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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접속 고시로 수익 본 곳은 통신사뿐”[토론회] 전문가들 “국가가 민간사업자의 채산성 보호"…2016년 미래부 시행, 상호접속고시 실시국가는 0.02%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11.08 09:40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상호접속고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호접속고시로 인해 국내 통신사만 이득을 보고 CP(Content Provider, 네이버·카카오·유튜브 같은 콘텐츠 제공자)·이용자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상호접속고시 전면 개정을 요구했다.

상호접속고시는 통신사 간 망 접속통신료 정산을 강제하는 제도다. 원칙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통신사는 데이터를 받는 통신사에 망 접속통신료를 내야 한다. 그간 국내 통신사들은 상호 간 데이터 이동이 막대하다는 점 때문에 망 접속통신료를 정산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는 망 접속통신료 정산을 강제하는 상호접속고시를 시행했다. 세계적으로 상호접속고시를 실시하는 국가는 0.02%에 불과하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체감규제포럼·오픈넷이 주최한 <상호접속고시 개정 방안 특별세미나>에서 “상호접속고시의 정당성은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김민호 교수는 “고시는 행정규칙이다. 행정규칙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사항을 규정할 때 적용된다”면서 “하지만 상호접속고시는 인터넷 생태계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국민 인터넷서비스 품질 및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를 ‘고시’로 제정한 건 입법형식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김민호 교수는 “상호접속고시가 ‘공익 실현’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며 “상호접속고시 개정 당시 정부가 밝힌 목적은 ‘통신사의 투자비용 회수’, ‘인터넷망 사업자의 투자 유인 제고’였다. 이게 공익의 실현과 직접 관련성이 있냐. 국가가 민간사업자의 채산성을 보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교수는 LPG 충전소를 예로 들었다. 김민호 교수는 “정부는 LPG 충전소 거리 제한 규제를 둔다. LPG 충전소의 과당 경쟁으로 사업체가 망하면 차주가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경우 규제가 공익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통신사는 상호접속고시 시행 후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호 교수는 “현 상호접속고시는 비정상적”이라면서 “조속히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해 세계적 추세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호접속고시는 ‘세기의 재판’으로 불린 방통위·페이스북 소송의 발단이 됐다. 페이스북은 KT에 캐시서버를 설치해 운영해왔다. 캐시서버는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장치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KT의 페이스북 캐시서버를 중계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상호접속고시가 시행되자 KT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에 접속통신료를 지급해야 했고, KT는 페이스북에 접속통신료 분담을 요구했다. 페이스북은 이를 거절하고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가 KT 캐시서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했다.

(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의 경로 변경으로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이용자들은 수일간 인터넷 접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3월 “국내 이용자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 원을 부과했으며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월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부과한 3억 9천여만 원의 과징금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 사건은 상호접속고시가 이용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신 교수는 “상호접속고시를 이용자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면서 “상호접속고시가 시행되면서 통신사는 CP에 책임을 전가하게 됐다. 사실상 정부가 CP에 캐시서버 설치를 강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경신 교수는 “(통신사가 CP에 망 접속통신료를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CP가 인기 있는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겠나. ‘표현의자유’가 위축되는 것”이라며 “통신사의 사정도 같다. 상호접속고시 때문에 인기 있는 CP와 계약을 맺은 통신사는 다른 통신사에 돈을 더 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는 상호접속고시 같은 규정이 없다. 통신사 간 접속통신료 지급 여부는 자율협정 대상”이라면서 “상호접속고시로 수익을 본 곳은 통신사뿐이다. 상호접속고시가 시행되면서 통신료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현경 교수는 “상호접속고시는 통신사의 수익 담보를 위한 정책이다. 고시가 콘텐츠·플랫폼 생태계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내수 위주의 근시안적 정책이 아닌, 거시적 정책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윤영 중앙대 교수는 “인터넷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며 “정부는 상호접속고시를 ‘고시’로 둘 게 아니라 높은 단계의 법제화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체적인 갈등을 완화해주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호접속고시 개정 방안 특별세미나> (사진=미디어스)

이번 <상호접속고시 개정 방안 특별세미나>는 체감규제포럼, 오픈넷 주최로 7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렸다. 발표자에는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 박경신 고려대 교수,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토론자는 김도승 목포대 교수, 조윤향 중앙대 교수, 최민오 보안컨설턴트 등이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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