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다들 조국 얘기는 지겹다고 하는데 정치권은 조국 얘기만 하니 글로 정치평론하는 사람도 덩달아 조국 얘기만 쓸 수 밖에 없어 답답하다.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은 ‘조국 질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거의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얘기만 오갔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장관을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며 최대한 ‘장관’이란 말을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자를 돌려 등을 보이며 앉기도 했다. 질문은 실종되고 추궁과 호통 뿐이었다.

이들은 중간에 의원총회를 한다는 이유로 이주영 국회부의장으로 하여금 정회를 선포하게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국회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이주영 부의장의 사과 및 사퇴를 요구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한 것은 조국 장관이 자신의 집이 압수수색 당하는 과정에서 검사와 통화를 한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조국 장관은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가 전화를 바꿔줘 검사와 통화를 하게 됐다며 “차분히 해달라, 배려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법무부도 이런 취지로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이 바로 반격에 나섰다. “차분히”가 아니라 “신속히”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를 한 게 될 수 있는데다 자신이 연관된 사건의 수사를 방해한 것이므로 문제라는 게 보수야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당은 ‘내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시 조국 장관이 한 말은 통화 당사자나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 정도 밖에는 알 수 없는데 자유한국당의 주광덕 의원이 이를 질의한 것은 검찰이 보수세력의 ‘내통’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간 더불어민주당과 그 주변 인물들은 ‘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이라는 구도로 조국 장관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설명해왔다. 개중에는 ‘유튜브 언론인’의 하드디스크 관련 발언처럼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도 있었다. 검찰이 전격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면 무슨 논리로 조국 장관 관련 의혹을 방어했을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최근에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무려 11시간 동안 한 것과 그러면서 짜장면을 시켜먹은 것 등에 여당과 그 지지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 당사자들과의 의견 충돌로 인한 영장 추가 발부 사실이나 하드디스크 이미징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11시간 동안의 압수수색이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짜장면 역시 점심식사가 될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의 한 종류일 뿐이다. 검찰 해명에 따르면 그것도 짜장면이 아니라 한식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국 장관의 통화 얘기는 검찰이 작심하고 준비한 게 맞다는 생각이다. 검찰은 언론에 대고 조국 장관과의 통화가 “심히 부적절했다고 생각했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조국 장관과 관련해 처음 제기된 의혹인 부동산 문제나 웅동학원 소송 및 펀드 관련 의혹 등도 대부분 자유한국당 소속인 검찰 출신 의원들이 주장한 내용을 보수언론이 적극적으로 받아 쓰면서 ‘사이즈’가 커졌다. 여당이 검찰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것에 근거가 없다고 보지 않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검찰이 개혁의 좌초를 노리고 ‘작전’을 짠 것인지에 대해선 좀 더 여러 대목의 확인이 필요하다. 조국 장관이 낙마할 경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는 검찰 개혁이 과연 좌초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는 검찰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고 저희도 생각하지 않았고 본인들도 여기까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은 속성상 무한동력이다. 수사에 착수하면 자가발전을 통해 자기정당성을 보충하며 달려 나가려고 한다. 조국 장관의 통화 사실이 흘러 나온 것은 수사를 해야 하는데 못 하게 하는 것 같으니 ‘수’를 쓴 것에 가까워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검찰이 조국 장관 임명 전에 수사에 착수한 것을 두고 “검찰이 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검찰 입장에선 수사가 먼저였을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 되기 전이 아니라면 조국 장관 관련 의혹 수사의 적기는 도대체 언제란 말인가? 장관 임명 후에 칼을 뽑았어도 지금과 마찬가지의 결과였을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의 이런 속성에 브레이크를 걸었던 것은 예를 들면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같은 ‘정치검사’들이었다. 이 정권은 참여정부 시절의 검찰개혁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당시에는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해주면 앞의 ‘정치검사’들이 정치권력과의 유착을 그만두리라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소 무리수를 두더라도 강제로 정치권력과의 연결고리를 깨야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는 바로 그 산물이다. 검찰개혁의 수단을 이런 식으로 취한 이상 ‘안전핀’이 없어진 검찰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정치검사’를 되살려낼 수도 없는 일이다. 어느 전문가는 “검찰개혁의 핵심은 독립성 보장이 아니라 권한을 나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개혁’이라는 새로운 ‘안전핀’을 끼워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 ‘안전핀’은 선거제도 개혁과 맞물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난리 끝에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조정이 제도화되는 데 성공한다면 충분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개선은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여기서 다시 짚어봐야 할 게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존재는 지금 검찰개혁 관련 법안 처리를 촉진하고 있는가?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지 않나? 호사가들은 조국 장관의 사퇴 시점을 이런 저런 가정을 들어 예측하고 있다. 통치권을 가진 집권 세력에게는 나름의 출구전략이 필요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이기는 싸움을 하려면 질서있는 퇴각을 감행해야 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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