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 ⓒ미디어스
KBS 중견기자 3명이 오는 4월 9일 실시되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최근 잇달아 사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4월 총선행 티켓을 따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1TV뉴스제작팀 신성범 기자와 정치외교팀 안형환 외교안보데스크, 2TV뉴스제작팀 박선규 '뉴스타임' 데스크 등이다.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신성범 기자는 경남 산청·함양·거창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사표를 냈다. 안형환 기자도 지난달 31일 사표를 냈으며 서울 금천 지역 공천을 바라고 있다. 1일 오전 사표를 낸 박선규 기자는 서울 관악을에 도전장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박선규 기자는 1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20년 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정치를 비판해왔는데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보면서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변화를 일으키는 몸짓을 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박 기자는 KBS 기자들의 잇따른 총선 출마 움직임에 대해서는 "안타깝긴 하지만 결과를 보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며 "기자를 그만두고 나갈 때는 그만큼 조직과 기자 직업에 대한 한계와 답답합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훈수꾼과 구경꾼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보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방송사 앵커나 보도본부장 출신 등 퇴직 언론인들이 주로 정치권에 뛰어들었다면 점차 그 연조가 낮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총선 출마를 선언한 KBS 기자들도 40대 중후반, 기자생활 15~20년차, 차장급 등에 해당하는 연조다.

기자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KBS 보도국도 술렁이고 있다. 한꺼번에 3명이나 그만 두는 것도 그렇지만 모두 한나라당을 택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눈치다.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측면에서는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현직 기자가 곧바로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언론인의 윤리, 언론의 중립성과 공정성 훼손이라는 지점에서 논란과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KBS 한 기자는 "평소 정치에 얼마나 뜻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의 우세를 예상해 될 것 같은 권력을 쫓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아무리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해도 현직에 있다가 바로 자리를 옮기면 과연 기존 보도가 공정하다고 어떻게 볼 수 있겠나. 조직 분위기가 엉망인 것 같아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한 기자는 "(사표를 쓴 기자들이) 보도국장이나 정치팀장도 아니고, 기자 직위를 이용해 특정 정당을 돕는 그런 위치나 정파성을 띤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한나라당쪽 성향에 가까웠던 기자의 경우 이번에 정치권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하긴 했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옮기니 당혹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총선 출마 소문이 돌고 있는 KBS 경제과학팀 박상범 기자는 1일 "제의를 받은 적도 없고, 그럴 의사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박 기자는 한국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 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12월 41대 한국기자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방송계에서는 SBS 홍지만 전 앵커와 MBN 박종진 전 앵커가 한나라당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회사를 떠났다. 홍씨는 대구, 박씨는 서울 관악을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조선일보 이진동 차장대우도 안산 상록갑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고 동아일보 이홍우 화백도 부산진갑에서 한나라당 후보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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