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상파의 위기, OTT의 약진 등 방송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방송 규제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송이 성장산업으로 여겨지던 80년대 만들어진 낡은 규제가 오히려 방송산업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10일 열린 ‘방송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 대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방송 규제개혁 토론회로 연구자들 사이에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래된 방송 규제를 어디서부터 개혁해나가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럽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11일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혁 대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이준웅 교수는 방송 사업자별로 나눠진 규제당국과 제도로 인해 규제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용자 중심의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방송산업 규제가 “비탄력적이고 중복적인데다 일관되지 않다”며 “상황이 변할 때마다 급하게 만들어진 법률과 시행령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법 개정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상파방송, OTT 등을 아우르는 시청각 매체 관련 법개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규제 당국의 구조조정이 필수”라고 말했다.

현재 방송 관련 규제 부처로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꼽을 수 있다. 방송·통신 등 사업자 기준으로 나눠 규제 당국이 늘어난 것이다. 이 교수는 사업자 기준이 아닌 시청자 권익 보호를 우선해 규제를 바꾸면 방송사업자들이 좋은 콘텐츠 제공을 위해 다양한 사업에 진출할 수 있고 규제의 합리성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미선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편성규제’를 지적했다. 심 교수는 “방송편성규제를 도입할 당시만 해도 지상파 영향력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 현재 지상파는 ‘황금알 낳던 거위가 달걀도 못 낳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상파에서 유료방송·인터넷 우위 시장으로 바뀐 상황에서 과도한 편성규제는 방송시장의 능동성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지상파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은 외주제작편성규제를 받는 대신 tvN과 같은 PP채널은 규제를 받지 않아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상파와 종편은 순수외주제작편성비율이 30%이지만 PP채널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심 교수는 “비대칭 규제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자체 제작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에 대한 순수외주편성비율 의무규제를 완화하고 주 시청시간대 의무편성비율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사의 주 수입원인 광고 역시 과도한 규제로 인해 방송사업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시훈 계명대 광고홍보학 교수는 “방송법에 따라 7가지 광고유형을 정해 규제하는 ‘형식 규제’와 더불어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규제하는 ‘내용 규제’ 등 너무 많은 규제가 콘텐츠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광고유형을 정하는 방송광고법을 폐지하고 방송 프로그램내 광고(가상광고, 간접광고, 중간광고)만 정의하는 등 사후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정부협찬광고’와 관련해 “대행수수료 10%를 언론재단에 지불하라고 하는데 이는 지역방송사의 어려움을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며 “협찬은 언론진흥재단을 경유하지 않도록 운영하는 것이 법 체계상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 주장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형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상파 경영이 악화됐다고 해서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답은 아니다. 순수 외주제작편성 비율을 완화시킬 경우 지금보다 불공정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기존 규제 완화보다는 방송사업자의 퇴출장벽을 완화하는 식의 방송산업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며 “방송산업 진입장벽이 낮아진 대신 규제당국이 방송 평가에 미달된 매체는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건전한 방송산업 경쟁공간이 만들어져야 방송산업의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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