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의외로 촘촘하게 이야기가 구성되었다. 저항감을 낮추며 기대감을 높이는 방식은 흥미롭다. <동백꽃 필 무렵> 첫회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익숙한 공효진과 조금은 파격적인 강하늘의 만남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웃음을 깔고 잔인한 비밀을 숨기고 이어진다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아진다.

황용식(강하늘)은 타고난 경찰이다. 그러려고 마음먹은 것이 아니라 범인이 눈에 보인다. 머리보다 본능이 먼저인 용식은 그렇게 의인이 되어갔다. 운명처럼 경찰이 되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용식은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옹산을 떠나 서울로 향했다.

용식이 떠난 옹산에 동백이(공효진) 들어왔다. 작은 도시에 뛰어난 미모를 가진 동백이의 등장은 모든 남성들을 흔들었다. '동백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동네 사람들은 꽃집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까멜리아'는 꽃집이 아닌 술집이었다. 갓난아이를 둔 동백이가 혼자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미혼모 동백이가 상가 한편에 '까멜리아'라는 술집을 차리자마자 그곳 옹산은 블랙홀처럼 남자들을 빨아들였다. 많은 남자들은 동백이 때문에 그곳을 찾았다. 씨족사회처럼 한 다리 건너 친인척인 옹산에서 '까멜리아'는 남자들이 가장 안전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옹산에서 6년을 보낸 동백이는 훌쩍 큰 필구(김강훈)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 '까멜리아'에는 동백이를 돕는 친구 최향미(손담비)까지 가세하며 제법 균형을 잡은 술집이 되었다. 여전히 옹산 남자들이 애정하는 공간인 '까멜리아'는 역설적으로 옹산 여성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자신만의 '다이아나'를 만나 행복한 삶을 살겠다던 용식은 좌천당해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여자 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한 범죄자가 기자들 앞에서 황당한 주장을 하자 이를 참지 못하고 니킥을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시원해했지만, 경찰 조직에서는 범인을 기자들 앞에서 폭행한 용식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프로야구 스타인 강종렬(김지석)은 관찰 예능에 아내인 제시카(지이수)와 출연 중이다. 스스로 SNS 스타라 자부하는 제시카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라 착각하고 사는 존재다. 이미 별거 중임에도 부부 관찰예능에 출연하는 이들 부부는 이상한 존재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강종렬이 중요한 이유는 필구 아버지일 가능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등을 쓰다듬는 방식이 동백이와 닮은 종렬이 정말 필구 아버지일까? '필구 아버지' 찾기도 중요한 흐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종렬의 활약도 지켜볼 일이다.

'까멜리아'가 있는 건물주인 노규태(오정세)는 동백이를 사랑한다. 옹산의 절대 지주인 노규태는 변호사인 아내 홍자영(염혜란)과 쇼윈도 부부처럼 살고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인 자영은 남편이 '까멜리아'에 자주 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실제 동백이를 본 후 더욱 경계한다. 이혼 가능성을 넌지시 알리지만 노규태에게는 통하지도 않는다.

서비스 땅콩만 외치는 졸부 노규태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용식이에게 용기를 줬다. 배운 것은 없고 용기는 뛰어난 용식은 자신의 부족함을 가식으로 채우고 싶어 했다. 그렇게 찾은 서점에서 첫눈에 반해버린 여성이 바로 '나의 다이애나' 동백이었다.

첫눈에 반한 '나의 다이애나'가 억지로 끌려간 '까멜리아'의 주인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해박한 지식을 가진 여성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용식의 이상향에서 남은 것은 오직 예쁘다는 것 하나다. 그럼에도 용식은 이 미칠듯한 사랑을 거스를 수 없었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옹산을 두렵게 만드는 '까불이 연쇄살인사건'이 영화 '까불지마'로 개봉되며 다시 두려움을 만들기 시작했다. 풀리지 않는 사건은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까불이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순박해 보이는 옹산 주민들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섬뜩하기도 하다.

<동백꽃 필 무렵>은 균형을 잘 잡았다. 기본적인 코믹함 속에 잔인한 범죄물을 담았다.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그래서 더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극과 극의 장르가 하나로 뭉쳐 흐름을 이끄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스위치를 켜고 끄듯 단순하게 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엮여 섞이는 방식의 장르 혼합은 기대감을 키운다.

공효진과 강하늘의 조합은 첫 회부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로맨스 코미디에 최적화된 공효진의 그 상징성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첫 회 방송에서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제대 후 복귀작인 강하늘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 코믹함 속에 잔인한 사건을 해결하는 본능에 출시한 경찰 역은 강하늘이기에 가능한 배역이니 말이다.

서부극 스타일을 차용한 극의 형식은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옹산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을 연기력 좋은 배우들이 보여준다. 인간군상의 다양함을 코믹함으로 포장하는 방식은 저항감 없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반갑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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