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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의 ‘386세대론’을 보며‘20대 보수성’에 주목하며 유불리만 따지는 언론과 정치권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9.25 09:43

[미디어스] 요즘 중앙일보는 386세대론을 다룬 ‘창간기획’을 연재하고 있다. 386세대가 가진 고유의 특성 덕에 오늘날 한국 사회 기득권 장악에 성공했고 그게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지면에서도 수차례 지적한 바 있듯 이 역시 서로 다른 성격의 문제를 ‘386’이란 하나의 틀에 끼워 넣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같은 세대는 같은 시대적 경험을 하기 때문에 비슷한 세계관과 정서를 갖게 되는 게 사실이다. 386세대의 경우 민주화 투쟁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당시 싸우던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는 부채의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고학력 엘리트에 가까운 계층일수록 이런 정서가 흔한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식의 일반화는 386뿐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에 걸쳐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20대의 경우 경쟁을 통한 서열화에 익숙해지도록 강요당한 결과 자기 표현과 권리 의식이 함께 강해졌다. 이는 ‘90년대생이 온다’는 식의 담론으로 포장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90년대생이 온다”는 타자화 된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이 세대를 규정하는 방식은 90년대생이 아니라 그들에 당혹감을 느끼는 기성세대의 문제제기에 가깝다.

비슷한 맥락에서 보수세력은 20대에 희망을 걸고 있는 듯하다. 지난날 암호화폐 문제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 등에서 보수언론이 20대의 보수성을 새롭게 발견한 것처럼 굴었던 것에서 이런 분위기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시각에 영향을 받은 집권여당 역시 20대, 남성, 영남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며 비상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결의하던 때도 있었다. 최근 ‘민부론 발표’나 삭발 패러디 이미지 등 자유한국당과 관련한 일에 대해서도 ‘20대 친화적 코드’라는 식의 의미를 부여하려는 보수언론의 시각 역시 같은 맥락에서 다룰 수 있는 사례이다.

어쨌든 오늘날 기득권의 한 축이 된 386세대를 다각도로 분석하자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서 진영논리, 이분법적 사고, 과잉정치화, 집단주의 등 원인이 세대가 아닌 다른 데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문제까지 ‘386 탓’으로 몰아 붙이는 데는 세대 갈등 유발이라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져볼 만하다.

역사적으로 젊은 세대는 불안정한 미래와 경제적 불안이라는 조건을 배경으로 기득권에 대한 저항의식을 표현해왔다. 386의 시대에 이것은 군부독재에 대한 항거로 표출되었다. 보수언론의 ‘386세대론’은 이 ‘기득권’의 자리를 ‘386세대’로 구체화 하려는 시도이다. 젊은 세대가 ‘기득권’이 아니라 ‘386세대’를 대상으로 저항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중앙일보 25일치에 실린 그래픽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같은 정치세력이 같은 세대를 정반대의 시각으로 본 일도 있었다. 이명박 정권 때인 2008년 촛불시위는 그 당시의 10대가 정치의식을 갖게 된 중요한 계기 중 하나였다. 이때 보수정권을 지지하는 기성세대들은 자식들에 대한 용돈을 끊는 방식 등으로 정치적 행동에 나서자는 결의를 자기들끼리 하기도 했다. 10대들의 부모가 386세대이기 때문에 설득(?)이 더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인 당시의 일부 야당 지지자들은 20대의 보수성을 꾸짖고 비난했다.

이때의 10대들이 지금은 20대가 되어 갑자기 보수정치의 희망이 됐고, 당시 ‘20대 개새끼론’의 표적이었던 이들은 30대가 되어 여론조사에서 이 정권의 지지율을 떠받치는 세대처럼 묘사되고 있다. 오늘날 돌아보면 세대론적 분석이 무의미했다고 느껴질 수 있는 사례들이다.

보수정권에서 30대였던 지금의 40대들도 고유한 세대적 특성을 분석 당한(?) 일이 있었다. 지금은 MBC라디오의 아침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종배 씨는 이들이 특히 비주류 정치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석해 지난 2012년 <30대 정치학>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세대 역시 지금은 이 정권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세대를 말하는 모든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다. 세대론이 어떤 담론을 어떤 방식으로 뒷받침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보수세력의 ‘386세대론’은 ‘위선적 진보’에 대한 환멸을 불러 일으켜 정치적 냉소주의를 택하도록 만들고, 실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리 공동체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기득권의 문제를 세대갈등으로 치환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보수세력이 의도하는 ‘386세대론’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386이 뭘 잘못했냐”는 항변은 오히려 스스로 함정에 걸어들어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런 것보다는 정치권의 ‘386’들에게 기득권 정치의 일부로서 자기 책임을 생산적으로 소화할 것을 주문하면서 스스로 대안을 만들고 선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 여의도 정치에서든 언론에서든 세대를 나눠 오로지 정치적 유불리에만 초점을 맞춰 다루려는 시도는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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