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안현우 기자] 김명중 EBS 사장이 EBS 노조가 해임하라고 요구한 박치형 부사장에 대해 결단을 내렸다. 불가피한 경영상의 이유라는 근거로 해임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사필귀정이며 이로써 EBS 노사 갈등이 일단락되는 것일까? 김 사장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다. 노조는 7개월 동안 머물렀던 EBS 1층 로비를 지난 1일 비웠다.

하지만 EBS 내외부에서는 김명중 사장, 노조위원장도 모두 물러나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명중 사장은 박 전 부사장 해임을 불가피한 경영상의 이유라고 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노조의 해임 요구를 수용했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EBS노조는 박 전 부사장에 대해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중단 사태의 책임자라며 김 사장에게 해임을 요구했다.

김명중 EBS 사장

진실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다만 박 전 부사장이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중단 사태의 책임자라는 노조 주장에 대해 EBS라는 공조직이 내린 결론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EBS 감사실은 반민특위 다큐 제작 중단을 위한 보복성 인사 여부에 대해 상반된 쟁점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사실 여부를 판단할 결정적 단서 등을 확보할 수 없는 조사상의 어려움으로 ‘확인 불가’ 결론을 냈다.

이 같은 특별감사 결론에 대해 김명중 사장은 별도의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또한 특별감사 결론과 무관하게 EBS노조의 해임 요구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조직의 수장이 특별감사의 결과를 부정하고 오히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 됐다.

김명중 사장이 소송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박 전 부사장이 해고 무효 소송에 나설 게 뻔하다. 또한 현재 김 사장은 부서장 면직 사건으로 지방노동위원회를 상대하고 있다. 부서장 면직 요구 또한 노조의 요구였다. 김 사장은 취임 3개월 만인 지난 6월 자신이 임명한 부서장 9명에 대한 면보직을 단행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만사라는 인사 문제에 대해 인사권인 김 사장이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주 불거졌던 김명중 사장 사퇴설도 빼놓을 수 없다. EBS 공식 입장은 사실무근이라고 한다. 하지만 EBS 내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것을 종합해 보면 지난주 김 사장이 박치형 전 부사장에게 자진 사퇴를 설득했으며 박 부사장이 거부하자 자신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또한 예정에 없었던 부서장 회의를 소집해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부서장들의 사퇴 만류가 있었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자신이 임명한 박 전 부사장의 자진 사퇴가 그만큼 절실했다는 얘기쯤 된다.

EBS노조는 4일 박치형 전 부사장 해임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제작거부와 총파업을 불사하며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의 자율성을 수호하겠다는 EBS 구성원의 굳건한 의지와 인내로 일군 위대한 승리였다”고 총평을 했다.

또한 EBS노조는 “사태는 일단락되었으나 애초에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은 김명중 사장”이라며 “사장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다.(중략) 노조는 사장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마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때에 따라 알고 모름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한 발 나아가 김 사장 도덕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거칠 게 없게 됐다. 현재 EBS 노사는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사측은 삭감, 노조는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상파방송 경영 상황과 관련해 “하느님이 사장으로 온다고 하더라도 제자리로 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진단에서 EBS 사장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해당 칼럼이 게재된 이후 부서장 면직 건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달 23일 청구 기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지노위의 결정문이 신청인 물론 피신청인에게 전달되지 않았으며 또한 결정문이 도착한 이후 10일 이내에 재심 신청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원문 수정 대신 별도의 처리를 통해 이를 알립니다. 널리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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