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차별금지법·인권기본법 제정 추진 업무를 '총선 때까지 거론하지 말라'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인권위가 구체적인 법 제정 추진 계획을 밝혀야 한다는 비판과 함께 인권위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8일 논평을 내어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계획을 마련해 실질적인 법 제정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한겨레는 최 위원장 취임 1년이 지났음에도 차별금지법과 인권기본법 제정 등 인권위 핵심과제 추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인권위 안팎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해 9월 5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겨레 보도에서 한 인권위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지나치게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해당 업무를 '그냥 하지 말자'는 식으로 권위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이후 제정 추진을 한다 해도 인권위 내부에서는 준비를 해야 하는데, 어떤 전략도 없는 상태로 핵심과제가 표류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평가다. 다른 관계자는 "차별 금지법과 관련해 진행하고 있는 것이 없다"며 "동성애 반대 세력이 많아 외부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 조심스럽고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총선 때까진 차별금지법 거론말라’는 인권위원장)

최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하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권기본법 제정을 핵심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인권에만 예속된 기관으로 흔들림 없이 임무를 수행할 때 인권위의 독립성은 비로소 실체를 갖추고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인권위의 독립성 확보를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인권 관련 사안에 의견을 표명하고 인권 증진을 위한 방안을 권고하며 인권 관련 정책을 개선하는 것은 인권위 본연의 과제"라며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정치권이 그들의 눈치를 보는 조건에서 인권위의 역할은 출구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문이 열리면 차별금지법 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단계적 접근이 인권위의 전략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위원장은 내부에서 '차별금지법'이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상황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인권위는 독립성이 그 생명"이라며 "정권의 눈치를 보는 인권위가 어디까지 인권을 부정할 수 있는지를 앞선 정권들에서 보아왔기에 지금 인권위에서 '총선'이 언급되는 상황은 매우 문제적"이라고 질타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함께 20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정의당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최 위원장을 비판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놀랍게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그 어느 국가조직보다 노력해야 할 국가인권위가 내부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인권위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며 "사실이라면 인권위원장은 인권위가 왜 책임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독립기구인지를 설립 취지부터 다시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유 대변인은 "인권위 수장이 '지금 당장'을 외치는 절박한 이들에게 '총선 다음에'라고 읊조리고 있었다니,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인권위는 더는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차별금지법과 인권기본법 제정을 위한 논의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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