”

▲ 경향신문 2월12일자 30면.
대다수 언론,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숭례문 개방’ 부분은 쏙 빼고 보도

이번 숭례문 화재는 단선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때문에 “총체적 관리부실”을 부른 원인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짚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유병선 논설위원의 칼럼이 결과적으로 ‘부질없는 일’로 치부될 수 있을지 몰라도 이번 화재 사건과 관련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제대로 관리만 했어도 이번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자(12일) 아침신문들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특징이 하나 있다. 일부 신문을 제외하곤 안전 대책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국보1호인 숭례문을 일반인에게 개방한 당시 서울시의 정책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대다수 신문은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사이에 책임론을 두고 양당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에 이 사안을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갔다. 인터넷에서 네티즌과 블로거들이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는 것과는 ‘온도차’가 상당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당시 서울시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었다.

오늘자(12일) 서울신문이 보도한 내용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다.

▲ 서울신문 2월12일자 3면.
“안전 대책은 갖추지 않은 채 국보 1호를 일반인에게 덜컥 개방한 서울시의 정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시장이었던 2005년 9월에 차도로 둘러싸여 섬처럼 고립돼 있던 숭례문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잔디밭을 만들었다. 2006년 3월3일부터 숭례문 1층 홍예문까지 개방해 접근성을 높였고 같은해 4월 관광객 유치를 위해 파수꾼 교대식도 실시했다.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서울시가 국민들에게 홍예문 안쪽 기초석을 보여준다며 땅까지 파놓고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안전 대책은 전혀 꾸리지 않았다’면서 ‘이명박 시장 시절 대표적인 전시행정의 하나’라고 꼬집었다.”

“사회혼란이 걱정스럽다”는 이 당선인의 발언만 전하는 언론

‘이명박 책임론’을 제기하려는 것인가. 아니다. “총체적 관리부실”과 그에 따른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다각도로 짚는 노력이 필수적인데 유독 이 당선자와 관련된 부분은 ‘쏙 뺀 채’ 보도를 하고 있는 대다수 언론의 태도를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 조선일보 2월12일자 10면.
화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 당선인에게 ‘안전 대책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당시 숭례문을 일반인에게 개방한 것과 관련해 이명박 시장 시절 대표적인 전시행정의 하나라는 비판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질문을 한번 던져볼 만도 한데, 이 부분을 주목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국보 1호 손실을 안타까워 하는 이 당선인의 심정과 사회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만 전달하고 있는 정도다. 그래서일까. 오늘자(12일) 동아일보 사설 가운데 일부분이 유독 돋보인다.

“가뜩이나 문화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문화정책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문화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점과 대통령직인수위에 문화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점이 구체적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실감하듯이 문화적 가치는 돈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새 정부가 문화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경제와 문화를 조화시키는 정책을 펴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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