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세계일보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을 인터뷰한 것을 두고 '피의사실을 앞장서 공표했다'고 보도했다.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는 '범죄수사 직무를 행하는 자'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피의자 인터뷰 자체를 문제삼는 것에 의문이 뒤따른다.

세계일보는 9일 온라인판 기사 <文 지적에도 불구… 유시민, 피의자 인터뷰로 피의사실 알렸다>에서 8일 유 이 사장의 김 차장 유튜브 인터뷰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권 남용을 언급하며 피의사실 공표 관행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상황에서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피의사실 공표 의혹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10월 9일 온라인판 기사 <文 지적에도 불구… 유시민, 피의자 인터뷰로 피의사실 알렸다>

세계일보는 이 기사에서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검찰권 남용을 언급하는 등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상황에서 유 이사장이 피의사실 공표에 앞장 서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서초동의 한 변호사' 발언을 인용했다.

세계일보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유가 어쨌건 간에 PC를 반출한 것 자체가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라며 '검찰은 가만히 있는데 여권인사와 피의자가 나서서 대통령이 하지 말라는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10일 지면기사 <유시민, 김경록 인터뷰 편향된 편집 의혹>에서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자기방어를 위한 일방적 주장이 특정한 시각에서 편집된 후 방송돼 유감"이라는 검찰관계자의 말을 인용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검찰권 남용을 지적하고 여권이 피의사실 공표 운운하며 검찰의 입을 막아놓은 상태에서 유 이사장이 편집된 영상을 통해 여론전을 선도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고 썼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은 해당 인터뷰의 내용이나 불거지는 논란들과는 별개로 수사 주체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형법상의 피의사실공표죄에 부합하지 않아 의문이 뒤따른다. 또한 이 같은 논리를 언론에 적용하면 범죄혐의가 불거진 수사사건 보도에 있어 언론의 보도 역시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문제는 '검찰발 보도' 의혹으로 이로 인한 무죄추정의 원칙 훼손과 피의자에 대한 유죄 낙인 및 압박 등으로 압축된다.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198조 는 검사, 사법경찰관리 기타 직무상 수사에 관계 있는 자는 비밀을 엄수하며 피의자 또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두 수사 주체에 관한 사항이다.

따라서 그동안 피의사실 공표 논란에서 모두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어 수사정보 역시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지난 10년간 피의사실공표죄 접수가 317건에 달함에도 기소는 한 건도 없었다는 통계는 피의사실공표죄의 사문화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피의사실 공표 논란과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은 수사기관이자 재판에서의 한 측에 속하는 검찰의 주장만을 '받아 쓴' 정황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피의사실 공표 논란과 맞물린 보도 논란에서 언론에 요구되는 것은 오히려 피의자, 피해자, 변호인 등 수사기관 바깥의 취재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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