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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은 베트남을 보고 배워야[기고] 김영호 (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김영호 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 승인 2008.01.31 11:54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베트남 방문을 초청받았다고 한다. 도쿄에서 열린 일본-메콩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베트남의 핌 자 키엠 장관의 말을 인용해 일본 아사이(朝日)신문이 1월 18일 이 같이 보도했다. 작년 10월 16∼18일 평양을 찾았던 베트남의 놈 득 마잉 공산당 서기장이 김 위원장에게 직접 요청해서 원칙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의례적으로 수락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외부노출을 꺼리고 비행기 여행을 기피한다는 점에서 성사될지 의문이다. 1980년 이후 그가 중국 4 차례, 러시아 2 차례를 방문했지만 모두 기차로 이동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김영일 북한 내각총리가 곧바로 답방해 산업현장을 둘러봤다. 이것은 베트남의 도이모이(개혁개방)에 대한 그의 학습의사를 뜻하는 대목이다.

북한과 베트남은 닮은 점이 많다. 베트남이 문호를 열었지만 북한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북한은 베트남처럼 미국과 전쟁을 치뤘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경제난에 시달린 경험도 비슷하다. 베트남의 개혁개방이 어떻게 성공하는지 그것에서 파생하는 사회적 갈등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배울 필요가 있다.

베트남하면 자전거와 아오자이를 떠올린다. 거리마다 긴 꼬리를 무는 자전거의 행렬은 옛 모습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그 자리에 오토바이가 물결을 이루고 그 틈사이로 승용차와 뒤얽혀 경적음이 요란하다. 아오자이는 전통의상으로 물러나고 청바지가 일상복으로 자리 잡았다. 가게마다 생필품이 넘쳐나고 손에 손에 들린 휴대전화에서는 벨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생활상이 발전속도를 말하고도 남는다.

평양은 하노이나 호치민시와 달리 웅장한 석조건물이 곳곳에 자리 잡고 시가지도 잘 정비된 도시다. 그러나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적막감이 들 정도이다. 박물관에나 감직한 구식 자동차들이 띄엄띄엄 다닌다. 그나마 밤에는 통행이 끊어지고 가로등은 불빛을 잃어 칠흑같이 어둡기만 하다. 더러 가게가 눈에 띄나 찾는 이도 뜸하고 상품가지가 부족해 구색을 갖추지 못했다. 행인의 초라한 행색이 궁핍한 생활상을 말한다.

베트남은 1988년 집단농장을 폐지하고 곡물가격을 자유화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60만t의 쌀을 수입할 만큼 식량난이 심각했다. 이제는 세계2위의 쌀 수출국가로 떠올라 지난해 14억5000만달러어치를 내다팔았다. 북한도 100㎡ 규모의 텃밭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만성적인 식량난에 허덕여 해마다 200만t 가량을 바깥 세상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자작농을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인간은 이기적 동물이라 집단농장은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다.  

베트남은 1986년 6차 전당대회에서 도이모이 정책을 채택했다. 1988년 외국인 투자를 자유화하고 자영업을 허용했다. 1994년 미국이 경제제재를 해제했다. 1995년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이룩하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 가입했다. 지난해는 숙원이던 WTO(세계무역기구)가입에 성공했다. 또 수출 484억달러, 수입 608억달러로 무역규모가 1,0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외국인직접투자도 203억달러로 늘어났다. 곳곳에 공장 짓는 크레인 굉음이 개방체제 이후 연평균 7∼8%의 고도성장을 웅변한다.

북한은 지난해 교역규모가 40억달러로 추정된다. 1989년 동유럽에서 공산주의가 붕괴된 이후 거의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제 긴 동명에서 깨어나야 한다. 김 위원장이 직접 베트남을 가서 동무나라를 보고 배울 가치가 있다. 중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체제붕괴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것이 개방을 막을 이유가 없다. 오히려 월남 패망 후 조국을 등졌던 보트피플이 돈을 들고 되돌아온다.  

김영호 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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