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역점사업 중 하나인 ‘데이터 경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데이터 경제’는 개인정보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는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핵심은 기업의 개인정보 이용 권한 확대다. 정부는 금융·통신 분야에서 이용자의 개인정보 이동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일명 빅데이터 3법이다.

<데이터 3법의 위험과 정보인권 보장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이에 전문가들은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데이터 3법의 위험과 정보인권 보장 토론회>에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데이터 경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의 문제가 동시에 있다”며 “개인정보 활용을 위해 보호의 측면을 희생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접근방식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오병일 대표는 “물론 개인정보 보호가 절대적 가치가 아닐 수 있다”면서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가 양보 되어야 할 때는 고위공직자의 재산 공개 등 공익적인 차원이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된다면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과학적 연구에서는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겠지만, 기업의 사적 이익을 위해 개인이 권리를 제한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병일 대표는 “해외에는 경제적 이유를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가 없다”며 “공공기관이 학술·연구 목적을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할 때는 촘촘한 법률과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한국은 그런 기준이 없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합의가 안 됐는데 왜 한국이 과감하게 하려고 하나”라고 질타했다. 오병일 대표는 “현재 개인정보 제공에 대해선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데이터 3법’이라는 걸 강행하려 한다”며 “사회적 합의 없이 법을 강행한다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병일 대표는 데이터 3법 권고작업을 실행 중인 4차산업혁명위원회(위원장 장병규)에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앞서 4차산업위는 데이터 3법 등 개인정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장병규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병일 대표는 “확실하게 하고 싶다. 해커톤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다는 건 왜곡이고 거짓말”이라면서 “현재 성명을 내고 4차산업위, 행정안전부에 사과를 요구하는 문건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최종연 참여연대 정보인권사업단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빅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허상”이라면서 “국내 데이터 관련 기초기술이나 응용기술의 연구수준이 미국·독일 등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 때문에 데이터 관련 기술연구가 제때 이뤄지지 못했던 탓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최종연 변호사는 “결국 데이터 규제 혁신은 돈 문제”라면서 “현행 체계 안에서도 기업은 개인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으면 개인정보 이용이 가능하다. 기업들은 동의를 받지 않고 고객들의 정보를 쓰고 싶어 한다”고 꼬집었다. 최종연 변호사는 “산업계와 학계 일부에서는 데이터를 4차 산업혁명의 ‘원유’라 부른다”며 “이 원유를 돈을 주지 않고 쓰고 싶은 것이 산업계의 욕망이다. 정부가 말하는 데이터규제혁신이 원유의 활용에 방점을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정현 사무금융노조 교육국장은 “한국에서 수많은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정보유출 사고로 망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면서 “미국 등 해외는 정보유출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묻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정현 국장은 “문재인 정부의 개인정보 정책은 기업의 책임을 약화하고, 상업적 목적으로의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이라고 규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토론회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들은 “개인정보는 안전하게 보호되어 활용될 것이다”,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성열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융합신사업과 사무관은 “데이터 3법은 과기부의 소관이 아니다. 우리는 빅데이터 활성화 정책을 펴는 곳”이라면서 “현행법 내에서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활용이 동시에 진행되면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행정안전부 사무관은 “한 번에 좋은 대안을 마련할 순 없다”며 “시민단체와 산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토의하고 양보하면서 합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영 금융위원회 데이터정책과장은 “(개인정보 규제 완화는) 빅데이터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규정도 강화했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가능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임종철 방송통신위원회 사무관은 “데이터 3법은 방통위 소관 법인 정보통신망법이 개인정보 보호법에 흡수되는 방향이다. 할 말이 없다”면서 “대신 통합 개인정보 보호법 안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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