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BC노조가 사측의 비상경영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비상경영방안에 인건비와 복리후생 삭감 등 조합원들의 희생만 담겨있어 동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는 8일 노보에서 “인건비와 복리후생 삭감 등 뺄셈만이 들어간 비상경영방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결의문을 채택해 사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진=MBC)

앞선 8월, 사측은 MBC본부에 비상경영방안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업무 추진비 삭감과 신입 채용 최소화 등 경비 긴축 방안, 일부 드라마의 폐지 등 프로그램 제작 효율화 방안, 임금체계와 근로복지기금의 개편 등 총 세 가지다.

MBC본부는 지난달 26일 대의원회의를 열고 비상경영방안 중 세 번째 ‘임금체계와 근로복지 기금 개편’을 받아들 수 없다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결의문에 “특별상여는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계속성, 정기성, 고정성 등을 고려할 때 MBC 구성원에게 마땅히 지급되어야 하는 임금”이며 “임금체계 개편이 MBC 구성원 전체의 무조건적인 ‘삭감’을 전제로 한다면 조합은 단호히 거부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MBC본부는 근로복지기금의 운영 개선과 관련해 과도한 삭감 목표를 미리 설정하는 방안은 거부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측이 제도 개선안을 제시한다면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4일부터 10일까지 MBC본부가 부문별 대의원 간담회를 연 결과,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비용 절감에 대한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회사의 노력이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임금부터 깎자는 비상경영방안이 무책임해 보인다”는 것이다.

비상경영방안이 ‘낡은 방식의 대책’이란 의견도 나왔다. 조합원들은 “2000년대 이후 세계 경제 불황과 광고 판매의 위기가 닥칠 때마다, 과거 경영진이 손쉽게 꺼내 든 것이 임금과 복리후생 삭감, 성과와 연동한 임금체계 개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MBC본부는 “‘나의 고통 분담이 그저 단기적인 문제 해결 수단으로 소모되는 것은 아닌가’란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고 전했다.

오동운 MBC본부위원장은 ‘본부장의 편지’에서 “회사가 먼저 일방적으로 우리의 소중한 임금을 거론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조직원들이 회사안을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로는 경영진이 명확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승호 MBC사장은 지난달 3일 사원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임금 문제까지 거론하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공영방송 MBC를 되찾기 위한 싸움에서 큰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여러분들에게 또 다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경영진으로서도 하고 싶지 않은 제안이지만 MBC의 존속을 위한 선택의 길에서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어 결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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