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V2>에서 불법촬영범죄를 희화화한 자막을 노출시켜 논란이다.

지난 4일 ‘마리텔’에서 개그맨 지상렬과 노사연, 노사봉 자매가 출연해 부부의 고민을 듣는 ‘사랑과 전쟁’을 진행했다. 의뢰인은 전화 연결 도중 “남편이 제 사진을 몰래 찍어 SNS에 올린다”고 말했고 패널들은 “예쁜 사진을 올리는 거에요?”라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자막에는 실시간 시청자 반응이 올라왔는데 그 중 “이번에 몰카 범죄야?ㅋㅋ”라는 자막이 쓰였다. 사연 의뢰인은 개그맨 강재준, 이은형 부부로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촬영해 올린다는 내용이었으나 방송 이후 자막 사용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채팅장에 올라온 시청자의 의견이지만 자막은 제작진이 선별해서 사용하는데 굳이 불법촬영범죄를 희화화하는 자막을 사용했어야 했느냐는 지적이다.

지난 4일 방송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V2>화면 (출처=MBC)

페이스북 페이지 ‘젠더 뉴스 읽기’에는 6일 “마리텔에서 불법촬영범죄를 희화화하는 채팅창 의견을 자막으로 내보냈다"며 "마리텔 채팅창에는 수천 수만개의 글이 올라오고 제작진들은 그 의견 중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것 몇 개만 선정해 자막으로 만든다. 마리텔 제작진은 저런 자막을 필터링 없이 손수 선정하여 방송에 내보냈다”는 비판글이 게재됐다. 게시물 작성자는 “공영방송인 MBC는 큰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며 “MBC에 전화 걸어 관계자 징계, 사과문 발표,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자”고 제안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190여개가 넘는 '좋아요' 버튼이 눌렸다.

MBC 시청자위원인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몰카는 범죄다. 재미를 위해 시청자 반응을 자막으로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범죄 용어는 미리 걸러냈어야 한다. 방송 윤리뿐 아니라 인권과도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리텔'의 반복되는 자막 논란에 대해서는 “공영방송이 유튜브 등 개인 방송을 따라가려다 보니 중심을 못 잡는 것 같다”며 “마리텔 시즌1이 끝나고 시즌2가 시작되는 사이에 유튜브 시장이 확 넓어졌다. 개인 방송의 재미를 쫓아가려다 보니 방송에서 지켜야 할 부분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텔’의 자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C ‘마리텔’은 지난 6월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를 두고 ‘트랜스 대한 가나인’이라는 자막을 내보내 논란이 됐다. ‘트랜스’라는 표현은 온라인상에서 성소수자를 조롱하고 비하하려는 의도로 사용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트랜스젠더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트랜스해방전선’은 “트랜스젠더를 유희 거리로 삼는 MBC의 혐오 장사를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현재 해당 건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심의에 관한 ‘인권보호’, ‘양성평등’규정을 적용해 의견진술을 앞두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