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겸영, MBC 민영화 등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추진하는 미디어정책이 지나치게 '시장주의'에 쏠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미디어 전반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를 통해 미디어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공미디어연구소'(가칭)가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54개 단체의 연대기구로 출범한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약칭 '미디어행동')의 싱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맡게 될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 미디어정책에 대응해 본격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 의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초대 이사장은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이기도 한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맡고, 초대 소장은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이 맡는다. 한국PD연합회 정책국장으로 일했던 김동준씨가 실장으로 활동하며 언론개혁시민연대에서 각각 신문·통신팀장과 정책실장으로 일했던 도형래씨와 윤익한씨가 연구원으로 합류했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둥지를 튼 공공미디어연구소에서 김동준 실장을 만났다.

▲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준 실장. ⓒ곽상아
- 공공미디어연구소를 설립한 동기가 궁금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에서 정책기능이 너무 약하다는 자체 판단을 했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미디어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미디어 전반에 대한 정책을 양산하고 판단하는 싱크탱크(think tank)가 필요하기도 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이명박 정권의 시장주의 방송정책에 대응해 미디어의 공공성을 수호하고 확대할 싱크탱크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만을 대항해 만들진 않았다. 국민의 눈과 귀나 마찬가지인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전략을 짜는 게 우리의 목표다."

"본격적으로 정책 제안, 전략·전술 짜겠다"

- 시민운동 차원의 연구소는 처음인가.

"문화연대에도 문화와 경제, 사회, 정치를 연구하는 부설 연구소인 문화사회연구소가 있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소들은 본격적으로 정책을 제안하고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발간하는 부분에서는 약했다고 생각한다. 정당 소속이 아닌 시민단체에서 급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대응할 수 있도록 평소부터 전략을 짜는 연구소는 우리가 처음인 것 같다."

- 현재 연구하고 있는 작업은 무엇인가.

"지난 6개월간 'MBC 민영화에 대한 대응방안 연구'를 작업했다. 한나라당의 MBC 민영화 주장 근거에 대한 반론과 해외 사례가 중심 내용이다. 'MBC 민영화'는 ‘경쟁체제의 극대화’를 의미한다. MBC가 민영화되면 초창기에 시청률이 안 좋았던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이 못 나온다. 프랑스의 TF1도 원래 공영방송이었다.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민영화시켜버렸는데 민영화로 인한 경쟁이 방송사의 편성 관행과 제도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주 시청 시간대는 주로 외국산 픽션물로만 채워졌으며, 방송법이 자국산 프로그램의 편성 쿼터를 법 조항으로 도입하는 규제적 조치가 취해지기도 하였다. 각종 시사 토론 및 교양 프로그램은 심야 시간대로 밀려났다. 이 시기 프랑스의 민영방송에 의해 촉발된 경쟁은 결코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질적 수준을 보장해 주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MBC가 민영방송이 되서 다양성과 창의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렇게 된다는 근거가 희박하다.

후속작업으로 시민사회나 MBC 내부에서 여론화 작업을 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언론재단에 'ABC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신청한 상태며 '공공서비스 방송에 대한 한국적 적용방안(가제)'에서 신·방 겸영의 타당성도 연구할 예정이다."

"시민들이 인수위 방송정책 심각성 모르는 이유는 언론이 그대로 받아적기 때문"

- 참여정부와 비교해 이명박 정권의 방송정책을 평가한다면.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그다지 많았던 것 같지는 않다. 참여정부에서 그나마 '유지'해왔던 것을 이명박 정부가 '시장의 관점'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참여정부 때보다 더욱 우려스럽긴 하다. 시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는데 말이다. 신·방겸영, 신문법 폐지, MBC 민영화 등 인수위의 언론정책은 언론계를 완전히 뒤엎으려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들은 이에 대해 체감정도가 낮다. 피부로 와닿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언론이다. 여론을 독점하고 있는 조·중·동이 인수위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 적고만 있는데 시민들이 어떻게 알겠나."

2월 말 개소식, 3월 중순 홈페이지 오픈…"강한 책임감 느껴"

- 그동안 미디어 연구를 많이 해 왔는데 미디어정책이 가장 잘 돼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딘가.

"모든 나라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영국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의 공공성에 대한 가치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자리잡아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 이런 개념도 정치권·기업 쪽에서 확고하게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방송위원선임의 경우 나눠먹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영국은 제도적으로 자격요건이 엄격해서 좌파 정당에서 추천하건 우파정당에서 추천하건 객관적으로 고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방송의 공공서비스 개념도 영국에서 나와 확돼됐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언론계의 주목이 약간 부담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끊임없이 연구 인력을 배출하려 한다. 아직 영입이 결정된 활동가는 없지만 언론연대 활동가들과 연계해서 연구 인력으로 키울 생각이다. '교육'에도 주력하려 한다. 교육담당 인력을 배치하고 외부강사를 활용해 단기적으로는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장기적으로는 시민들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연구소의 정확한 이름은 설 연휴가 지나고 정할 생각이다. 개소식은 2월 말에 하고 홈페이지는 3월 중순경 공개한다.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우리가 그동안 작업했던 보고서, 연구소 이사장·소장의 칼럼 등 자료를 많이 구비할 계획이다.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해 나가겠다. 지켜봐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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