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의당에 입당하면서 일각에서 '철새'라는 비판이 이는 데 대해 김종대 정의당 수석 대변인은 이 전 의원이 민주당에도 입당신청을 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2012년 당시 새누리당만이 이 전 의원을 영입했었고, 이는 오히려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들이 선수를 뺏긴 것으로 '철새' 등의 비판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김 수석 대변인은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난해 이 전 의원을 만나 나눈 대화를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게 전했고, 이후 당대표가 된 심 의원이 이 전 의원에 직접 영입을 권유했다고 영입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수석 대변인은 "2012년 19대 국회 때 솔직히 새누리당 공천이 훌륭했다. 그 때 탈북자 출신, 이주민 공천을 했던 걸 봤을 때 한국당이 당시 나름대로 개혁의 면모를 보였던 건 사실"이라며 "(이 전 의원이)민주당에도 입당신청을 했는데 민주당에서는 안 받아줬고, 그래서 새누리당으로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의 정의당 영입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 전 의원의 당적 등을 문제삼고 있지만 이 같은 비판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김 수석 대변인은 "새누리당 비대위 체제 때, 진보를 자처하는 우리가 해야 될 일의 선수를 뺏겼다"며 "반짝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던 건 사실이고, 그런 면에서 이 의원이 당시 새누리당에 들어갔다고 하는 것은 이 사회에서 이주민 운동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권력이 필요했고, 그래서 선택을 한 것"이라며 이 전 의원의 선택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이주민 권익을 대변하는 인물로서 새누리당 당적을 지닌 이 전 의원을 영입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의에 대해 김 수석 대변인은 "우리 정치가 이 의원에게 빚을 지고 있다. 혼자 십자가를 지게 했다"고 답했다. 이주민의 권리를 대표하는 인물이 이 전 의원밖에 없는 건 아니지 않느냐는 일각의 비판이 제기되지만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 등 관련 법안의 총대를 메고 갖은 비난을 받았던 이 전 의원에게 상징성이 있다는 게 김 수석 대변인의 입장이다.
김 수석 대변인은 이른바 '이자스민법'으로 불리게 된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 등이 기존 법률과 국제 기준에 비춰봤을 때 상식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주민 여성인 이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나서게 되면서 전천후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수석 대변인은 "이자스민 의원 법이 아니더라도 이미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정, 또 국제적 난민이 된 어떤 새로운 2세대들은 우리 사회가 일정정도 포용으로 가는 데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야가 될 문제였다"면서 "그런데 이걸 이자스민 의원 혼자에게 떠맡기고, 다 비난하기 바쁘고, 그렇게 모진 고난을 감내하게 했다는데 상당히 빚을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의 정의당 행에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2일 SNS에 "민주당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은 참 안타깝다. 소수자를 대표해야 한다는 진보적 가치를 놓쳤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썼고,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우리 주위에 있는 너무도 소중한 인재를 일회성으로 소비만 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고 썼다. 이 전 의원이 지닌 상징성과 그를 영입하고도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은 한국당에 대한 비판을 엿볼 수 있는 정치권 내 반응이다.
한겨레는 4일 사설 <이자스민 정의당 입당, '이주민 권리' 생각 계기로>에서 "일부에선 '철새'라고 비판하는 등 여러 말이 나오는데, 그보다는 정치권과 우리 사회가 이주여성 등 소수자의 대표성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그런 변화를 가속할 책임은 먼저 정치권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여야 모두 인재 영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밀실 영입, 철학 없는 외부인사 영입 등의 비판이 정의당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4일 경향신문은 <여야 '리더'들의 흠집 난 리더십… 목소리도 사라졌다>기사에서 "(정의당의)최근 이자스민 전 한국당 의원, 정혜영 영화감독, 권영국 변호사 등 유명인사들의 입당 과정도 밀실 영입 논란에 휩싸였다"며 "심 대표가 독단적으로 인재 영입을 설계하고 처리했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을 표방하면서 기성 정당들과 다를 바 없이 총선 전 '깜짝 영입'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경향신문 <여야 '간판 인물' 내세우기 경쟁… 외부 수혈, '선거철 소비'에 그쳐>기사에서 복수의 정의당 관계자는 "표를 얻기 위해 유명한 사람을 영입한다면 정당과 당원은 왜 존재하는 건지 모르겠다", "당내에도 이주노동자 문제 등 각종 이슈와 관련해 활동하는 당원이 많다. 선거 때마다 이런 식이라면 민주당·한국당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