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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의 '안계시니까 하는 얘기', 번지수 잘못 짚었다[기자수첩] 전·현직 방통위원장 비교하며 "숙원사업 풀어달라"… '웨이브'는 지상파 규제완화 도구인가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09.18 08:28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정훈 SBS 사장은 16일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공동운영하는 OTT '웨이브(wavve)' 출범식에서 "안 계시니까 하는 이야기인데,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조금 나약했지 않나. 한상혁 위원장은 지상파 숙원사업을 풀어주실 것이라 생각하고, 그게 애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말도 덧붙였다. "한상혁 위원장님이 큰 부담을 지신 걸로 안다. 지상파 방송사가 웨이브를 제대로 일으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기를 간청한다. 최기영 (과기정통부)장관님도 남이야기가 아니고, 국무회의에서 지원 이야기해주시길 바란다. 여담이지만 한 위원장님이 청문회 통과하시는 걸 밤 늦게까지 국회방송으로 전부를 다 보고 믿음이 생겼다. '저 분이라면 해낼 수 있다'" 

박정훈 SBS 사장(한국방송협회장)이 16일 열린 '웨이브(wavve)' 출범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박 사장은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방송협회의 장을 맡고 있다. 박 사장이 언급한 '숙원사업'은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비대칭 규제' 해소로 풀이된다. 

이날 출범식에 함께 참석한 양승동 KBS 사장, 최승호 MBC 사장 역시 직간접적으로 지상파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최 사장은 "정부에서도 오셨는데, 아직도 지상파 방송사들이 받는 규제의 수준이라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며 "머리부터 꼬리까지 규제를 받고 있다. 한류가 다시 국제적으로 불어오는 중요한 계기를 맞는 이 시기에 정부에서도 도와주신다면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으로 명실상부하게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 사장을 비롯한 지상파 사장단의 규제완화 요구가 통합 OTT 출범식 현장과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전임 방통위원장을 현 방통위원장과 비교선상에 세우며 정부를 향해 공개적이고, 노골적인 요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명징한 정당성을 지닌 주장은 아닌 듯 하다.

지상파 방송사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글로벌 미디어기업의 등장 등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가뿐히 이어가던 과거의 영광은 사라진 지 오래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상실한 지상파에 유지되고 있는 비대칭 규제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재정적 위기로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의 공공성 영역이 축소되는 현실이다.

16일 열린 '웨이브(wavve)' 출범식 현장. (왼쪽부터)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최승호 MBC 사장, 양승동 KBS 사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정훈 SBS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러나 통합 OTT의 성공을 위해 중간광고 도입 등 지상파 규제완화를 해달라는 요구는 논리적 비약에 가깝다는 판단이다. 

우선 현재 OTT에 대한 방송법상 규제는 없다. OTT는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제도상으로는 방송법이 아닌 전기통신사업법에 속해있다. 다만 OTT에 대한 방송법상 규제 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OTT에 대한 추가 규제 우려를 표하는 것, 혹은 해외사업자와의 역차별 규제 우려를 표명하는 것 정도가 지상파를 포함한 통합 OTT 측이 할 수 있는 요구의 마지노선일 것이다. 

방통위가 지상파 중간광고 시행을 예고까지 했다고는 하지만,  지상파 중간광고는 여전히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방송협회가 '국제경쟁력을 갖춰 한류 재창출을 목적으로 지상파방송 중간광고를 실시할 경우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 도입',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목적으로 지상파 중간광고를 실시할 경우 지상파방송 중간광고 도입' 문항 등으로 찬반여론을 조사한 결과 각각 찬성 41% 대 반대 28.1%, 찬성 35.4% 대 반대 33.6%라는 결과가 나왔다. 방송협회 측에 편향된 조사문항에도 팽팽함을 보이는 중간광고 찬반여론이 의미하는 바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언론시민사회가 현 정권의 미디어 정책 부재를 비판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드는 것도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 문제다. 

중간광고 도입이 방송사에 따라 연 1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는 지상파의 위기를 전면적으로 극복하게 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상파 방송사가 이미 수년간 PCM(Premium Commercial Message, 프리미엄 광고)이라는 이름의 유사중간광고를 도입해온 점을 감안하면 중간광고 기대효과는 더욱 줄어든다. 지상파는 중간광고 시행이 돌연 중단되자 최근 PCM을 늘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상파는 줄어든 광고매출 대신 협찬, 간접광고, 프로그램 재송신료(CPS) 등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직간접적인 시청자 권리 침해로 이어지는 요소들이다. 

한상혁 위원장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중간광고 도입에 대해 "미디어 환경변화와 지상파-유료방송 간 비대칭 규제 개선, 시청권 보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시청자 불편 증가라는 부정적 효과도 있으나 재원 확충을 통한 긍정적 효과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말해 찬성에 무게를 둔 측면은 있지만, 이는 기존 방통위의 입장과 차이가 없는 답변이기도 하다. 한 위원장은 "과감한 경영혁신 등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는 전제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방송협회(협회장 박정훈 SBS사장)는 '방송의 날'을 앞둔 2일, 매년 열던 축하연 대신 '방송의 위기와 대응을 위한 특별 토론회'를 한국언론정보학회(학회장 손병우 충남대 교수)와 공동 주최했다. (사진=한국방송협회)

지상파 중간광고는 지상파의 자구노력과 규제 형평성 차원에서의 제도개선 노력이 함께 맞물려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작업으로, 지상파는 올해 '방송의 날' 기념행사를 취소하고 위기를 진단했던 날을 곱씹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날 행사 대신 열린 토론회에서는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가 스스로 공공성을 입증하고, 나태한 비지니스 관습을 과감히 탈피할 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당시 박 사장은 방송협회장으로서 "9월은 지상파의 축제기간이지만 행사를 처음으로 취소하고 특별세미나를 갖게 됐다. 지상파의 매출 현황은 참혹하다. 그 결과는 저희 스스로가 만들어냈고, 정책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자리가 지상파 발전의 의미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리가 만들어낸 진지한 고민의 순간이 가벼운 언사로 휘발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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