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이른바 ‘조국대전’의 결말이 눈 앞에 다가왔다. 애초 8일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장고’에 들어간 모양새다. 검찰이 조국 후보자의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한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최고위원회를 통해 조국 후보자 임명에 대한 사실상의 찬성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여권 전반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득보다는 실이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자유한국당이 국정조사나 특검, 해임건의안 발의 등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후에도 조국 후보자 관련 정국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이렇게 되면 현 여당의 핵심지지층은 결집을 유지할 수 있지만 ‘스윙보터’가 이반하면서 총선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이들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총선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선거라는 일의 특성상 변수가 될만한 일은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줗고 다른 분야에서도 여당에 호재가 될만한 일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 역시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개혁의 대의라는 측면에서 봐도 조국 후보자의 장관 임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크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이미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국회에 공이 넘어가 있는 상태다. 법무부 장관이 맡아야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을 반드시 조국 후보자만이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조국 후보자가 장관이 된 이후에도 본인 또는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는 등의 상황이 이어지면 법무부가 검찰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태로 귀결될 수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외출을 마친 뒤 돌아오고 있다. (연합뉴스)

남는 것은 정권과 검찰의 힘겨루기 문제이다. 여당 핵심인사 등은 조국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사실상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밀면 밀린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을 포함한 관료 조직 전반의 통제 상실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검찰 개혁을 포기할 수 없는 과제로 보는 현 정권이 검찰에 밀리는 모양새로 개혁의 주도권을 잃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정치권력의 힘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남은 임기’다. ‘살아있는 권력’이 무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찰의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둔 대대적 압수수색이나 소환조사 없는 기소 등은 형식적으로는 ‘무리수’지만 내용적으로는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자기정당성을 갖추고 있다. 이 명분 때문에 여당이 검찰의 수사를 일방적으로 비난만 할 수는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검찰이 무리수를 둘만 해서 둔 것인지 아니면 오직 조직 이기주의적 관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에 반대하기 위해 이런 행태를 보인 것인지는 결국 기소 과정에서 드러나게 돼 있고, 검찰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은 이후에도 가능하다. 후자임이 분명히 드러난다면 정권이 검찰 개혁을 더 강하게 밀어 붙일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검찰이 이례적 수사를 할 만 해서 했다는 전자의 맥락이 확인된다면, 장관 임명을 밀어붙인 후폭풍을 정권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

이런 때일수록 오직 원칙과 명분을 놓고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이 ‘원칙과 명분’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은 원칙과 명분 그 자체가 아니다. ‘조국 대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으나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이 될 경우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어떤 개혁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들어본 일이 없다.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정권이 주장하는 검찰관이었지만 최근 청와대와 여당의 태도는 오늘날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도 이게 유효한 것인지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것보다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양쪽 모두 ‘상대편에 이용당한다’는 경계심을 근거로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수야당은 조국 후보자 임명을 지지하는 것은 촛불시민이 ‘위선적 386 정권’에 속고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하고, 여당은 조국 후보자에 대한 회의적 관점을 검찰과 결탁한 기득권에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사실상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정보는 불충분하게 제공하면서 주권의 행사만을 형식적으로 보장하는 기만적 민주주의의 현실일 수도 있다. 이 속에서 민주주의의 주체는 사안 자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상대편’의 흠을 근거로 자기 입장을 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적어도 개혁을 말하는 정치권력은 이러한 현실을 이용하며 편승하는 게 아니라 주권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원칙과 명분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스스로 반복해서 증명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그 과정이 어떤 것인지에 여전히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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