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들의 선택이 시작되면서 <위대한 탄생>의 '포텐'이 폭발했다. 독설과 냉정한 배제, 차가운 경쟁만 있었던 <슈퍼스타K>와는 또 다른 <위대한 탄생>만의 매력이다. 심사위원들이 정말 한 명 한 명 끌어주는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이다.

이런 식의 리더십은 언제나 보는 사람을 감동시킨다. <무한도전> 가요제 특집 당시에 유재석을 이끌어줬던 타이거JK, 뉴욕에서 요리할 때 멤버들을 이끌어줬던 양쉐프, 그리고 <남자의 자격>의 박칼린. <위대한 탄생>의 멘토들이 그런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12회에서 그런 느낌을 가장 강렬하게 준 건 김태원이었다. 그는 이태권, 손진영, 양정모, 백청강 등 외모가 떨어지거나 뭔가 결점이 있거나 남들이 기피하는 도전자들을 제자로 뽑았다.

한 사람당 선택할 수 있는 인원이 네 명으로 제한되어 있고, 그 네 명 중에 우승자를 내야 하는 일종의 멘토들 간의 자존심 싸움이라 멘토들도 고심하는 분위기였다. 김태원도 이태권과 손진영을 뽑은 다음에는 주저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아무도 양정모와 백청강을 뽑으려 하지 않자 결국 김태원이 손을 들었다.

맹자는 사람에게 측은지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측은지심이란 눈앞에 있는 안타까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이다. 그 측은지심이 발전하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덕목인 '인'이 된다.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사랑'이라고 해도 되고, 불교식으로 하면 '자비'라고 해도 되겠다.

이런 것이 가장 근원적인 인간의 매력이고, 보편적인 감동의 원천이기도 하다. 김태원이 고심을 거듭하며 이 넷의 손을 차례로 잡아주는 모습엔 바로 그런 감동이 있었다. 그가 뽑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오열하며 그 감동을 더욱 크게 했다.

김태원은 그 자신이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밑바닥을 체험한 사람이고, 음악을 그렇게 사랑함에도 하늘로부터 외모와 목소리라는 재능을 받지 못해 이승철에게 밀려나는 인간적인 아픔을 겪었던 사람이다. 그런 그이기 때문에 그의 말엔 더 큰 울림이 있다. 아름다움같은 뻔한 말을 하지만 식상하지 않는 건 그 진심의 울림 때문이다.

<위대한 탄생>의 멘토 체제가 바로 그런 울림을 적절하게 잡아주고 있다. 만약 <슈퍼스타K>와 같은 독설 체제였다면 그런 울림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울림이 폭발하면서 <위대한 탄생>의 매력이 극대화되고 있다.

김태원은 자신의 제자들이 '뽑고 보니 외인구단'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기획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김태원은 이들을 떨려나는 걸 차마 보지 못하고 계속 손을 들었고, 그 결과 가장 드라마틱한 '공포의 외인구단' 조가 탄생한 것이다. 이 외인구단 때문에 <위대한 탄생>에 더욱 빨려들게 됐다.

다른 멘토들도 역시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은미는 자신이 사람들을 뽑지 못할 때 정말 괴로워하며 고개를 떨궜다. 차마 참가자들을 바라보지 못했다. 바로 이런 모습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이은미가 특히 괴로운 표정을 많이 짓긴 했지만, 그 외에도 멘토 전원이 참가자를 뽑지 못할 때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지 못했다. '뚱'하니 앞을 바라본 사람은 딱 한 명 김태원이었는데, 차가움보다는 뭔가 달관의 마음 같은 것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선글라스의 힘이었을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런 인간적인 교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위대한 탄생>의 차별점이다. <슈퍼스타K>는 냉정하고 경쾌하게 '제 점수는요'로 딱 정리됐었다.

방시혁의 해맑은(?) 얼굴도 멘토들이 나서기 시작하면서 보인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멘토의 인간적인 매력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멘토와 참가자 사이의 인간적인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위대한 탄생>이 매혹적인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와중에 노래들도 듣기 좋다. 다음 주가 아주 많이 기다려진다.

그나저나 백청강이 라면만 먹고 있다는데 MBC는 참가자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것인가? 참가자가 몸이 아파 입맛이 없다면, 갖은 궁리를 해서 맛난 것을 많이 먹여주기 바란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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