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선발 출장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손흥민이 선발로 나섰다. 케인과 경기에 나선 손흥민은 두 골을 몰아 넣으며 원정에서 4-0 완승을 거뒀다. 원정팀들에게는 지옥과도 같다는 세르비아 경기라는 점에서 부담도 컸을 듯하다.

고메스가 수술을 잘 마쳤다는 소식은 모두에게 반가웠다. 선수 생명을 잃거나 했다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손흥민에게 전해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3경기 출전 정지 징계까지 추가로 받았다가 토트넘의 항소로 퇴장과 그에 따른 징계가 모두 철회되었다. 기본적으로 경기 중 심판의 판정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협회에서 인정했다. 심적 부담을 덜고 새롭게 시작할 근거를 찾았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토트넘의 손흥민(가운데)이 6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라이코 미티치 경기장에서 열린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에서 상대 수비를 제치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베오그라드 로이터=연합뉴스)

선발이 안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포체티노는 손흥민을 선발 출전시켰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가자니가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고 4백 라인은 포이스, 산체스, 다이어, 로즈가 섰다. 중원은 델레 알리, 은돔벨레, 다이어, 로 셀소, 시소코, 손흥민이 구성하고 원톱에 해리 케인이 나서는 형국이었다.

로 셀소와 은돔벨레가 영입 후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서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는 사실은 반갑다. 더욱 로 셀소는 부상 후 출전을 늘려가던 중 챔피언스리그에서 첫 골을 기록했다. 로 셀소의 골은 전반 33분 터졌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로 셀소의 공을 받은 케인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손흥민이 오른발 터닝슛을 했지만 수비수에 막혔다. 혼전 상황에서 케인이 다시 슛을 했지만 골대 밖으로 흐르려는 것을 손흥민이 허벅지로 밀어 넣으려 했다. 아쉽게도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공을 로 셀소가 왼발로 마무리를 하며 대혼전을 정리했다.

토트넘이 첫 골을 넣기는 했지만 즈베즈다의 공격 역시 날카로웠다. 파브코프의 결정적 슛을 가차니가 선방으로 막아냈다. 전반 44분 반 라 파라의 슛도 골대를 맞고 나오며 위기를 벗어났다. 결정적 슛들이 골로 연결되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두 손을 모아 세리머니를 펼치는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후반 12분 중앙에서 치고 올라오던 알리가 왼쪽에서 공간을 만든 손흥민에게 패스를 내주자 여유롭게 슛을 날리며 ‘한국인 유럽리그 최다골’을 경신했다. 골을 넣자마자 손흥민은 흥분하지 않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며 고메스에게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심을 담은 손흥민의 모습은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 진정성을 누구도 의심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차범근의 기록을 넘어선 손흥민은 첫 골을 넣은 지 4분 뒤 대니 로즈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손흥민에게 땅볼 크로스를 하자 가볍게 넣어 3-0까지 앞서 나갔다.

손흥민은 후반 30분 라이언 세세뇽과 교체되어 나갔다. 해트트릭보다는 다음 경기가 더 중요한 토트넘이니 말이다. 손흥민의 몸은 여전히 가벼웠다. 상대를 파괴할 수 있는 강력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왜 손흥민이어야 하는지 즈베즈다 경기는 다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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