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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연임, MBC는 망해도 괜찮다는 의미”[인터뷰]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 당선자
송선영 기자 | 승인 2011.02.11 12:02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 MBC노동조합 사무실. 사무실 한 쪽 하얀 칠판에 MBC의 2월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일정, 신임 사장 선임 일정 등 MBC를 둘러싼 굵직한 일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난 8일 오후, 노조 사무실에서 정영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 당선자를 만났다. 앞으로 2년동안 MBC노조를 이끌어 나갈 그는 분주해 보였다. 당초 정한 약속 시간보다 늦춰 만났지만, 여전히 바빠 보였다. 뭔가 쉬이 말을 건네기에 미안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 MBC 노조 특보  
 
가장 먼저, 궁금했다. 특히, 지금 이 시기(?)에 MBC 노조위원장에 출마한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노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고, 그 어느 때 보다 권력자들의 미움을 한 눈에 받았던 곳이 MBC였기 때문이다(지금은 서서히 예쁨을 받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렇기에 ‘누가 봐도 고생이 훤한 길에 나선 이유는 뭐냐’고 직설적으로 묻고 싶었으나, ‘노조위원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냐’고 돌려 물었다.

정영하 당선자가 웃었다. 그는 “누가 봐도 좋지 않을 거 같은데, 무슨 영화를 누리려고 노조위원장에 나섰냐고 물어보려 한 거냐”며 허탈 웃음을 지었다. 그는 그러면서 “크게 거부하지 못했다”며 “결정하기까지는 참 쉽지 않았는데, 막상 출마하겠다고 결정을 하니 담담했다”고 말을 이었다. 정영하 당선자의 노조 활동은 이번이 세 번째다.

   
  ▲ 정영하 노조위원장 당선자 ⓒ미디어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우려’의 목소리는 없었는지 궁금했다.

“회사 동료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네가 안 했으면 좋겠다’ ‘왜 혼자 집중포화를 맞으려고 하냐’며 안타까워했다. 노조를 생각하는 선배들도 선뜻 하라고 말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집사람은 완강하게 반대했다. 처음에는 말도 못 꺼냈다. 지금은 활동을 멋있게 잘 하라는 지지보다는 노조위원장을 끝내고 ‘잘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지지가 더 강한 편이다. 슬기롭게 잘 하라는 거다.”(웃음)

“MBC, 노조를 이적단체 바라 보듯 한다”

현 MBC 상황에 대한 정영하 당선자의 진단을 들어봤다. 노사 관계에 대한 진단이 가장 먼저 나왔다. ‘노조와 상생은 커녕, 형식적인 배려조차 없다’는 비판의 말들이 쏟아졌다. 노조는 엄연히 법적으로 보장된 단체임에도, MBC는 이적단체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노조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노조위원장으로서 가장 주력할 부분으로도 ‘노사관계 정상화’를 꼽았다.

“MBC라는 회사에서 20~30년을 다닌 고참 선배들은 MBC노조가 공정방송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잘 알 것이다. 적어도, 근로조건을 위해 싸웠던 조직이 아니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런 언론인 선배들이 MBC노조를 이적단체 보듯이 취급하고 있다. 이런 사람 몇몇이 경영진으로 있다.”

그는 나아가, 현재 MBC의 노사 관계를 ‘파탄 단계를 넘어, 백지 상태에서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MBC가 던진 단체협약 파기는 ‘더 이상 같이 가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는 것. 그는 그러면서 ‘종결 파업’이라는 말을 꺼냈다. 다소 생소했다. 이명박 정권 들어, 쉼 없이 ‘투쟁’과 ‘파업’이란 단어를 꺼낸 MBC였다. 그런 MBC에서 또 다시 파업을 한다?

“지난 해 MBC파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현재의 어지러운 상황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담긴 게 종결파업이다. ‘계속 이대로 가다간 MBC는 망가진다’는 임계점이 왔다고 생각하는 순간, MBC를 살리기 위한 파업이 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거 같다. 독하고 질기게….” 

그는 그러면서도 “종결파업을 무조건 상정하고 목표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파업은 MBC를 살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파업의 시기에 대해서는 “매 순간 순간이 기폭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MBC를 망가트리지 말자고 하는 파업이기에 사전 준비를 치밀하게 해야 할 것 같고, 내부 구성원들의 에너지도 극대화해야 할 것 같다”며 “새 살을 돋우는 심정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MBC 뉴스, 이런 식으로 보도할 거면 필요 없다”

1년 전, 촛불 시민들은 MBC앞으로 몰려와 “MBC를 지키자”고 수없이 외쳤다. 그들이 MBC를 향해 촛불을 들었던 것은 MBC가 마냥 좋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공영방송 MBC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큼지막한 바람과 제대로 할 말 하는 보도를 계속 보고 싶은 소박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불과 1년 뒤, 지금 트위터에서는 “요즘 MBC 뉴스 안 본다”는 누리꾼들의 볼 멘 소리가 넘쳐난다. 어떤 이유에서건, 결론적으로 MBC뉴스는… 변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현재 MBC보도에 대한 정영하 당선자의 평가를.

“지금 이런 식으로 보도할 거 같으면 시청자들의 반응을 떠나 시사 뉴스가 있을 필요가 없다. 연예 뉴스 가운데 한 토막으로 ‘지금 국회는’ 혹은 ‘지금 청와대는’ 이런 식으로 보도하면 된다. 현재의 보도는 지상파 방송이 갖고 있는 공적 책임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거라 본다. KBS 등 다른 방송사도 똑같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시청자들이 보면 무책임하다고 비난할 거 같다. 그렇지만 비난 받아야 한다고 본다. 스스로 반성해야 할 문제이고, 반드시 바꿔놔야 할 문제이다. 노조가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게 만들지는 않겠다.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지금 MBC는 김재철 사장의 연임 여부가 최대의 관심사다. 내부 구성원들은 ‘김재철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김 사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임 사장 공모에 지원했다. 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도 예상했던 그대로, 최종 후보 3명 안에 김 사장을 꼽았다. 이변이 없는 한, 김 사장은 연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김재철 연임, 정말 MBC는 망해도 괜찮다는 의미”

   
  ▲ 정영하 노조위원장 당선자 ⓒ미디어스  
 
그렇다면, 김재철 사장 연임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영하 당선자는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깔끔한 한 마디로 정리했다. ‘정말 MBC는 망해도 괜찮다는 의미’라고.

그는 “김재철 사장이 연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관적인 시각이 아닌, 지난 1년간의 행위들을 적시하면서 각 부분별로 특보를 통해 밝혔다”며 “낙하산 사장, 거짓말쟁이를 능가하는 경영 능력 제로인 무능력한 사장의 행보로 구성원들은 열 받은 정도가 아니라 암울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디어렙, 종합편성채널 등 공정방송의 입지를 줄일 수 있는 거친 환경이 전개되고 있는데도, 사장과 경영진이 혼신의 모습을 기울여 공정방송을 견인해야 하는데도, 지난 1년 동안 정 반대의 모습만 보였다”고 비판했다.

방송문화진흥회를 향한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자질 제로인 무능력한 사장이 연임된다? 이것은 MBC는 망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방송문화진흥회는 권력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언론 독립을 위해 만든 기관이다. 방문진은 MBC를 지키기 위한 조직이다. 그런데 방문진이 MBC를 망하게 하려는 미션을 갖고 있는 이를 사장으로 뽑고, 그런 사장은 또 좋다고 덥썩 받아들이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견딜 수 있겠나.”

마지막으로, 정영하 당선자에게 김재철 사장을 향한 한 마디 부탁했다. 짧은 시간의 정적이 흐른 뒤, 그는 “김재철 사장이 30년 MBC를 다닌 선배라는 것, 그리고 MBC 출신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첫 마디를 열었다.

“지난해 사장 퇴진 투쟁은 선명했다. ‘김우룡을 고소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라는 거였다. 청와대 쪼인트 발언까지 나온 상황에서 고소를 하지 않는 것은 그 사실을 인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장 퇴진 투쟁이 시작됐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연임을 위해 단체협약까지 해지했다. 이미, 오래전에 그는 자격이 상실됐다. 검증도 이미 끝난 거다. 지난 1년 동안의 경영 행위에 대한 검증이 끝난 상황이기에 정말 다시 하면 안 되는 거다. 이 정도 했으면, 선후배 관계를 떠나 사람의 도의상 그만 하시는 게 맞다. 다시 앉을 자리가 아니다.”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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