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심사 국면에서 KT의 사전동의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2011년 CJ헬로가 알뜰폰 사업을 시작하며 KT와 체결한 계약 내용 중 '피인수·피합병 시 상대방에게 사전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문제로 떠올랐다. CJ헬로 측의 재정신청을 접수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의결을 보류하고 양측 합의를 요구했다.

방통위는 6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CJ헬로가 KT를 상대로 개정을 요구한 '전기통신서비스 도매제공에 관한 협정서' 재정에 관한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CJ헬로는 2011년 알뜰폰 사업을 시작하며 KT와 도매계약 조건과 관련한 협정서를 체결, 'CJ헬로가 피인수 또는 피합병될 경우 3개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서면 통지와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 초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CJ헬로 측은 사전통지, 사전동의 등을 KT에 구하지 않았고, 양사간 논쟁이 불거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CJ헬로 측은 사전동의 규정을 기업 경영권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한다. 특히 인수합병 국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면, KT는 사전동의 제도는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면서 인수합병 시 KT의 망 도매가, KT가입자 개인정보 등 영업비밀과 이용자 정보가 경쟁사로 넘어갈 수 있어 충분한 사전 협의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CJ헬로는 최근 방통위에 사전동의 조항을 삭제해달라는 재정신청을 냈다.

이날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CJ헬로 측과 KT 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조강호 CJ헬로 모바일사업부장은 "영업비밀이 경쟁사로 넘어간다는 주장은 기우다. 이용자 보호 방안도 당연히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게 기본생각"이라며 "SKT 가입자든 KT가입자든 동일한 저희의 가입자라고 생각하지 경쟁사의 가입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T 측 법률대리인은 "사전동의 때문에 M&A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의없이 M&A 하지 말라는 취지는 절대 아니다"라며 "사전동의를 받지 않고 진행됐을 때 협정서 위반으로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M&A 자체에 효력이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방통위는 일단 의결을 보류하고, 합의를 요구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규정 효력 범위와 무관하게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사후 발생할 분쟁을 예방하는 부분이 있다"며 "오늘 결론을 내리기보다 안건을 뒤로 미루고 당사자 간 협의를 더 진행해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회의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해당 협정서 조항과 관련한 주요 쟁점들을 검토해 차기 회의 때 의결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방통위는 협정서 내용 중 '해지 사유 발생 시 1개월 이내에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예기치 못한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 방안 마련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함께 판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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