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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사망 보도 도넘어 "언론, 또다시 이성 잃어"논란 사진 붙이는 어뷰징 기사, 시신 수습 과정 보도 쏟아져...“고인의 인격은 숨진 후에도 클릭 장삿거리냐”
김혜인 기자 | 승인 2019.10.15 11:16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악성 댓글로 고통받던 가수 겸 배우인 설리(본명 최진리·25)가 14일 사망했다. 소속사와 유족은 빈소와 장례 절차, 조문객 취재 등을 비공개로 진행하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시신 수습 과정부터 빈소에 대한 정보가 언론을 통해 공개됐고, 최 씨의 죽음과 관련된 자극적인 보도들이 쏟아졌다.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한국기자협회가 제작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 따르면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사망소식을 보도한 속보에서부터 생전에 구설수에 올랐던 사진과 논란들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오후 5시 4분 연합뉴스가 최 씨의 죽음을 속보로 알렸다. 서울신문, 헤럴드경제, 톱데일리, 국민일보 등은 최 씨의 죽음을 전하며 생전에 구설수에 올랐던 사진을 사용했다. 누리꾼들의 비난이 일자 현재는 사진을 모두 바꾼 상태다. 

가수 겸 배우인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14일 오후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생전에 최 씨를 둘러싸고 일었던 논란을 부각한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국민일보는 오후 5시 35분에 올린 기사에서 “노브라를 주창해온”이란 표현을 썼고, 한국경제는 오후 5시 57분에 올린 기사에서 동일한 표현을 썼다. 

심지어 최 씨의 자택에 몰려가 시신 운구 모습을 보도한 기사도 나왔다. 더팩트는 <설리 사망, ‘시신 수습하는 경찰과 관계자들>보도에서 경찰의 시신 수습과정을 모자이크 처리해 보도했으며 뉴스엔, 마이데일리 등도 사진뉴스로 같은 장소에서 이를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인간답게 살자”, “시신 수습 사진을 찍는 게 제정신이냐”는 비난 댓글이 달렸다. 

관심끌기 위한 어뷰징 기사도 쏟아졌다. 중앙일보 인터넷 기사 <설리, 사망 하루 전 인스타그램에 고백 받았다고 자랑했었는데>, 이데일리 <설리, 자택서 숨진 채 발견 ‘그는 누구?’>, 충청리뷰 <설리, 인스타그램 ‘그 고백 받아주겠어’ 암시였나? 갑작스런 사망신고?> 등 최 씨가 사망 전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과 관련해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장례 절차를 비공개하겠다는 유족의 뜻에도 불구하고 빈소를 이니셜로 보도한 스포티비뉴스 보도는 또 하나의 어뷰징으로 활용되고 있다. 네티즌들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이름을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자 이를 두고 이데일리, 아주경제, 매일경제, 베타뉴스 등은 해당 기자가 화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있다.

일부 매체에서는 최씨의 죽음과 관련된 보도에 ‘자살 예방 핫라인’ 정보를 담는 등 이전과는 다른 보도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4일 오후 논평을 내고 “살아 있을 당시에도 언론의 클릭 장사에 자주 희생되던 고인의 인격은 숨진 이후에도 한낱 클릭 장삿거리에 불과하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언련은 “유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언론은 또다시 이성을 잃고 ‘사연 팔이’에 나섰다”며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최근 논란이 됐던 사진을 쓰겠다는 발상을 한 기자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는 저널리즘의 측면을 넘어서 인간에 대한 도의적 차원에서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몰상식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보도에 붙여진 부적절한 수식어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며 한국경제의 <종현 뒤따른 설리…하늘의 별되다>제목을 지적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자살을 합리화하거나 극적으로 묘사하면 안된다”며 예로 든 표현이 ‘벼랑 끝 선택’, ‘어쩔 수 없는 선택’, ‘마지막 탈출구’, ‘~이기지 못해 뒤따라 자살’등이다.

민언련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감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임과 동시에 먼저 사망한 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표현으로 이 상황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될 제목”이라 지적했다.

민언련은 뉴스 유통을 맡고 있는 포털에도 책임을 물었다. 민언련은 “유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을 다룬 뉴스들을 전할 때 언론이 이를 가지고 장사를 할 수 없도록 검색어 노출을 제한하거나 부적절한 사진 등이 사용되었을 경우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fx)로 데뷔한 최 씨는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로 고통을 호소하며 연예계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연기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팀에서 탈퇴했다. 최근 JTBC2예능 프로그램 ‘악플의 밤’MC로 출연하며 악플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성남 수정경찰서에 따르면 14일 오후 3시 21분쯤 성남시 자택에서 최 씨가 숨져있는 것을 최씨의 매니저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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