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이 한나라당도 폐기해 창고에 쌓아둔 유물을 끄집어 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바로 통합신당 일각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정보지식경제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얼마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검토했던 안과 유사하다. 한나라당이 창고로 보낸 유물을 통합신당이 먼지를 털어내고 모양과 이름을 조금 바꿨을 뿐이다.

통합신당의 정보지식경제부는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를 합치고 여기에 방송정책권을 담당하게 하자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무소속 독립위원회인 방송통신위원회를 설치해 방송 통신분야의 규제 집행 역할을 맡기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정책권을 정부부처로 환수하겠다는 입장이 명확히 드러난다.

▲ 서울경제신문 1월 26일자 5면

정보지식경제부는 이름만 다를 뿐 인수위가 검토했던 안과 유사하다. 인수위의 2번째 안으로, 정통부 통신기능을 산자부로 흡수, 합병시키고 방송위의 방송정책권을 문화부로 일원화시키는 안이다. 오히려 통합신당이 검토하고 있는 안은 인수위가 검토했던 안보다 후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방송정책 기능까지 정보지식경제부에 넘기려고 하니 말이다.

한나라당도 방통위원회가 방송정책권을 담당하는 것으로 고심 끝에 최종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신당이 방송정책권의 정부 환수를 검토하고 나선다니 할 말을 잃는다.

무소속 독립위원회인가, 대통령 직속 기구인가를 두고 방송시민사회단체와 한나라당, 인수위가 힘겨루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통합신당의 이런 돌출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왜 그런 것일까? ‘정통부 살리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김효석 통합신당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에서 이를 유추해 낼 수 있다. 김 원내대표는 임시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다른 나라와 차별화 전략차원에서 만들어진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여성가족부의 폐지는 신중하게 재검토돼야 한다”면서 “없애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다시 기능을 분산시킬 경우, 우리가 가졌던 비교우위가 지속될 수 있는 가의 여부를 세밀히 점검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자의 정부 조직개편과 맞물려 있는 정통부 폐지에 대한 입장이 드러난다.

통합신당의 정통부 살리기는 일종의 무리수로써 오히려 ‘통합신당 죽이기’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통합신당의 논의는 ‘얼마 전 발생했던 웃지 못 할 사건과 비슷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라는 게 방송시민단체의 지적이다. 한 여중생이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기 위해 공원의 억새밭을 태운 사건과 흡사하다. 통합신당이 정통부를 살리기 위해 방송을 불태우는 꼴이라는 얘기다.

현재로선 통합신당의 ‘정보지식경제부’안이 당론을 채택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당내 동의를 얻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합신당 문광위 관계자는 “당내에 정통부 폐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능조정 없는 존치는 불가능한 것 아니냐”며 “방송정책을 포함해 정통부, 산자부 통합안은 적어도 통합신당 문광위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현재 통합신당 내에서 ‘정보지식경제부’안을 주도하는 인사는 김효석 원내대표, 김진표 정책위의장, 홍창선 의원 등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