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MBC 내부에선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서로를 향해 겨누는 총격과 폭탄만 없을 뿐, 전쟁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영방송’을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바로 “좋은 친구” MBC다.

김재철 사장의 지난 1년여 행보를 돌이켜 봤을 때, 진정 ‘좋은 친구 MBC’라는 슬로건에 맞는 모습을 보였는지는 의문이다. 1년 내내 MBC구성원들과 잦은 마찰, 충돌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는 받기 어려울 듯하다.

▲ 19개 지역MBC노조가 2월23일 오후 2시, 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지역MBC 통폐합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송선영
특히, 지역MBC를 향한 김 사장의 행보는 논란 그 자체였다. 지난해, 진주-창원MBC를 시작으로 ‘광역화’에 대한 포부를 밝히며 광역화 절차를 밟았지만,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구성원과 지역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도 광역화를 강행한 MBC는 당초 지난해 말 정도면 진주-창원MBC 통폐합이 완료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 ‘보류’로 통폐합 성공 여부는 현재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재철 사장은 더 나아가 오는 2013년까지 광역화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올 해, 강릉-삼척, 청주-충주MBC에 겸임 사장을 발령하면서 통폐합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했다. 구성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9개 지역MBC에 속한 노조원 뿐 아니라 서울MBC노조도 ‘통폐합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지금, 지역MBC노조원들은 치열하고도 처절하게 ‘통폐합 반대’를 외치며 투쟁을 하고 있다.

<미디어스>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서 김창식 언론노조 MBC본부 춘천 지부장을 만났다. 왜 그토록 지역MBC 통폐합을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였다. 약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동안, 그가 강조한 것은 확고했다. 현재 MBC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광역화라는 이름을 쓴 ‘지역MBC 강제 통폐합’이라는 것. 또, 이 과정에는 지역방송과 지역 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창식 지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김창식 언론노조 MBC본부 춘천 지부장
지역MBC 통폐합 문제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지역MBC 구성원들이 왜 통폐합을 반대하고 있는 지 설명해 달라.

= 먼저 지역MBC 통폐합과 광역화, 이 두 가지 용어에 대한 규정부터 해야 할 것 같다. 19개 지역MBC 일부를 합해서 더 넓은 권역을 주고, 한 데 묶어내겠다는 게 통폐합 또는 광역화다. 광역화에 대한 논의는 역사가 오래됐다. 오래전부터 논의가 있었다. 지난 2005년 최문순 사장 시절에도 글로벌MBC를 표방하면서 그 일부로 광역화를 검토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광역화가 아닌 강제 통폐합으로 규정한다. 과거에는 광역화 성공 조건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고, 객관적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았기에 논의, 점검만 했다. 그러나 지금 지역MBC 통폐합은 지난해 진주-창원MBC를 시작으로, 올 해 강릉-삼척, 충주-청주가 대상이 되었다. 오는 2013년까지 광역화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한 김재철 사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방송의 기능, 방송 종사자와 시청자에 대한 고려와 배려는 담겨있지 않다. 그렇기에, 지금의 강제 통폐합은 광역화와는 다르다.

사실 통폐합 대상이 되는 지역MBC 노조원들로서는 충분히 반발할 만한 사안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은 전 지역MBC노조 및 구성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 이번 통폐합 문제는 각 지역MBC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MBC를 기반으로 하는 전국 20개 각 지역 MBC 입장에서 통폐합을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

지난해 진주-창원에 이어 통폐합이 확대되고 있고, 내년에는 더 확대할 것이라고 김재철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에서 보고했다. 2013년까지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마무리하겠다고 했기에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다. 공영방송 체계는 방송 철학, 정책과 관련돼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면 국가 정책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개별적으로 MBC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대상은 아닌 거다. 그렇기에 이 광역화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현재 MBC는 ‘과거부터 광역화를 꾸준히 논의했기에, 현재 통폐합 절차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사측에서는 광역화 논의가 돼 왔다고 이야기 하지만, 지금과는 논의 방향과 출발이 달랐다. 역으로, 당시에 충분한 조건을 갖고 검증되었다면 왜 진행이 안 됐겠나. 진정, 지역방송에 발전이 된다면 왜 MBC 스스로 선택을 하지 않았겠나. MBC는 통폐합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끝났다고 하지만,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분명하다면, 전부 공개하고 학계 등으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한다. 진주-창원 통합과 관련해서도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는 없다. 우리들은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MBC는 과거 광역화를 추진했을 당시와 관련된 자료를 내놓고 검증이 되었다고만 이야기하고 있다.

▲ 19개 지역MBC노조가 2월23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에서 김재철 사장 규탄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송선영

“김재철 사장, MBC를 시장 친화적 방송으로 만들려 해”

그렇다면, MBC는 왜 지역MBC 통폐합을 추진한다고 보는가?

= 현재 MBC가 보이고 있는 행보와 지역MBC 통폐합은 별개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김재철 사장은 방송의 연성화, 시사 보도프로그램 폐지 또는 퇴출 등을 통해 시장 친화적인 방송을 만들려고 한다. 조직 운영과 관련해서도 노동조합의 힘을 파괴하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즉, 전반적으로 시장화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MBC가 현 체제를 부정하고, 방송 사영화로 가려하는 전단계라고 본다. 이러한 움직임과 지역MBC 통폐합은 관련이 있다. 지난해 진주-창원MBC 겸임 사장이 된 김종국 사장은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을 하고 있다. 결국, 통폐합을 통해 노동착취적인 구조를 만들어 시장 친화적인 지역MBC를 만들어 놓자는 게 의도라고 본다.

MBC가 지역 노조원들의 출입을 막아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냈다. 각 지역MBC에 공문을 보내 노조원들이 상경 투쟁을 위해 연월차 휴가를 낼 경우 이를 허가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과거, MBC가 이런 적 있었나?

= 제 기억에는 없다. 초유의 일이다. 법원에서 아직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음에도, 사측은 가처분 신청을 한 것만으로 노조원들의 행동이 불법인 것처럼 주장했고, 합법적인 의사 표시 자체를 제한했다. 있을 수 없는 일로, 이는 부당 노동행위다. 사측이 불법적으로 노조 활동 막고 있는 것이다.

나도 정말 궁금하다. 왜 그러는지. 김재철 사장이 연임을 통해 힘을 얻었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 같다. 지난해 단체협약을 해지하고, 고소 고발 등을 통해 노조의 힘을 무시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것 같다. 이러한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연임했다고 보고.

김재철 사장의 지역MBC 정책에 대해서 한 마디 한다면?

=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지역MBC의 자율성을 철저하게 말살시켰다. 지역MBC가 추구하는 가치는 서울MBC가 추구하는 가치와는 분명 다르다. 지역MBC의 사명과 역할은 서울과는 다르다. 같은 정책을 들이댈 수 없다. 19개 지역MBC가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지역MBC 사장들에 대한 개별 평가, 간섭들을 통해 지역MBC의 자율성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각 지역MBC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 지역에 있는 시민들을 만나면 지금 지역MBC의 역할이 ‘100점’이라고 말 못한다. 더 노력하고 나아가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지역민의 입장에서 호흡하는 방송사라는 사실은 대부분 시청자들이 인정해 주실 거다. 지역문화 발전과 여론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있을 때에는 잘 몰라도 없어지면 표가 나는,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지역민들이 나서서 지역MBC를 지켜야 할 때다. 그 모습, 지난해 진주에서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진정한 지역MBC 주인으로서 시청자들께서 자각하시고, 회초리를 들어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시기를 부탁드린다. 지역방송 자체를 아끼고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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