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한 달여간의 '조국 정국'이 일단락 됐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분분하지만, 이와 별개로 '조국 정국'에서 드러난 검찰의 행태가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는 언론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경향신문 박래용 논설위원은 칼럼 <'윤석열의 나라'>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수사에 들어간 이유를 짚었다.

박 논설위원이 검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을 취재한 결과, 이유는 크게 ▲윤 총장이 최근 무리한 검찰 인사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 ▲윤 총장이 조 후보자의 사퇴를 기대했다는 점 ▲윤 총장의 예상과 달리 조 후보자가 장관임명됐다는 점 등이다.

박 논설위원은 윤 총장이 취임 후 검찰 간부 인사에서 문재인 정부 주변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댄 검사들을 줄줄이 좌천시키고,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검사들을 요직에 대거 앉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검찰 내부 동요가 극심했고,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할 필요가 생긴 윤 총장이 '윤석열 검찰 1호 사건'으로 조 후보자를 선택했다고 했다. 검찰간부 인사로 촉발된 내부 동요에 부담을 느낀 윤 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검찰 내부에 보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9월 10일 박래용 경향신문 논설위원 칼럼 <'윤석열의 나라'>

박 논설위원은 윤 총장이 조국의 사퇴를 기대했으나 정국이 이와 달리 흘러가면서 검찰의 정치적 수사가 이어졌다고 봤다. 인사청문회 일정 협의 도중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이고 수사착수를 선언, 결정적 국면마다 수사기밀을 흘리거나 막바지에 배우자를 기소한 것은 조 후보자 임명을 막기 위한 검찰의 정치적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조국 수사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전체 인력이 집중됐다.

박 논설위원은 "윤석열은 국회의 정치협상에 끼어들어 후보자를 낙마시키려 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앞으로 총선, 대선에서도 이러한 정치행위는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지금의 윤 총장과 검찰에는 그런 막강한 힘이 있다는 점"이라며 "이번 수사, 검찰의 정치개입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 해줬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은 <'나 빼고 공정'으론 검찰 개혁도 없다>에서 "조 장관 수사 착수를 결정하는 순간 윤 총장은 자신의 취임사 키워드 '공정한 경쟁'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문제는 윤 총장의 공정함에서 '검찰'이 빠져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권 논설위원은 "국가기관인 검찰은 수사권 행사에 신중해야 한다. 검찰이 끼어드는 순간 정치는 공포 드라마가 된다"며 "그는 과연 '어느 지점에서 수사를 멈춰야 하는지 헌법 정신에 비추어 깊이 고민'(취임사 중)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권 논설위원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의 오만함과 개혁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발언 등을 인용하며 "옳지만 틀린 말"이라고 했다. 조 후보자 의혹 수사가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의 오만함과 권력기관 개혁의 필요성을 드러냈지만 검찰의 오만을 방치한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는 게 권 논설위원의 지적이다.

권 논설위원은 "여권 내부에서 검찰의 '과잉 수사', '피의사실 공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라온 검찰 개혁안 역시 문제의 핵심인 특수 수사는 비껴갔다"면서 "윤 총장 취임 후 검찰 간부 인사에서도 특수통들이 대검·서울중앙지검의 요직을 장악했다. 검찰 지휘 라인이 특수통들로 채워진 상황에서 수사의 에너지는 어디로든 분출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권 논설위원은 민정수석을 역임한 조 장관에 대해서도 "검찰 개혁 담당자로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만일 자신과 가족이 받는 수사의 문제점만 부각하려 한다면 시민들 가슴 속 허탈감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조 장관은 '가족 수사는 일체의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청문회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검찰도 성찰할 게 조 장관 못지않다. 왜 '정치 개입' 시비가 계속됐는지, 또 피의사실 유포지적이 나오는지 돌아볼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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