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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페셜’- 이생망이라기엔 너무 젊기에! 요즘 것들의 돈벌이 트렌드[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9.17 19:58

[미디어스] 2017년 <쇼미더머니> 시즌 6에서 화제가 된 노래가 있다. 바로 <요즘것들>. '요즘것들 이래서 안돼요’가 반복되는 노래는 '엄마 카드 쓰는, 버르장머리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힌, 능력도 없는 뒤처진 세대'라고 꼰대에 의해 규정된 처지를 통렬하게 읊는다. 

하지만, 50평생 열심히 모아도 집조차 살 수 없는 저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장본인의 처지라면? 부모 세대처럼 덜 먹고 덜 입어 돈을 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닌데? 평생직장은커녕 당장 정규직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세상을 살아간다면? 어른들이 한심해하는 '요즘 것들'이 살아가는 시대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이 '악조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것들도 '돈'을 번다. 단지, 부모들이 살아왔던 시대의 방식과 다를 뿐. 9월 16일 방영된 <MBC 스페셜>은 바로 이 달라진 요즘 것들의 돈벌이 트렌드를 살펴본다. 

N잡러, 한 우물만 파다 굶어 죽는다

MBC 스페셜 ‘요즘 것들의 돈라밸’ 편

공개 개그프로그램 출연자인 코미디언 안가연 씨. 하지만 3개월 단위로 등수가 정해지고 선택을 받지 못하면 코너가 없어지는 방식의 프로그램에서 최근 2달 동안 그녀는 무대에 서지 못했다. 

불규칙적인 일거리,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전두 탈모'라는 스트레스성 질환에 시달리던 안가연 씨는 그런 자신의 처지를 통해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연히 그리기 시작한 웹툰 '자취로운 생활', 이제는 그녀의 또 다른 직업이 되었다. 웹툰 속 츄카피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하는 처지의 안가연 씨 자신이고, 웹툰에 등장하는 친근한 캐릭터들은 안가연 씨 주변인들을 모델로 한 것이다. 부정기적인 무대에 오르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개그맨의 '자취' 생활이 안가연 씨 웹툰의 소재가 되었다. 

이렇게 평생직장이 사라진 시대, 정규직을 얻는 게 쉽지 않은 시대의 젊은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바로 '여러 개의 직업을 갖는' N잡러가 되는 것이다. 

주말의 실내 아이스링크장, 그곳엔 아르바이트를 하는 31살 유두희 씨가 있다. 그런데 다음 날 유두희 씨는 아이스링크장의 작업복을 벗어 던진 채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집을 보러 간다. 본업은 공인중개사. 벌써 6년 차이다.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사무실 없이 온라인 공간에서 사이트를 만들어 신축빌라 분양을 중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일주일에 1200만 원의 수수료를 벌기도 했다는 그. 하지만 최근 들어 성사 건수가 없다. 

MBC 스페셜 ‘요즘 것들의 돈라밸’ 편

하지만 그렇다고 낙담할 일은 아니다. 정작 고정수입을 내는 건, 주휴 수당까지 챙겨주는 아르바이트와 함께하고 있는 전자상거래사업이다. 쇼핑몰 간의 차액으로 수익을 내는 그의 일은 6월에만 425건, 4500달러 정도. 원화로 계산하면 백만 원 정도의 수익을 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자리를 옮긴 그는 어느 틈에 농사일하는 어머님들이 쓰는, 천이 길게 늘어진 모자와 긴 장화까지 챙겼다. 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어느덧 9마리로 늘어난 한우 농장이다. 소들이 좋아하는 풀을 베느라 오뉴월 삼복에 비지땀을 한껏 흘린다. 이렇게 네 가지의 일을 하고 있는 유두희 씨. 네 가지 일 중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가장 행복할 때는 어릴 적 어머니가 '공부 안 하면 소똥이나 치운다'며 닦달하던 그 소들과 함께 있을 때이다. 그러나 흙수저로 태어난 설움을 자식 대에 물려주지 않기 위해 그는 오늘도 쉼 없이 움직인다. 이번 생이 망했다고 주저앉기엔 아직 너무 젊기 때문이다. 

청년들 중 한 달에 200만 원 미만을 버는 사람들이 79.6%에 달한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김승현 씨의 경우 주거비로 나가는 돈이 50만 원, 통신비 6만 원 등, 밥을 굶어도 한 달에 기본으로 나가는 돈이 60만 원에 달한다. 하루를 맘껏 쓰면 다음 날은 굶어야 하는 게 현실, 이게 세상에 떠밀려 홀로서기를 한 많은 청춘들의 자화상이다. 이들에게 N잡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돈만이라도 계획대로? 

MBC 스페셜 ‘요즘 것들의 돈라밸’ 편

한편에 소용되는 돈을 벌기 위해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직업을 택하는 N잡러가 있다면, 또 다른 편에는 고전적 방식으로 '돈을 아끼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요즘 것들은 아끼는 방식도 다르다. 

'티끌모아 한솔'이라는 개인 방송을 하는 한솔은 자신의 경험이 곧 돈이 된 케이스이다. 금리가 높은 상품, 쿠폰 모아 돈 벌기, 교통비 아끼는 팁 등 대학에 다니면서도 1300만 원을 모으고, 현재 통장만 16개가 된 생생한 경험이 곧 그녀의 방송 자산이 되었다. 한창 멋을 부릴 나이지만 화장품 겨우 몇 개, 옷가지도 행거 한 줄, 커튼봉 값을 절약하기 위해 집게로 설치한 커튼. 하지만 한솔은 돈을 모으는 게 행복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사고 싶은 걸 사고 싶을 때 사는 것도 능력'이라 생각하기에, 미래의 보상을 위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돈’만큼은 계획대로 모으고 쓰고 싶다는 그녀가 가장 잘하는 건 '참는 것'이다. 심지어 취미로 시작한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조차 한 장에 500원씩 팔아 돈을 모은다. 집 사는 데 걸리는 30년을 20년으로 단축할 그 날을 위해. 

신상만 나오면 사는 게 취미였던 공부방 선생님 이초롱 씨는 '남의 돈 버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삶의 방식을 바꿨다. 그런데 '요즘 것들'답게 그녀가 돈 버는 방식은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스마트폰으로 돈을 버는 '앱테크'이다. 영수증을 모으고, 은행 출석체크를 해서 조금씩 모은 포인트가 어느새 그녀의 화장품값이 되고 손님 접대비용이 된다. 이런 식으로 한 달에 모은 돈이 지난달만 해도 159,000원이다. 

100만 달러만 번다면 당장 사표를! 파이어족 

요즘 것들을 위한 다양한 금융비서 앱들도 속속 등장한다.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없다지만 이렇게 사들이시면 같은 색을 또 사는 게 아닌가요'라는 애교 섞인 멘트로 과소비를 경고해주는가 하면, 무지출을 게임식으로 유도한다. 이런 '앱테크'를 활용하여 이초롱 씨는 한 달 생활비를 15만 원 수준으로 낮추었고, 저축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요즘 것들의 '돈라벨'은 예전처럼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 막연한 먼 미래를 기약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로 하는 여행을 위해, 자아실현을 위한 자산관리라는 뚜렷한 각자의 목표가 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인 자유를 위해 조기퇴직을 준비하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엘리트 직장인들 사이에서 최근 급등장한 이 신종족은 ‘100만 달러(11억2620만원) 만들기’를 목표로 이 금액이 달성되면 미련 없이 직장을 나오는 풍속도이다. 이들은 모은 100만 달러로 주식을 하거나 은행에 예치하여 거기서 나오는 수익이 5~6%만 되면 충분히 먹고살 만하다는 계산을 한다. 대부분 고액연봉을 받는 IT 종사자나 금융권 종사자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파이어족' 열풍은,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물론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현실에서의 고충을, 조금 덜 쓰고 덜 먹더라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고 싶다는 소망을 통해서 풀어내고 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MBC 스페셜 ‘요즘 것들의 돈라밸’ 편

딸을 하나 둔 김상진 씨 부부 역시 '파이어족'을 지향한다. 회사원인 김상진 씨는 주말을 이용하여 마카롱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통신판매업을 겸업하는 중이다. 본사와 점포 사이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식으로 하여 2천, 2천5백, 3천, 최근 그가 벌어들인 돈이다. 그런가 하면 공무원인 아내는 경매에 나섰다. 이미 상가경매의 달인 수준, 당연히 벌어들이는 돈은 아내의 본봉을 넘어섰다. 거기에 더해 재개발지역 부동산을 통해 거의 1년 연봉에 버금가는 돈을 만진다. 

부부가 이렇게 본업 이외의 직업에 열심히 매달리기 시작한 건 딸을 낳고 나서이다.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가족끼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 부부는 본격적으로 부업 전선에 뛰어들었고, 부업만으로 살 수 있을 때 기꺼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약속을 했다. 

물론, 방식을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하루 16시간을 일하던 요리사의 삶을 살던 병훈 씨는 이제 편의점 알바를 하며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을 실천하고자 한다. 더이상 자신을 사회 속에서 혹사시키고 싶지 않다는 결심이 삶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경제적으로는 불안하지만, 지금의 행복에 집중하고자 한다. 

목표는 100억이 될 수도, 3억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는 지금을 투자해 미래를 얻으려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지 않으려 한다. 그런 선택의 중심에, 그 예전 세대들이 한마디로 편의적으로 규정짓던 '요즘 것들'이 있다. 

이렇게 예전과 다른, 요즘 것들의 '돈라벨'의 방식, 그 기저에는 바로 울타리가 사라진 불안을 안고 사는 이 시대가 있다. 재능공유플랫폼을 하는 김영경, 김윤환 씨는 몇백만 원씩 하는 전문자격증 강의를 품앗이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동시대 젊은이들과 공유한다. 대부분 직장인이기에 퇴근 무렵부터 시작되는 강의, 이렇게 모여든 사람들 중 많게는 8~9개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있다. 

수능만 잘 보면, 그래서 대학만 잘 가면 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평생직장이 사라졌다. 50살까지 모아도 집을 살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이 시대 젊은이들 사이에 흐른다. 그래서 다시 시험을 준비한다. 영수증을 모으고, 쿠폰을 모으고, 하루 24시간, 주말이 따로 없이 여러 직업을 뛰고, 그러면서 그 속에서 자신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어른들이 펼쳐놓은 세상에, 어른들처럼 했다가는 떡은커녕 굶어 죽기 십상이니 '요즘 것들' 방식대로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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