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정수장학회(옛 부일장학회)의 창립자 김지태 씨의 유족이 나경원·곽상도·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앞서 나경원·곽상도·민경욱 의원은 김지태 씨를 두고 ‘골수 친일파’, ‘친일행각을 벌인 자’라고 말했다.

김지태 씨는 기업인·언론인이다. 김지태 씨는 1949년 부산일보를 인수했으며, 1961년 한국문화방송(현 MBC)을 개국했다. 김지태 씨는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설립했다.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 지분 100%, MBC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는 배경이다.

(사진=연합뉴스)

김지태 씨는 1962년 재산해외도피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체포됐다. 이후 김지태 씨는 부일장학회, 부산일보, 한국문화방송의 운영권 포기각서를 썼다. 부일장학회는 5·16 장학회, 정수장학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정수장학회의 ‘정수’는 박정희와 육영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일장학회, 친박 원로 김기춘·현경대는 5·16장학회 장학생이었다.

나경원·곽상도·민경욱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김지태 씨를 친일파라 지칭했다. 곽상도 의원은 3월 15일 의원총회에서 “동양척식주식회사 직원으로 입사해 부를 축적한 김지태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취소소송에서 문재인과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로) 나서 전부 승소했다”면서 “누가 친일파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7월 2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친일파 후손들은 민주당에 더 많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친일파 후손의 재산환수 소송 변호사도 했다”고 말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문 대통령) 부친은 일제시대에 공무원을 지내며 곡물 수탈을 도왔다는 의혹이 있고, 본인은 국가를 상대로 한 골수 친일파 김지태의 후손이 제기한 세금 취소 소송의 변호인을 맡아 거액 승소했다”면서 “번듯한 친일파 가문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김지태 씨를 친일파로 규정하는 이유는 동양척식주식회사 근무 경력 때문이다. 김지태 씨는 20살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입사해 5년간 근무했다. 이후 울산에 토지 2만 평을 불하받아 재산을 꾸려나갔다.

하지만 김지태 씨가 친일 행적을 했다는 명백한 근거는 없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 친일명단·친일인명사전에는 김지태 씨가 수록되어 있지 않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2012년 대중강연에서 “김지태씨가 친일파였다는 이야기는 정수장학회와 새누리당이 만들어 낸 거짓말”이라면서 “동양척식주식회사에 근무한 것은 맞고 떳떳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해방 이후 친일파 규정 기준에 비춰보면 동양척식주식회사의 간부가 아닌 말단 직원을 친일파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29일 김지태 씨 유족은 나경원·곽상도·민경욱 의원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유족 측은 “국가기구 혹은 민간단체에서 조사해 만든 친일파 명단에 단 한 번도 이름이 거론된 적이 없다”면서 “고인은 독립운동단체 신간회의 간부를 역임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피고소인들이 국회의원이라고는 하나 민주주의의 본질 및 기능과 무관하게 사자 혹은 다른 사람의 명예를 마구잡이로 훼손하는 행위는 면책특권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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