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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쓰기' 언론, 검사를 범법자로 만들어"검찰의 관행적인 피의사실 공표를 이용한 수사와 받아쓰는 언론... 조국 보도 속 피어난 ‘피의사실 공표’ 논란
김혜인 기자 | 승인 2019.09.10 09:07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한 달 동안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 보도가 쏟아졌다. 수사 내용 일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검찰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린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피의자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다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SBS'8뉴스'는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란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출처=SBS)

지난달 27일 검찰은 당시 조국 후보자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통해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대통령 주치의를 발탁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내용을 같은 날 TV조선이 보도하며 검찰의 수사기밀 유출 논란이 일었다.

지난 7일 SBS가 검찰이 압수수색 중인 조국 장관 아내 연구실 PC 안에서 동양대 총장의 직인 파일을 발견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해 피의사실공표 논란이 커졌다.

조국 장관 관련 의혹 보도가 나올 때마다 검찰은 부인했지만, 정보를 일부러 흘리는 게 아니냐는 여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7일 SBS의 보도 이후에는 수사 피의자인 조국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입장문을 통해 검찰과 언론을 비판했다. 정 교수는 “이미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도 열람하지 못한 증거나 자료에 관한 내용을 유출하거나 기소된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보도를 자제해주실 것을 당부한다”라고 말했다. 검찰에 피의사실 유포 의혹을 제기하는 동시에 보도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 것이다.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는 과거부터 검찰의 특수수사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며 숱한 논란을 불러왔다.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른 피의자의 인권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가 충돌해왔지만, 피의자의 인권 보호가 중시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09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보도 이외에도 지난해 노회찬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 보도 등은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노 전 의원은 드루킹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특검 수사가 진행되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특검의 피의사실공표가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다.

검찰도 피의사실공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지난 5월 말 ‘피의사실공표 사건’의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피의사실공표로 인한 피의자의 피해가 “매우 크다”며 피의사실공표죄에 ‘엄격한 처벌’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현행법은 수사기관 종사자의 피의사실공표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피의사실공표죄 조항이 사문화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공소 제기 전 피의사실공표를 통해 피의자를 압박하고 유죄의 심증을 부추기는 여론전을 벌이는 등 관행적으로 법을 위반하고, 반대로 수사에 부담이 되는 경우 형법 규정에 기대어 언론의 취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과거사위가 2008년부터 접수된 피의사실공표 사건 접수 및 처리 현황을 살펴본 결과 10년 동안 피의사실공표죄로 기소된 사례는 전무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과거사위는 공소 제기 전에 수사 사건에 관한 내용을 일절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수사공보’의 예외 사유를 최소화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이는 공적인 인물이라 하더라도 언론의 오보나 추측성 보도를 방지·해명하기 위한 공보 외에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검찰 과거사위 발표 이후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을 보면 검찰도 언론도 그대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의원은 9일 YTN ‘노종면의 더뉴스’에 나와 “피의사실 공표가 남발되고 이를 통해 후보자 심리를 압박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검찰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지적”이라 말했다. 또한 조 장관 딸의 한영외고 생활기록부, 동양대 표창장 위조, 정 교수의 PC 총장 직인 파일 등 논란을 두고는 검찰이 흘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라고 짚었다.

9일 YTN '노종면의 더뉴스' 화면 갈무리

검찰의 정보를 받아쓰는 언론의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기밀을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검찰 관계자들을 고발한 박훈 변호사는 개인 SNS에 “언론의 ‘받아쓰기’ 보도가 검사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박 변호사는 ”언론인은 검찰 입을 바라보는 아주 편한 ‘받아쓰기’를 하지 마시고, 그 내용이 알고 싶다면 여러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취재하여 보도하시면 되는 것“이라며 ”왜 검찰 문고리 앞에 죽치면서 검사들을 범법자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어떤 사람이 수사를 받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고통인데 확정되지도 않는 혐의 사실을 맘대로 기사로 써대는 것은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검찰발로 보도하는 것은 혐의 사실을 확정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라며 “이는 수사받는 사람들의 방어권을 파괴하는 것이며, 이후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받았다 하더라도 낙인 효과를 주는 반인권적 행위”라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검찰은 여론을 등에 업고 수사 동력을 얻기 위해서, 언론은 단독을 통한 사회적 이슈 몰이와 정치적 이익도모를 위해 이 같은 행태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국 장관 관련 의혹 보도에 대해서는 ”검찰발로 나오는 기사는 반론권을 반드시 실어줘야 하는데 의혹만 있지 해명은 없었다. 검찰 측 정보만 나오면 뉴스를 접한 사람들이 검찰 수사 정황 증거 보도만으로도 범죄 행위라 인식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러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피의사실공표죄에 실질적인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검찰은 법적으로 피의사실공표죄를 물어 처벌하게 되어있지만 국민의 알권리라는 명목 아래 한 번도 처벌한 사례가 없다“라며 ”묵시적으로 해도 되는 행위처럼 인식되는 게 문제다. 피의자 인권 보호도 알권리 만큼 중요한 건데 현행법에서 실제 처벌을 해야 이러한 일이 줄어들 것“이라 말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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