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삭발로 정기국회 파행의 책임이 한국당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황 대표의 삭발은 '조국 정국' 장기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되는데, 한국당이 민생을 살펴야 하는 국회를 저버리고 정쟁에 함몰됐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17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의 매체는 사설을 통해 정기국회는 저버린 채 '조국 정국' 장기화를 노리는 한국당과 삭발한 황 대표를 비판했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파행상황, '조국 정국' 이후 무당층의 증가,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수사의 진척 등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삭발'은 제1야당 대표가 할 행위가 아니라는 비판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한다며 삭발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연휴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정기국회 의사일정은 한국당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조국 장관이 참석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시작부터 파행을 맞았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국 장관을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지난 13일 SBS·칸타코리아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국 정국' 이후 여당 지지율이 빠지며 이른바 '무당층'은 증가세를 보여 38.5%를 기록한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감소세를 보이며 18.8%를 기록했다. 검찰 수사는 조 장관 5촌조카 구속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 <이해할 수 없는 황교안 대표의 삭발투쟁>에서 "황 대표는 '야당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느닷없는 삭발은 무력한 야당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라며 "이런 투쟁이 지지자들의 속은 뻥 뚫어줄지 모르지만, 다수 시민들도 수긍할지는 의문"이라고 썼다.

이어 경향신문은 "지금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대립은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다. 시민들이 바라는 건 조국 사태의 진실은 검찰에 맡기고 민생을 살리는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라며 "투쟁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해도 늦지 않다. 먹고사는 게 급한 시민들 입장에선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삭발이고, 무엇을 위한 국회 올스톱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민생 국회 외면한 채 민심 대변한다며 삭발 택한 황교안 대표>에서 "추석 민심을 파악한 황 대표의 첫 행보가 삭발이라니, 그 안이한 현실 인식과 전략 부재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혹평했다.

한국일보는 "한국당이 주력해야 할 것은 심각한 경제·민생을 살리고 사면초가에 빠진 외교를 복원하는 일"이라며 "국회 활동을 강화한다고 해서 투쟁력 없는 야당이라고 손가락질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 <'조국 논란' 이유로 정기국회 파행은 안 된다>에서 "야당이 아무리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해도, 대통령 임명을 받아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조 장관의 국회 출석까지 막는 건 과도하다"며 "조 장관 문제를 놓고 이런 식의 무리한 정치적 요구를 계속한다면 정기국회의 원만한 운영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정기국회는 20대 국회를 결산하는 국회로, 각종 민생 입법과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제때에 처리함으로써 '개혁 과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513조원대의 내년도 예산안과 자영업·중소기업·청년 지원 법안 등이 정기국회에 상정돼 있다"며 20대 국회의 책무를 강조했다. 20대 국회 법안처리 비율은 현재 30.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최저 수치다.

경향신문 9월 17일 사설 <이해할 수 없는 황교안 대표의 삭발투쟁>. 오피니언 31면.

반면 이날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보도 등을 통해 황 대표의 삭발 소식을 전하거나 "승부수"라며 추켜 세웠다.

동아일보는 <황교안, 靑 만류 일축하고 삭발투쟁 강행…'야권 결집' 승부수>에서 "황 대표가 이날 삭발식을 한 것은 대여 투쟁동력을 잃지 않고 야권 결집을 노린 나름의 승부수로 보인다"며 "당 핵심 관계자는 '황 대표가 반조국 국민연대를 제안했지만 다른 야당의 호응이 거의 없는 상태'라면서 '황 대표의 이번 결단이 야권의 결집과 대여 투쟁의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삭발 황교안 '조국에 마지막 통첩, 스스로 자리 내려와라'>에서 "국회의원들도 종종 '투쟁'의 수단으로 삭발을 하곤 한다. 하지만 제1야당 대표가 하는 건 이례적"이라며 "4·19 세대인 한 원로 정치인은 '과거엔 야당 대표들은 단식은 했어도 삭발은 안했다. 제1야당 대표의 삭발은 처음'이라고 전했다"고 제1야당 대표의 '최초' 삭발을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팔면봉 코너에서 <'조국 파면' 요구 野 대표 삭발에 靑 만류하면서 "民生 현안 많다"… 民心 등진 분들이 웬 民生타령?>이라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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