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종합편성채널에 이어 지상파방송에서도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상품을 유사 시간대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연계편성'이 드러났다.

김경진 무소속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지상파·종편PP-TV홈쇼핑 간 연계편성 관련 미디어렙사 금지행위 실태점검 결과 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한달 간 MBN 47회, 채널A 41회, TV조선 32회, JTBC 17회, SBS 17회, MBC 7회 등 32개 프로그램에서 157회 방송한 프로그램 내용이 TV홈쇼핑 7개사의 상품판매방송과 총 161회 연계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KBS1과 KBS2는 연계편성이 없었다. 지상파의 연계편성이 공식 확인된 건 처음이다.

3개 프로그램에서 24회 연계편성이 적발된 지상파의 경우 건강정보 제공을 주제로 하는 정규편성 프로그램으로 오전 본방송에 편성됐다. 29개 프로그램에서 133회 연계편성이 적발된 종편의 경우 연계편성 대부분(81.2%)이 재방송이었다.

앞서 지난해 방통위 사무처가 4개 종편과 7개 TV홈쇼핑의 2017년 9월과 11월분 방송에 대한 편성현황 등을 점검한 결과, 해당 기간 동안 종편 4개사의 26개 프로그램에서 110회 방송한 내용이 7개 TV홈쇼핑의 상품판매방송에서 총 114회 연계편성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연계편성은 지상파·종편과 홈쇼핑에서 동일한 상품임을 식별할 수 있는 유사 화면을 노출하거나, 상품의 효능·효과를 강조하는 유사 표현 활용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2018년 7월 27일 SBS '좋은아침'은 와일드망고 사진을 띄우며 효능을 설명했다. 15분 후 CJ오쇼핑에는 방송에서 소개된 사진과 함께 '다이어트엔 와일드망고' 상품이 판매됐다. 2018년 7월 31일 TV조선 '내 몸 사용 설명서'는 '특허받은 칸탈로프 멜론 추출물'이라는 문구와 함께 칸탈로프 멜론 효능을 설명했는데 20분 뒤 NS홈쇼핑에서 '특허받은 칸탈로프 멜론 추출물'이라는 문구가 그대로 노출되며 관련 상품이 판매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종편PP-TV홈쇼핑 간 연계편성 관련 미디어렙사 금지행위 실태점검 결과' 보고서 갈무리.

하지만 방통위는 이 같은 연계편성이 현행법상 위법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방송광고를 대행하는 미디어렙과 광고주 간 계약서 내용에서 방송 프로그램 편성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보고서에서 "방송사가 미디어렙사로부터 방송편성과 관련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없어 보이므로 미디어렙법상 금지행위 위반 혐의는 없다"고 했다.

방통위가 미디어렙사 금지행위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약서를 조사한 결과 SBS 협찬계약 1건이 연계편성됐다. 2018년 7월 3일 SBS '모닝와이드 3부'에서 비타민C 효능을 홍보한다는 내용의 협찬계약이다. 협찬주(광고주)인 '고려은단'은 6월 27일 해당 계약을 체결하면서 같은 날 CJ오쇼핑과 '고려은단 비타민C 1000' 상품판매 계약을 맺었다. SBS 협찬 프로그램 편성이 확정된 시점은 6월 18일, CJ오쇼핑 편성이 확정된 시점은 6월 25일이다. 광고주가 방송사와 홈쇼핑, 각각에 계약을 별도 체결해 방송시간을 맞춘 것으로, 미디어렙사의 금지행위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약서 내용만으로 방송사가 연계편성 여부를 몰랐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오늘은 4일 관련 보도에서 "방통위 보고서에 따르면 종편의 경우 연계편성의 82%가 재방송으로 나타났다. 이미 방송된 내용을 홈쇼핑 판매 시간에 맞춰 다시 편성했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라면서 "방통위가 연계편성을 최초로 적발해 처벌한 2015년 MBN미디어렙의 영업보고서 유출 사건 때 홈쇼핑 시간에 맞춘 방송을 제재한 사례가 있어 업계에서 처벌을 피하려 관련 사항을 계약서에 쓰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디어오늘은 "조사의 사각지대도 있엇다. 일부 방송사 미디어렙은 '협찬'계약을 서류로 남기지 않아 법 위반 여부 자체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협찬의 경우 방송사가 광고주와 직거래를 할 수 있어 이 경우 미디어렙을 조사해도 자료를 찾을 수 없기에 제대로 된 조사가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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