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MBC <비포&애프터 성형외과>의 한장면이다.

단막극은 꽤 오랫동안 방송사 내부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시쳇말로 잘해야 본전인 장르다. 제작비는 매해 상승하는 데 광고는 붙지 않는다. 자체제작 능력강화나 드라마의 다양성 측면에서 있으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지속하는 게 쉽지 않는 일이다. 연기자 섭외조차 힘들다고 한다. 개편 때마다 폐지논란이라도 일자면 여론의 뭇매를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후에 시청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언론 또한 작품별로 비판이라도 해주면 차라리 고맙다. 평소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는다.

MBC가 이 때 큰 결단을 내렸다. 결국 <베스트극장>을 폐지했다. 대신 시즌드라마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기존의 드라마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베스트극장>의 부활이 빨라질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래서 <베스트극장>을 대신한 <옥션하우스>와 <비포&애프터 성형외과>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다.

일단 <옥션하우스>는 단막극의 폐지가 드라마의 실험성 저하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씻는데 성공했다. 매회 색다른 연출로 보는 재미를 배가 시켰다. 미술경매라는 낯선 소재도 호기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대신 매번 억지스럽게 교훈을 주려는 듯한 방식이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전형적인 설정이 없지 않았다.

두번째 시즌드라마 <비포&애프터 성형외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딱 그만큼에 있었다. 뻔한 멜로가 아니라 성형수술이라는 주제로도 재미난 드라마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즐거운 기대와 함께,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식의 진부한 교훈을 줄까봐 걱정이 앞섰다.

5회까지 방송이 되고 보니 <옥션하우스>와는 또 다른 맛의 재미를 준다. 처음에 뚜껑을 열었을 때만해도 걱정했던 바가 현실로 펼치지는 줄 알았다. 겉으로는 돈만 밝히는 의사지만 실수로 환자의 얼굴을 망친적이 있어 메스를 들지 못하는 원장 한건수(이진욱 분). 독일에서 온 실력파 성형외과 전문의로 미용성형보다 재건성형에 관심이 많으며, 본인 또한 재건성형으로 새 삶을 찾은 것으로 보이는 의사 최용우(김성민 분). 이 두사람의 대결은 뻔한 감동을 줄듯했다.

거기에 <옥션하우스>가 차연수(윤소이 분)가 처음으로 경매회사에 취직하여 이야기가 시작됐듯이, <비포&애프터 성형외과>도 홍기남(소이현 분)이 이 병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스토리가 전개되어 구조가 유사하게 느껴진다.

다행스럽게도 <비포&애프터 성형외과>는 점점 물이오르는 중이다. 성형외과에 오는 다양한 환자들의 속내를 매주 잘 짚어주고 있다. 1회는 전신성형을 받으러온 아역배우, 2회는 취업 때문에 성형수술을 받게 되는 여고생, 3회는 함께 수술을 받으러 온 부잣집 엄마와 딸, 4회는 성전환 수술을 받으러온 할아버지, 5회는 유방확대 수술을 원하는 여자의 이야기 등이다.

주요 배역들의 이야기도 차츰 쌓이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병원직원들 뿐만 아니라 단역처럼 보였던 주변사람들까지 잘 활용하는 것이다. 한원장을 계속 괴롭히는 사채업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초기에 수술 문제로 최용우 의사에게 행패를 부렸던 사채업자의 처제가 5회에도 등장했다. 그녀는 "나야" 한 마디로 최 선생님을 진압시켰다. <비포&애프터 성형외과>를 계속 본 시청자라면 크게 웃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개성있는 연출도 많다. 두 의사들이 황당한 상황에 빠졌을때 어김없이 "오! 닥터"라며 깔리는 음악도 잔재미를 주고, 맨 마지막에 출연자들이 성형수술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것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쉬운 점은 매번 교훈을 준다는 데 있다. 반복이 되니 부담스럽다. 이는 성형이라는 소재가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5회 방송에서도 바람끼 많은 남편을 잡기 위해 유방확대 수술을 하겠다는 여자가 예상대로 후반부에 가서는 뭔가를 깨닫고 자신을 위해 수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쉬운일이 아니다. 시즌드라마는 1명의 PD와 1명의 작가가 만드는 시스템이 아니라, 여러명의 작가와 여러명의 PD가 짝을 맞춰 각회를 책임지고 만드는 식의 방식으로 제작중이다. 거기에다 뻔한 멜로가 아니라 성형수술을 소재로 사회풍자 코미디를 선보이겠다는 목표까지 달성해야 한다.

한단계식 성장하는 시즌드라마를 보고 있으니 반가운 마음이 크다. 제작진의 욕심과 의욕도 느껴진다. 다만 지금처럼 교훈까지 주려다가, 후반부에가서 스토리가 식상하게 느껴질까봐 걱정이다.

방송은 홈페이지(http://www.imbc.com/broad/tv/drama/bna/)에서 '유료'(500원/일반화질)으로 다시 볼 수 있다. 고화질도 평소보다 20% 싼 800원으로 볼 수 있다. 2월 29일까지 할인기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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