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한겨레 평기자들이 자사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보도에 대해 '보도 참사'라고 했다. 한겨레 편집국이 '조국 지키기', '정권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내부비판이다. 기자들은 박용현 한겨레 편집국장 이하 국장단의 즉각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6일 한겨레 6~7년차 이하 기자 31명은 사내메일을 통해 <박용현 편집국장 이하 국장단은 '조국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전체메일로 발송했다.

한겨레 기자들이 국장단 사퇴를 촉구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조 후보자 비판 칼럼의 삭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부끄럽다"는 문구로 시작한 성명에서 기자들은 "5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판하는 '강희철의 법조외전' 칼럼이 '국장의 지시'란 이유로 출고 이후 일방적으로 삭제된 것은 현재 '한겨레' 편집국이 곪을대로 곪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6일 한겨레 6~7년차 이하 기자 31명은 사내메일을 통해 <박용현 편집국장 이하 국장단은 '조국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전체메일로 발송했다. 한겨레 편집회의실 등 사내 곳곳에는 해당 성명이 붙었다. (사진=한겨레 기자 제공)

이어 기자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뒤 '한겨레'는 도대체 뭘 했는지 묻고 싶다"며 "조후보자의 사모펀드가 관급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그의 딸이 의전원에 두 번을 낙제하고도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됐을 때도 '한겨레'는 침묵했다"고 질타했다.

기자들은 이 같은 편집방향이 조 후보자 국면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것이 아니라, 현 정권 들어 한겨레의 편집방향이 정권 우호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7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한겨레'의 칼날은 한없이 무뎌졌다. 취재가 아닌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기자들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한겨레'에서는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이후 인사청문회 검증팀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과거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면 검증 테스크포스(TF)를 꾸렸던 '한겨레'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수뇌부의 무책임한 결정 때문에 다른 매체의 의혹 보도에 '한겨레'는 무참하게 끌려다녔다"며 "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잘못된 의혹 제기에 대한 추가 취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기자들에 따르면 상부의 지시로 인해 직간접적인 기사 '톤 다운'도 이뤄졌다. 이들은 "법조팀 선후배들은 의혹 제기 기사를 쓸 때마다 기사가 일방적으로 톤 다운 되고 제목이 바뀐다고 호소한다"며 "디지털부문에는 심심찮게 '현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는 '한겨레' 공식 SNS 계정으로 바이럴하지 말라', '특정 기사는 '한겨레' 프론트 페이지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내려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

이밖에도 이들은 조 후보자 의혹을 정리하겠다는 영상팀의 발제가 에디터에 의해 잘리거나, '30대, 정치를 말하다'(가제)라는 토요판 커버스토리 기사가 조 후보자 반대 집회에서 발언한 청년 정치인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국장 지시에 의해 미뤄지는 등의 사례를 폭로했다. 이들에 따르면 에디터는 "너무 안 썼으니까 한번 모아서 쓰자"고 말했고, 데스크는 조 후보자 행위 중 "과연 위법이라 할 수 있는 행위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6일 한겨레 홈페이지 갈무리

기자들은 "'합법'의 울타리 안에서 소외되고 차별받는 이들에게 주목해온 '한겨레'가, 사회적 공정성과 정의를 외쳐온 '한겨레'가, '위법하지 않으니 기사화하기 어렵다'는 변을 하고 있다"며 "일말의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국장단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국장단에 책임을 물었다. 이어 "우리에게 ‘한겨레’는 ‘저널리즘’과 동의어였다. 우리는 오늘 ‘한겨레’의 존재 이유를, ‘저널리즘’의 가치를 함께 잃었다. 검찰개혁에 대한 보도도, 공정한 인사 검증도 '한겨레'가 할 일"이라며 "어설픈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조국 지키기’에 나서지 말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은 ▲박용현 편집국장과 국장단이 조국 관련 보도는 '한겨레'의 보도 참사임을 인정하고 사퇴할 것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검증팀을 꾸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공식적인 질의응답 자리를 마련할 것 ▲일부 에디터들로만 구성된 편집회의 내용을 전면공개하고, 기사 배치와 구성에 대한 현장 기자들의 의견을 직접적·상시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제도를 즉각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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