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손흥민이 토트넘에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손흥민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사우샘프턴과 홈경기에서 손흥민의 존재감은 다시 한번 강렬하게 부각되었다. 이제 토트넘은 케인의 팀이 아닌 손흥민의 팀이라 불러야 할 정도였다.

손흥민 토트넘 좌우 넘나들며 완성한 승리

토트넘이 터트린 2골의 주인공은 달랐지만 이를 완성해준 이는 손흥민이다. 그만큼 토트넘의 공격에 손흥민의 존재 가치가 압도적이라는 의미다. 골을 넣기 위해서만 노력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타적 플레이의 손흥민이기에 가능한 결과다.

오직 자신의 기록에만 집착한다면 이런 결과를 내기가 어렵다. 케인이 많은 골을 넣으면서도 비난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사우샘프턴은 경기전 철저하게 손흥민을 분석하고 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손흥민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에릭센이 선발로 나선 오늘 경기에서도 손흥민은 좌우와 최전방으로 오가며 상대 수비수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최소 2명에서 많으면 4명의 수비수까지 따라붙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는 다른 공격수들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볼 경합을 펼치는 토트넘의 손흥민 (AP=연합뉴스)

좌측 윙으로 나서 사우샘프턴을 괴롭히던 손흥민은 여러 번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이를 완성시키지 못해서 그렇지 사우샘프턴 수비수들을 시작부터 힘겹게 만들었다. 사우샘프턴 공격 역시 날카롭게 이어지며 경기 초반 슈팅수는 오히려 사우샘프턴이 더 많았다.

슈팅수와 상관없이 첫 골은 토트넘의 몫이었다. 손흥민을 전담 마크하듯 달려드는 수비수들을 이용해 공을 빼주는 상황은 대단했다. 두 명의 수비수들이 압박하는 상황에서 슬쩍 공을 뒤로 내준 손흥민. 완벽한 상황에서 공을 받은 은돔벨레의 왼발슛은 강력하게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수비수의 어깨를 맞으며 살짝 굴절까지 이어지며 사우샘프턴 골키퍼가 아무런 방어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은돔벨레는 두 번의 기회 중 하나는 잡았다. 이전에도 손흥민의 킬 패스로 기회를 잡았지만 엉성한 슛으로 골과 상관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전반 23분 손흥민이 만들고 은돔벨레가 완성한 골로 앞서간 토트넘은 그렇게 경기를 지배하는 듯했다. 하지만 오리에가 31분 황당한 반칙으로 두 개의 옐로우카드를 받고 퇴장당하고 말았다. 경기의 1/4을 소화하고 퇴장당한 상황은 최악일 수밖에 없다.

골세리머니를 펼치는 토트넘의 탕귀 은돔벨레 (AP=연합뉴스)

올 시즌 골과 도움 등을 기록하며 부진에서 탈출하는 듯했던 오리에였는데, 이번 퇴장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지 의문이 든다. 절치부심 더 강력한 선수가 될 수도 있고, 다시 부진의 늪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주중 챔스리그에는 출전이 가능한 상태다.

오리에 퇴장과 함께 주장이자 토트넘 대표 골키퍼인 요리스의 황당한 행동으로 인해 동점을 내주는 과정은 답답했다. 백패스를 받은 상황에서 너무 여유를 부리던 요리스는 잉스가 압박을 가하자 놀라 공을 빼려다 실수를 하며 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프로에서는 보기 어려운 황당한 실수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옆에 알데르베이럴트도 있었지만, 긴장감 없는 여유가 결국 팀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손흥민이었다. 이른 시간 역전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황당한 실점이 나온 2분 후 패스를 받고 오른쪽을 파고들던 손흥민은 수비수가 막을 수 없는 완벽한 연결을 만들어냈다. 역동작을 하듯 앞으로 질주하다 몸을 틀어 중앙으로 들어오는 에릭센에게 완벽한 패스를 했다. 이 상황에서 에릭센이 좌측에서 파고들던 케인에게 어시스트를 했다.

교체되면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악수를 나누는 손흥민 (AP=연합뉴스)

최종적으로 공을 잡은 케인은 한번 수비수를 제치고 완벽한 슛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 모든 과정의 시작은 바로 손흥민이었다. 다른 선수들처럼 욕심을 냈다면 공을 끌고 들어가려 했을 것이다. 그보다 팀을 위한 선택은 그렇게 토트넘을 위기에서 구했다.

역전에 성공한 후에는 손흥민은 수비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손흥민이 일찍 교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여기에 주중 바이에른 뮌헨과 홈에서 챔스리그 경기를 갖는다. 손흥민이 절실한 토트넘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오늘 경기에 뛰지 않은 알리와 모우라에 이어 손흥민 역시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독일 리그를 너무 잘 아는 손흥민으로서는 더욱 이 경기가 중요하다. 미친 일정으로 3일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르는 상황에서 토트넘은 힘겹게 승점 3점을 챙겼다.

경기를 뒤집은 후 실점 없이 승리를 얻은 것은 중요한 반전이 될 수 없다. 넋 나간 경기를 하던 요리스는 후반 환상적인 수비로 실수를 만회했다. 위기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고 승리를 지켜냈다는 점은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새로운 각성을 시킬 수 있는 경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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