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디지털기업 과세 문제는 세계적인 숙제다. 이들 기업은 해외에서 막대한 수익을 기록하지만 법인세 등 세금은 내지 않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은 제기되지만 해결은 요원하다. 안창남 경남대 교수는 "글로벌 기업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분담하게 하고, 세금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디지털기업의 한국 내 매출액은 천문학적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태희 국민대 교수는 지난해 한 세미나에서 구글이 한국에서 거둔 매출액에 최대 4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코리아는 정확한 매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디지털기업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디지털기업은 한국에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해외 기업에 세금을 물리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구글 서버는 싱가포르에 있어 정확한 매출액 규모가 드러나지 않는다. 구글은 한국에 부가세를 납부하지만, 부가세는 구글 유료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내는 세금이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디지털기업 과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안창남 경남대 교수는 법 개정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기업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창남 교수는 “글로벌 디지털기업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법인세를 내고 있지 않다”면서 “현행법을 대폭 개정해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창남 교수는 “디지털 경제는 지적재산권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재산세 과세 대상은 토지, 건물 같은 유형 재화에 한정하고 있다”면서 “지적재산권 같이 수익을 창출하는 무형재화를 재산세 과세 대상에 포함해 차별과세를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남 교수는 글로벌 디지털기업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분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창남 교수는 “공평성 차원에서라도 국내 방송광고업자가 부담하는 방발기금을 글로벌 디지털기업의 광고 수입에도 부담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창남 경남대 교수 (사진=미디어스)

안창남 교수는 OECD, 프랑스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실제 OECD는 2015년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에 대한 공동대응방안 마련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소비국가의 과세권 강화, 조세회피 방지 등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디지털기업 포함 여부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프랑스는 올해 디지털 서비스세를 마련했다. 7억 5천만 유로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디지털 기업의 매출액 3%를 세금으로 거두는 내용이다. 안창남 교수는 “영국은 2020년, 독일은 2021년 디지털 서비스세를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또 프랑스는 2017년부터 유튜브 광고수입 2%를 세금으로 징수하고 있다. 이 재원은 영상 창작지원금으로 활용된다”고 밝혔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페이스북·넷플릭스의 부가통신사업자 등록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상 센터장은 “구글, 페이스북 등은 한국 동영상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강자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이들 기업이 한국에서 활동하려면) 신고가 되어야 한다. 구글은 2006년 신고를 했는데, 페이스북·넷플릭스는 부가통신사업자 신고한 것(자료)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오상 센터장은 “부가통신사업자에 신고하지 않으면 징역과 벌금형을 받게 된다”면서 “글로벌 디지털기업은 (법의) 틀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식 경희대 교수는 “프랑스가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지만, 곧 (미국에) 통상압력이 들어올 것”이라면서 “국내에서 소득세를 개정한다고 해도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법 개정보다는) 기존 세금이라도 정확하게 해야 한다.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회계 감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세금 신설도 좋지만, 기존 매출 파악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디지털세가 시행되면 국내 토종 플랫폼이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구글·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협회다. 김재환 실장은 “새로운 디지털 시장에 따라 조세제도가 나와야 한다. 국제적으로 (조세를) 공평하게 적용하자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자칫 잘못하면 토종 플랫폼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고려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재환 실장은 “이중과세가 우려된다. 글로벌 기업은 자국에 법인세를 납부하는데, 해외(한국)에 법인세를 내면 이중과세”라면서 “이 부분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잘못하면 4차 산업혁명의 혁신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기업의 경쟁 원천은 가치 창출의 능력인데, 조세가 가치 창출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디지털기업 과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김정홍 기획재정부 과장은 “내년 1월까지 (OECD와) 디지털세의 기본골격에 대한 합의를 시도할 것”이라면서 “내년에는 골격에 살을 붙이는 세부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OECD 조약이 합의된다면, 조약 이행을 위한 국내 세법 개정작업도 병행하여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글로벌 디지털기업 과세,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는 이춘석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이뤄졌다. 발제자는 안창남 강남대 교수, 사회자는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이 맡았다. 토론자는 박종수 고려대 교수, 최민식 경희대 교수,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 김정홍 기획재정부 과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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