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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일로 만난 사이’는 어떻게 예능의 대세 혹은 화두가 되었을까?[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9.23 12:39

[미디어스] 1993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10여 년 방영된 KBS <체험 삶의 현장>은 연예인들과 사회 저명인사들이 다양한 노동 현장에서 땀 흘려 번 돈으로 기부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노동을 고전적으로 다룬다. 노동을 경험해보지 않았던 이들이 그 '현장'에서 서툴러 당황해하고 고생하는 체험담, 그 자체가 볼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노동의 대가로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미담을 더해 <체험 삶의 현장>은 오래도록 '휴머니티'한 예능의 대명사가 되었다. 

하지만 장수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노동의 현장은 더 이상 새롭지 않게 되었고, 대안을 찾아내는 노력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빚어진 불상사들로 인해 결국 프로그램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그 '노동'이 예능으로 돌아왔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tvN에서 새로 시작한 예능 <일로 만난 사이>와 유튜브에서 조회수 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있는 전직 아나운서 장성규의 일일 체험 현장을 다룬 <워크맨>이다. 

두 프로그램의 형식은 사실 단순하다. 단 하루 동안 <일로 만난 사이>는 유재석과 초대된 게스트들이, 그리고 <워크맨>에서는 장성규가 '노동의 현장'에 투입되어 일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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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공감 <워크맨>

유튜브채널 <워크맨-Workman>

그냥 하루 종일 일만 할 뿐인데 왜 새로운 예능의 화두와 대세가 되었을까? <아는 형님>과 <방구석 1열>을 통해 차근차근 예능감을 키우며 순발력 있는 입담을 선보이던 장성규 아나운서는 프리 선언 후 유튜브로 향했다. 장성규는 10여 분 짧은 시간 동안 각종 노동 현장에서의, 예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갈고 닦은, 거기에 더해 보다 날것의 생생한 반응을 보여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워크맨>은 무엇보다 이전 <체험 삶의 현장>이 다룬 고전적인 현장과는 다른, 요즘 젊은이들이 땀 흘리며 살아가는 노동 현장을 다룬다. 그리고 이런 폭발적인 반응은 법적인 '시급'이라는 테두리에 갇힌 채 보상받지 못한 노동의 현실을 장성규가 대변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탄으로 방영된 에버랜드 알바에서, 장성규는 에버랜드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의 현장을 섭렵한다. 그의 말대로 매일 웃고만 있어서 편하게 일하는구나 했던 그곳에서 관객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춤추고 노래하고, 아이들의 물세례를 맞으며, 심지어 고난이도 놀이기구를 타야 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웬만한 서바이벌 예능 저리가라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직원들은 웃으며 그걸 해낸다. 어디 에버랜드뿐일까. 미용실, 편의점, 피자집 등등 이 시대 '알바'의 행렬은 무궁무진하고 장성규는 그걸 온몸으로 체험해 내며 페이소스 넘치는 웃음을 자아낸다. 

유튜브채널 <워크맨-Workman>

바로 그 지점, 오늘날 '알바'라는 통칭으로, 그리고 '시급'이라는 대가가 주어지는 현장의 고생담을 장성규는 리얼하게 전해주며 공감을 얻는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마지막, 그가 받은 시급을 정산하며 그날 흘린 땀과 '비례'하지 않는, 혹은 때로는 게임회사 등 직장 레벨에 따라 후하게 치러진 대가에 대한 역시나 '날것'의 반응을 보며 이 시대 청춘들은 '동시대의 애환'을 나눈다. 

젊은 세대가 여유를 낼 수 있는 시간 10여 분, 그 시간 동안 장성규가 울고 웃으며 때로는 삭제되지만 충분히 알 수 있는 질펀한 욕들을 통해 이 시대 젊은이들은 그렇게 서로가 버텨가는 삶을 나누는 것이다.

‘유재석 버전' 체험 삶의 현장! 

반면에 유재석을 앞세워 런칭한 tvN <일로 만난 사이>는 고전적인 <체험 삶의 현장> 버전에 가깝다. 단지 예전< 체험 삶의 현장>이 양지운이라는 걸출한 성우의 구성진 입담을 배경으로, 아나운서들과 다른 삶의 현장을 다녀온 출연자들의 훈수를 더해 맛깔스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일로 만난 사이>는 MC 유재석이 현장에 투입되어 함께 노동을 하며 그 의미를 '에스컬레이션'시킨다.

tvN 예능 프로그램 <일로 만난 사이>

이효리, 이상순과 함께한 첫 회, 그리고 차승원과 함께한 2회를 통해 <일로 만난 사이>는 MC 유재석에게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한다. 여전히 우리나라 대표 MC임에는 분명하지만 어느덧 마흔 줄,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나이가 된 그는 녹차밭과 고구마밭에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실전 노동 현장에서 한껏 작아지는 모습이다. 리얼리티 예능에서 질주했던 경력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사람이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랐던 그가 마주한 농촌 현장에서는 그저 '일머리' 없는 일꾼에 불과했으니. 

하지만 3회에 이르러 그렇게 일머리 없는 유재석조차 잔소리를 하게 만드는, '대책 없는' '하찮은 형들'의 등장으로 국면은 전환된다. 뮤지션으로선 성공했지만 화문석을 만드는 현장에서는 그저 오십 줄에 엄살 심한 형들이기만 했던 유희열, 정재형은 함께 나이들어 가는 이들이 땀 흘리며 나누는 삶의 고갯마루를 보여준다.

그렇게 농촌을 전전하던 <일로 만난 사이>는 4회에 이르러 힙벤져스 그레이, 쌈디, 코드 쿤스트와 함께 KTX 기지로 향한다. 휴식 시간 유재석의 말처럼, 힙합 하면 '자유분방'한 영혼들이라는 등식으로 연상되는 인물들. 그들의 갖가지 휘황찬란한 머리색처럼 자유롭고 편하게 생활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 당대 '힙한 전사'들과 함께한 현장. 

tvN 예능 프로그램 <일로 만난 사이>

청소용구를 실은 자전거를 타고 달려, 열차가 도착하고 다시 떠나는 짧게는 10분에서 15분, 30분 사이에 이뤄지는 신속 정확한 열차 내 ‘청소팀’에 합류한 유재석과 힙벤져스들. 하지만 분방할 것이라는 유재석의 예상과 달리, 그들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여사님들의 칭찬을 들으며 꼼꼼하고 착실하게 일에 매달리며 '힙합'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깬다. 

그들이 만든 곡이 발표될 때마다 음원차트 수위에 오르며 화제의 중심이 되는 그레이, 쌈디, 코드 쿤스트. 유재석조차 그 템포를 따르기가 힘들어 헉헉거리는 KTX 현장에서 이들이 보여준 건,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하는 성실한 노력가들이었다.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 집중력을 보이고 깔끔하기까지 했던 이들이 허심탄회하게 토로한 '번아웃'의 시간들은 최고의 뮤지션이 되기 위해 그들이 감수해왔던 '물밑 숨 가쁜 자맥질'과 같은 숨겨진 노력의 과정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여느 토크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들이 성실하며, 정상을 유지하기 위해, 예술적인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면, 이만큼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한번의 허튼 몸짓을 보이지 않고 묵묵하게 노동의 템포를 따르던 그들이었기에 그들의 진솔한 모습이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이렇게 유재석 버전 <체험 삶의 현장>은 2019년에도 여전히 땀으로 범벅된 노동의 현장을 생생하게 중계한다. 그리고 그 노동의 현장은 게스트의 인간적인 모습, 그들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전하는 통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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